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 성남에서 밤10시에 강연을 마친 스님은 밤길을 달려 새벽3시 무렵 두북에 도착했습니다. 잠시 눈을 붙이고 6시부터 농사일을 시작했습니다.

땀을 흘리며 농사일에 집중하던 스님은 옆에서 “스님~ 강연 가실 시간입니다” 라고 행자님의 재촉을 하고서야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한동안 춥고 흐리던 날씨였는데 오늘은 맑고 상쾌한 공기와 따사로운 햇살로 아침을 열었습니다. 오늘 강연이 열리는 울산 상공회의소 담장엔 빨간 장미가 예쁘게 피어 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울산 행복학교 진행자들과 봉사자들이 밝은 웃음으로 행사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강연장 입구에 부스를 설치하고 경쾌한 목소리로 행복학교 홍보와 백악관 청원 서명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전 10시 무렵, 청중석이 거의 다 찬 강연장은 살짝 들뜬 분위기였습니다. 외국인도 오고 장애를 가진 분도 전동 휠체어를 타고 일찍 강연장에 왔습니다. 강연장 안에 계단이 있어 휠체어가 앞쪽으로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뒤쪽에서 강연을 들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좀 더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총 열 명이 질문했습니다. 요양원에 아버지를 모시는 문제로 형제간에 의견이 맞지 않아 고민인 분, 남직원들 사이에서 업무 하느라 마음이 힘든 여직원, 경찰공무원을 준비하는 아들을 위해 어떤 기도를 해야 할지 묻는 50대 여성, 시집간 딸이 시부모가 계속 찾아와서 신경이 쓰인다는 50대 후반 여성, 통일이 되면 무엇이 좋아지는지 궁금하다는 40대 초반 여성, 얼마전에 바람을 피웠는데 관계회복을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는 외국인 남성, 재판 중인데 아들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해서 걱정이라는 60대 조선족 여성, 학교에서 K-pop수업을 하는데 아이들이 너무 힘들어한다는 선생님, 강박증으로 고생하는 아들이 약을 안 먹으려고 해서 힘들다는 50대 후반 여성, 삼수 하는 아들을 위해 뭘 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50대 여성 등 각양각색의 인생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오늘은 재판 중인 조선족 여성의 고민을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중국에서 온 조선족 교포입니다. 나이는 60살이고 한국에 온 지 14년 정도 됐습니다. 나이는 점점 먹어가고 체력은 떨어져 갑니다. 집에서 남편, 아들과 같이 살고 있어요. 다 한국에 있는데, 남편은 41살 때부터 뇌경색으로 일을 못하고 있고 아들은 우울증으로 2년 정도 약을 먹고 있습니다. 앞으로가 걱정됩니다.”

“질문자 국적은 어디로 돼 있어요? 중국으로 돼 있어요, 한국으로 돼 있어요?”

“중국으로 돼 있어요. 아들이 2년 정도 약을 먹으면서 조금 나아져서 일하러 나갔다가 시비에 휘말렸어요. 싸움이 붙어서 안전모를 쓴 상태에서 상대방에게 망치로 머리를 맞아 안전모가 뚫리고 머리에 혹이 났어요. 우리는 울산에 살고 있는데 경주에서 사고가 나서 경주에서 재판에 들어갔어요.

그때 우리가 신고를 했지만 상대방 측에서도 신고를 한 거예요. 아들은 상대가 망치로 때리려고 하고 나이도 30살이라 대응을 했나 봐요. 법에 대해서 알았다면 맞고 가만히 있었을 텐데, 홧김에 대응하다가 주먹으로 상대방 얼굴을 쳐서 상대방이 ‘나는 맞아서 이가 흔들거린다’ 하고 신고를 했어요. 그래서 경찰에서 검찰로 넘길 때 특수상해로 제기를 한 거예요. 아들이 또 홧김에 돌을 들어서 던졌거든요. 실제로 때리지는 않고 협박 삼아 옆에다 대고 던졌지만 그게 문제가 돼서 상대방이 상해로 뒤집어씌운 거예요.

억울해서 350만원 주고 변호사를 샀는데 몇 번 끌려 다니고 증인 확보도 제대로 되지 않아서 힘들게 진행하다가 5월 25일에 마지막 재판으로 들어가게 됐어요. 변호사 얘기로는 아들이 돌을 던지긴 했지만 허공에 던졌고, 중국에서 왔고 우울증도 있는 데다가 가정 형편도 어려우니 재판장님이 중국 출입국에 문제가 안 되도록 해달라고 요청은 했대요. 중국으로 가면 치료도 안 되니까요.

