즉문즉설

“최순실 사태, 대통령을 탄핵해야하지 않을까요?” 법륜 스님의 답변

법륜 2016. 11. 2. 18:23

2016.11.01 행복한 대화(하남, 송파) & 사회원로 시국선언 기자회견



행복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어제는 하루 동안 경기도 하남시, 동국대학교, 서울 송파구 세 곳에서 강연이 있었습니다.

 

먼저 오전 10시 30분에는 경기도 하남시에서 행복한 대화가 열렸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행복을 찾기 위해 강연장으로 모였습니다. 스님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네요. 추운데도 이렇게 오셔서 감사합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니 저는 제가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한 게 생각나요. 지난 8월말 북한 두만강 유역에서 엄청난 홍수가 났었습니다. 어떤 분이 저한테 첫 추위가 오기 전에 북한 아이들에게 외투 만 벌을 지원하겠으니 11월 1일까지 준비해달라고 했습니다. 제가 다른 분께 준비를 부탁했는데 그 분이 값싸고 좋은 것을 찾다가 이제 주문이 들어갔어요. 


한 쪽에서는 ‘우선 추위를 면해야하니 빨리 옷을 구해달라’ 라고 주장하고, 한 쪽에서는 ‘이왕 주는 거 며칠 늦더라도 좋은 것을 줘야한다’ 라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하면서도 서로 의견이 안 맞을 때가 있습니다.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길 때에는 세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서로 욕심을 낼 때, 서로 견해가 다를 때, 어리석을 때입니다. 한자로 탐(貪), 진(嗔), 치(痴)라고 합니다. 마음을 병들게 하는 이 삼독심(三毒心)을 버리면 마음에 행복이 깃듭니다.”


이어서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하남에서는 5명이 현장에서 질문하고 1명이 영상으로 질문했는데요. 최순실 사태로 혼란스러운 시국을 대변하듯 관련된 질문이 연이어 나왔습니다. 그 중 최순실 사태를 바라볼 때 가져야 할 우리의 시각과 나아갈 길을 생각해볼 수 있었던 질문자와의 대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아버님은 아주 보수적인 분이십니다. 그 영향을 받은 남편도 선거 때만 되면 공약 같은 건 보지도 않고 새누리당만 지지해 왔습니다. 그런 남편도 이번에 최순실 사태가 터지니까 더 이상 못 믿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굉장히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합니다. 이 사태를 보면서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싶고, 제가 갖고 있던 작은 희망마저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언론의 행태도 너무 답답합니다. 지금은 국가가 혼란스러우니까 중립내각보다는 탄핵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야당도 마음에 안 들고 뉴스를 볼 때마다 짜증스럽습니다. 정말 이민가고 싶어요. 이 혼란스런 상황에서 제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애들을 키워야 할까요?” 


“여기 계신 모든 분들도 질문자와 같은 참담한 마음이리라 생각합니다. 먼저 심심한 위로를 보냅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한테는 몰라도 이 사건이 질문자에게는 별로 손해가 아닌 것 같아요. 우선 남편이 보수적이었다면서요?”


“예.” 


“질문자가 볼 때는 남편이 비합리적이고, 지역주의나 이념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질문자가 아무리 얘기해도 안 바뀌던 남편을 최순실 씨가 바꿔놓은 셈이네요. 질문자는 최순실 씨한테 고맙다고 해야지요. ‘역시 능력 있다. 내가 그렇게 노력해도 안 되던데, 며칠 만에 우리 남편과 시아버지의 생각을 확 바꿔주었구나’ 하고요. (모두 웃음) 




최순실 씨는 능력있는 사람입니다. 최순실 씨의 공덕을 제가 한번 얘기해 볼까요? (모두 웃음) 


대구, 경북 지역의 50대 이상 성인들은 지역주의에 사로잡혀서 하늘이 두 쪽 나도 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어떻게 해도 안 움직이던 그 콘크리트 같은 사람들의 생각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깨졌습니다. 그게 여간해서 깨집니까? (모두 웃음) 지난 총선 당시 공천파동을 통해서 금이 짝 가더니, 이번 기회에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또 옛날엔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사회비판 의식도 높았는데, 요즘 대학생들은 지난 20년 간 사회가 이렇게 되던, 저렇게 되던 깊은 잠에 빠져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엔 대학생들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제일 먼저 일어나더니 지금 제일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 대학생들을 다 깨운 사람이 누구예요? (모두 웃음과 박수)


그 공덕을 얘기하자면 10개도 더 된다니까요. (모두 웃음) 또 남북한 긴장이 고조되어서 전쟁도 불사하겠다던 분위기가 이 사건을 통해서 조금 완화됐습니다. 