그런데 아무리 그렇게 해도 결판이 내려와 봤자 특수폭행으로 처리된대요. 그러면 내년에 비자를 연장할 때 이게 문제가 될 것 같아요. 아들이 여기서 치료받다가 중국에 가면 치료도 안 될뿐더러 집과 떨어져 지내면 병이 더할 것 아닌가, 우려돼요. 앞으로 사는 데 걱정이 많아요. 작년부터 우연히 유튜브에서 법륜 스님 즉문즉설을 보고는 마음이 그때그때 안정을 취하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노후에 준비도 안 돼 있고 하니까 자꾸 걱정이 돼요.”

“남편은 조선족이에요?”

“예.”

“지금 한국으로 귀화를 못 했어요?”

“가족들이 다 한국으로 건너오긴 했는데 비자를 3년마다 연장하면서 계속 머물러있어요. 귀화는 안 돼 있고요.”

“귀화 신청을 아예 안 했어요?”

“예.”

“그러면 외국인이니까 한국에서는 노후 보장을 받을 수 없어요. 그러니 귀화를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중국도 이제 조금조금씩 사회보장이 좋아지니까 어느 정도 되면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도 방법이에요. 노후는 중국으로 돌아가서 고향에서 보낸다고 생각을 하셔도 되죠. 꼭 죽을 때까지 한국에 살아야 될 이유는 없잖아요.”

“제 나이가 젊었으면 중국에 가서 형편이 어려워도 일을 할 텐데 그렇지 못해서.......”

“그 얘기가 아니에요. 중국에서도 소득이 없는 계층이나 노인 계층에 대한 사회보장제도가 갈수록 조금씩 좋아질 거에요. 지금까지는 중국이 살기 힘드니까 그게 잘 안 됐어요. 우리도 옛날엔 사회보장제도가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 조금조금씩 되어가고 있어요. 그러니까 노후를 너무 걱정하지 말고 중국에 돌아가서 보내는 것도 방법이에요. 지금 나이가 60세라면 ‘70세 정도 되었을 때 중국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생각을 하면 좋죠. 안 그러면 여기 귀화 신청을 하든지요. 죽을 때까지 계속 외국인으로 남아 있으면 혜택은 받을 수 없어요.”

“저는 귀화 신청을 하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남편과 아들은 소득이 없어서 안 될 거예요. 저는 장애인 돌보미 일을 하고 있으니까 신청 자격이 되지만 두 사람은 안 될 거예요.”

“그러면 일단 질문자부터 귀화 신청을 하세요. 그래서 통과하고 나면 남편과 아들도 귀화한 한국인의 남편과 자녀가 되기 때문에 다른 제3의 혜택이 있을 거예요. 스님이 그런 것까지 다 자세히 알지는 못하니까 그런 걸 주위에 알아보세요.

그런데 질문자가 질문을 했으니까 먼저 말씀드리는 건, 외국인으로 살 때는 좀 불리하다는 거예요. 민족이 같지만 국적은 다르잖아요. 그러니 외국인으로 살 때는, 특히 분쟁이 생기면 외국인이 조금 불리할 수밖에 없어요. 이걸 똑같이 대우를 받으려고 하면 실망하고 미워하게 돼요.”

“시민이 아니니까 대우를 당연히 똑같이 받는 건 아니겠죠. 그런데 어떻게 하면 지금 상황에서 걱정을 좀 덜 수 있을까 해서요.”

“아들의 재판 과정에서도 외국인이란 사실이 조금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거예요. 한국 사람들도 재판 갔다가 지면 전부 억울하다고 생각해요. 하물며 외국인이기 때문에 재판 결과에 대해서 질문자가 불신하기가 쉬워요. 그러면 질문자가 한국에 살면서도 한국을 미워하고 한국 법체계를 불신하게 되니까 질문자의 괴로움이 더 커져요.

그러니까 변호사를 사서 자기에게 주어진 정당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질문자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해요. 그러나 최종 재판 결과를 질문자가 수용을 해야 합니다. 수용을 안 하면 질문자는 경제적으로 곤궁한데 거기다 정신적으로 또 괴로워해야 해요.

‘그래도 지금까지 한국에 있었으니까 아들이 우울증 치료도 받고 그나마 다행이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계단을 내려가다가 다리가 부러지면 부러진 다리를 잡고 재수 없다고 한탄하지 말고 안 부러진 다리를 잡고 그나마 한 다리는 성하다고 다행이라고 하는 거예요. 이걸 긍정적 사고라고 합니다.

한국에 있는 것에 대해 긍정적 사고를 해야 질문자가 한국에 살면서 행복할 수가 있죠, 자꾸 사고를 부정적으로 하면 근심, 걱정에 미움과 분노까지 겹쳐서 질문자의 삶이 더 힘들어져요.

장애인 돌보미나 간병 일은 힘들긴 해도 70세까지도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앞으로 한 10년 여유가 있으니까 계속해보면서 중국 상황도 살펴보세요. 중국에서도 아마 시진핑 정부 들어온 뒤로 농촌이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많이 추진하고 있을 거예요. 상황 봐서 중국에 최저생계비가 지원되는 시스템이 마련되면 나중에는 중국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해보세요.

질문자는 일단 귀화 신청을 하고 가족들도 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보세요. 안 되면 아들과 남편은 돌아가고, 질문자는 한국인 국적을 취득한 뒤에 중국 가서 살아도 되잖아요. 그렇게 조금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예, 감사합니다.”

“이게 민족과 국가의 차이입니다. 중국에 사는 조선족들은 우리와 같은 민족인데 법률체계상으로는 중국 시민권을 갖고 있어서 한국 시민이 아닌 거예요. 그래서 법률적으로는 외국인이 와서 노동하는 것과 똑같은 대우를 받습니다. 같은 민족이지만 베트남 사람이나 캄보디아 사람과 똑같은 위치에 있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교민들이 힘들어합니다. 자신은 한국 민족이기 때문에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법률체계상으로는 중국인으로 돼 있기 때문에 동일하게 일하고도 월급도 적고 사회보장제도도 안 돼 있으니까 굉장히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조금 더 따뜻한 눈길로 돌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대부분은 식당이나 간병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조금 더 따뜻하게 돌봐주시고, 여기 국회의원님도 계시니까 이런 문제들을 조금 구제받을 수 있는 그런 법안도 마련해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모두 박수)”

강연이 끝난 후 질문자들을 찾아가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요양원에 아버지를 모시는 문제로 힘들어하던 분은 실은 정신병원에 백일 정도 입원해 있었다면서, “《지금 여기 깨어있기》를 접하면서 많이 좋아졌고, 오늘 스님 뵙고 살아갈 용기가 납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법륜스님 건강하십시오.” 라고 활기차게 말했습니다.

통일에 대해 질문했던 분은 “막연히 통일이 쉽게 될 줄 알았는데 복잡한 문제가 너무 많고 주변국들도 우리의 통일에 관심이 많은 것이 자기들만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알게 되니 북한이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하길 기도하고 계속 관심을 가지며 지켜보겠습니다. 깊이 있는 답변 감사합니다.” 라며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습니다.

조선족 여성분은 “세상살이의 모든 고민과 걱정은 자신 마음 속 내면에서 일어나는 것이고 해결책도 오직 나 자신의 마음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며 고개 숙여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삼수 하는 아들 때문에 걱정이었던 분은 “오늘 스님 강연 너무 좋았습니다. 스님 만나 뵈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다행히 오늘 만나 뵐 수 있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자녀 교육은 시대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는 핵심을 가르쳐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라며 기뻐했습니다.

강연장을 찾은 관객 중 한 분은 “명쾌한 답변에 공감이 가고 가벼웠습니다. 나에게는 크게 느껴졌던 문제가 질문자들의 더 어려운 사정을 들으면서 감사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아들이 자기 문제를 질문하려고 했으나 당첨이 안 되었지만 다른 더 급한 질문자들이 채택 된 것이 다행이고 아들의 문제는 아무것도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라며 다음에 아들도 질문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이번 강연에서는 한국인뿐만이 아니라 외국인도 질문해서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생긴 모습은 다르지만 인생 고민은 비슷하다는 걸 보며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크든 작든 자신의 삶의 문제로 힘들어 하다가 스님과 대화를 하며 삶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행복하게 살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유쾌 상쾌 통쾌했던 스님의 강연에서 다양한 인종과 연령, 처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 모두가 하나 되고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강연을 마친 스님은 강연을 준비해준 봉사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격려를 해준 후 강연장을 나왔습니다.

이어서 저녁7시부터는 창원 늘푸른전당에서 창원 시민들과 함께하는 행복한대화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신인숙 사진 김사문 녹취 조태준

<스님의 하루>에 실린 모든 내용, 디자인, 이미지, 편집구성의 저작권은 정토회에 있습니다. 허락없이 내용의 인용, 복제는 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