또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에 장애가 된다고 개정안을 내도, 여야가 정쟁하느라 야당이 거부해서 통과가 안 됐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계기로 여야가 합의해서 어떤 거국내각을 마련한다면 야당도 국정에 책임을 져야 되니까 그런 법안 통과에 무조건 반대만 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니 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겠지요. (모두 웃음) 


정당들이 헌법을 개정해서 어떻게든 민주주의를 심화하자고 해도 그간 대통령이 안 된다고 하니까 꼼짝도 못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대통령이 나와서 ‘헌법 개정 하자’고 하니까 야당이 ‘갑자기 왜 저래? 무슨 음모 아니야? 반대!’ 이래서 안 될 뻔했는데, 하루 만에 뒤집어버리니까 이제는 헌법 개정 추진의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습니다. 게다가 오해도 안 받고 추진할 수 있습니다. 




헌법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정치인들은 심부름꾼인데, 그 간 우리가 일상적으로 우리의 권력을 행사하려니까 번거롭기도 하고 모르기도 해서 ‘그래, 우리가 권력을 위임해 줄 테니까 네가 대신해라’고 했던 거잖아요. 그렇게 하라고 하다가 우리 마음에 안 들면 바꾸면 됩니다. 


그런데 그동안에는 마치 위정자들이 왕인 양 권력을 독점하고, 우리는 그 밑에서 노예나 신하처럼 순종하며 살았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이 ‘진정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임을 확실히 각성케 됐습니다. 그러니 좋은 일이에요. 


 

       


국민들 마음은 ‘하야하라. 탄핵하라’일 겁니다. ‘탄핵’을 하려면 데모를 엄청나게 해야 하고 그걸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되겠지요? 그럼 그걸로 끝나나요? 아니죠. 헌법재판소도 가야 됩니다. 그럼 이걸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나요, 법리적으로 해결해야 하나요?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법리적으로 해결하려니까 부결될 확률도 상당히 높습니다. 대통령을 탄핵하면 우리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정치적 행위를 법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뒤처리가 깔끔하지 못할 위험이 있어요. 


‘하야’는, 대통령이 ‘아, 내가 능력이 안 된다’하고 이승만 대통령처럼 하야 하면 좋은데, 헌법에는 하야하면 2개월, 즉 60일 안에 선거를 해야 한다고 규정돼있습니다. 60일 안에 선거를 하게 되면 우리는 좋든 싫든 ‘대통령제’ 선거를 또 치러야 해요. 그러기 싫다고 60일 안에 헌법을 개정할 수 있을까요? 어렵습니다. 대통령이 하야하면 우리 기분이야 일시적으로 좋겠지만 뒤처리가 깔끔하지 못 하게 됩니다. 똑같은 시스템 안에서 누군가 5년 동안 대통령을 하면 지금의 상황과 거의 똑같은 결과를 빚을 확률이 높습니다. 


또 하야 후에 누가 현재의 대통령을 대신해서 잘 할 수 있을까요? 60일 안에 괜찮은 사람을 발굴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이미 나와 있는 사람 중에서 정해야할 겁니다. 어떤 사람들이 하면 잘 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여러분은 감정과 현실은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흥분을 좀 가라앉힐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더 밝혀진다고 더 좋을 것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으로도 대다수 국민들은 대통령이 국가를 경영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아직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강력하면 더 밝혀야 하겠지만 이미 100명 중에 15명만 지지한다고 여론발표가 나옵니다. 그것도 일부 지역의 노인들만 지지하는 현실이잖아요. 이제 중요한 건 '무엇을 더 폭로할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빨리 국정혼란을 수습할 것이냐' 입니다. 


그러자면 첫 번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 여야가 국정안정을 위해서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여야가 이것을 가지고 네가 잘 했니, 내가 잘 했니 하면서 공방만 하면 혼란만 계속 됩니다. 지금 우리의 경제 상황이나 남북관계는 위기에 처해 있는데, 이렇게 내부가 흔들리면 붕괴만 가속화되지요. 우리는 그동안 북한이 올해 붕괴하나, 내년에 붕괴하나 말들이 많았는데, 이러다가는 북한보다 우리가 먼저 붕괴될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니 국민들이 건설적인 쪽으로 여론을 만들어가는 게 필요합니다. 




이런 걸 ‘전화위복’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이 꼭 나쁜 것만이 아니고, 기회를 잘 살리면 우리가 그동안 못 했던 걸 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권력을 움켜쥐고 있고, 또 반대쪽에서는 계속 폭로하고, 그래서 서로 싸우기만 하면 국가는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고, 그러면 나라가 주저앉을 것입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나라가 주저앉을 위기이기도 하지만 서로 반성하고, 협력하면 훨씬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힘은 어떤 한 사람의 정치인에게 있는 게 아닙니다. 국민들이야말로 분노만 하지 말고,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지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그러면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될 거니까 질문자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모두 박수)

 



그러니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안 됩니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야 합니다. 의사를 표현할 때, 두 가지는 주의해야 합니다. 요즘 기사를 보고 자신의 의사를 댓글로 다는 것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 댓글을 보면 욕을 해 놓는 사람들이 많던데, 그러면 안 됩니다. 또 집회나 시위 등 길거리로 나가 의사표현을 할 때도 폭력을 행사하면 안 됩니다. 이 두 가지만 조심하세요. 


댓글을 달든지, ‘좋아요’를 누르든지, 글을 쓰든지, 주권자인 우리의 의사를 최대한 표현하세요. 국민들이 그렇게 합법적인 공간에서 의사표현을 해야 앞으로 여야를 불문하고, 그 누구도 국민의 뜻을 거슬러서 국정을 농단하는 일이 없게 됩니다. 


과거 참여 정부 말기에도 국민들이 술만 먹으면 노 대통령 욕을 많이 한 것 기억하시죠? 이미 우리는‘우왕좌왕’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쪽으로 확 쏠렸다가 또 어떤 일이 생기면 저쪽으로 확 쏠리는 식은 안 됩니다. (모두 웃음) 앞으로는 패거리 정치, 패거리 문화도 지양하고, 대안을 중심으로 사고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처한 이 상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노력해서 좋은 나라를 만들기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하세요. 옛날엔 권력의 힘이 너무 세서 우리가 좋은 나라를 만들려다가도 감옥에 갈 확률이 높았는데, 지금은 그러다가 감옥에 갈 확률은 별로 높지 않잖아요. (모두 웃음) 집회를 하더라도 폭력적으로만 하지 않으면, 댓글을 달더라도 욕설과 음해만 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자기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에 지금 이 사항이 꼭 나쁜 상황만은 아닙니다. 


“예, 희망이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밝아진 질문자의 목소리와 청중들의 힘찬 박수에서 희망이 느껴졌습니다. 스님과 대화를 들으며 깜깜하기만 했던 현실이 새롭게 보이고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은 뒤에서 모든 행사를 준비해준 봉사자들에게 인사하고 동국대로 향했습니다. 동국대학교에서는 ‘참 나를 찾아서’ 라는 주제로 사회명망가 초청특강에 스님을 초청했습니다. 스님은 즉문즉설의 원리를 설명해준 후 학생들로부터 다양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2시간 동안 대학생들의 다양한 인생 고민에 대해 쉽고 명쾌한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저녁 7시부터는 서울 올릭핌공원 올림픽홀에서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강연장 밖에서는 많은 봉사자들이 밝은 얼굴로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하반기 강연 중 가장 많은 사람이 모였는데요. 2500여명의 대중이 모인 가운데 행복한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암 투병중인 시어머니를 모시는 며느리, 우울증에서 벗어나고 싶은 젊은이, 춘천에서 달려오신 아이 키우는 엄마, 어리버리해서 일을 잘 못한다는 청년 등 개인적인 괴로움이 대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고, 한국불교의 미래, 지하철 스크린 도어 사고와 빈부격차 등 사회적 문제가 대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행복도가 낮은 데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지만 사회적인 문제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연 중 박원순 서울 시장님도 깜짝 출현했습니다. 박 시장님은 “저도 행복해지기 위해 왔다”며 “시장이 시민들의 행복을 책임지지 못해 이렇게 스님을 찾아오게 해서 미안하다”라는 인사말과 함께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이 박 시장님에게 “시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장 잘 했다고 생각되는 일이 무엇이냐”라고 묻자 “원자력발전소 하나 줄이기 프로젝트인데 서울 시민들의 참여로 전기소비량을 줄일 수 있었다” 라고 답변했습니다. 스님은 “경주 시민들을 비롯한 전 국민이 지진과 원전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는데 좋은 일”이라며 시민들도 동참하기를 권유했습니다. 이어진 영상 질문에는 서울 지하철 스크린 도어 사건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담겼는데, 스님은 답변을 곧바로 박 시장님에게 넘겼고, 박 시장님이 서울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책을 설명해주어서 시민들을 안심시켜 주었습니다. 


연이은 강연으로 밥 먹을 시간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스님은 행복합니다. 강연을 듣고 한 사람이라도,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고 행복해졌다면 오케이입니다.   




 프레스센터에서 국가안보와 민생안정을 바라는 종교・사회・정치 원로들의 시국선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