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덥다가 쌀쌀하다가를 반복하는 요즘입니다. 강연이 있던 날은 옷깃을 스치는 바람이 조금 쌀쌀하게 느껴지는 오후였지만, 하늘빛 핑크빛 티셔츠를 입고 강연장 곳곳에서 반겨주는 봉사자들의 모습에서 화사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연장인 양주경기섬유지원센터는 의정부와 동두천 사이를 잇는 국도 중간쯤에 위치하여 양주 시민은 물론이고 인근 지역인 동두천, 연천, 포천, 의정부 시민들도 함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강연 1시간 전인 6시부터 선착순 입장이 시작되었는데 순식간에 400석이 꽉 찼습니다. 좌석 옆 통로까지 꽉 차면서 무려 550여명의 청중과 80여명의 봉사자가 함께 했습니다. 많은 청중들의 박수소리와 함께 스님은 현 시국에 대한 말씀으로 강연의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요즘 날씨만 따뜻한 게 아니지요? 긴 겨울을 보내던 한반도에도 봄이 오려고 하고 있습니다. 진짜 올지, 안 올지는 좀 더 기다려봐야 되겠지만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과 소련이 대립을 하게 되면서 세계적으로 미,소를 중심으로 냉전체제가 형성됐습니다. 그러다가 1990년에서 1992년 사이에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되고 동유럽이 붕괴되면서 그 냉전구도가 대부분 해체됐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냉전구도가 해체되지 않고 남아있던 게 이 한반도였습니다.

보통 나라와 나라 사이에 전쟁을 했더라도 전쟁이 끝난 지 10년이나 20년 후에는 평화협상을 하고 국교를 정상화합니다. 7년간이나 우리 국토를 짓밟았던 임진왜란도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조선과 왜 사이에 수신사가 오갔어요. 또, 우리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1945년으로부터 딱 20년 만인 1965년에 한,일 수교가 이루어져서 이후 한.일 간에 교류와 협력이 매우 활발했잖습니까. 한국전쟁에 백만 대군을 참전시켰던 중국도 어쩌면 우리와 피맺힌 철천지원수라고도 할 수 있는 사이인데, 이미 한,중 수교가 이루어진지 26년이 지났습니다. 이런 게 보통 세상의 일입니다.

부부는 싸우면 보통 3일 만에 화해를 하지요? 나라와 나라가 싸우면 2, 30년 만에 다 화해를 합니다. 그런데 천년이 지나도 화해를 안 하는 게 바로 종교전쟁입니다. 모든 종교는 신도들에게 항상 평화를 말하지요. 그러나 자기들이 싸울 때는 천년 동안 화해를 안 합니다. 그런데 우리 남북은 종교전쟁을 치른 것도 아닌데, 올해로 한국전쟁이 휴전한지 65년째입니다. 일반적인 예 같았으면 벌써 통일을 하든지, 통일을 못 했으면 전쟁을 끝내고, 서로를 인정하고, 교류?협력을 하든지 했어야 하는데, 지금 우리는 전쟁 끝난 지 65년이 되도록 냉전구도를 해체하지 못한 유일한 예로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남북 간에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또 북한과 미국 간에 정상회담이 이루어지는, 즉 두 회담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역사상 초유의 일이 생겼습니다.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좋으면 남북이 별로 안 좋고, 남북 관계가 좋으면 북미 관계가 안 좋은, 이런 식으로 늘 엇박자였어요. 이번에는 동시에 정상회담이 이루어지면서 어쩌면 65년간 지속된 이 냉전구도가 해체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그 가능성이 현실이 된다면 우리는 이제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내일 일본에서 갑자기 전쟁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내일 중국에서 갑자기 전쟁이 일어날 수 있겠어요? 없겠지요. 그런데 우리는 내일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위험과 불안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왜냐하면 남북은 휴전 중이었으니까요. ‘휴전’이란 전쟁이 끝난 게 아니고 ‘전쟁의 일시적 멈춤 상태’입니다. 이것을 영원히 멈추기 위해 종전협정(終戰協定), 또는 평화협정을 맺어야 합니다. 우리와 중국은 이미 26년 전에 국교정상화를 했고, 그 전에 러시아의 전신인 구소련과도 국교정상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북한과 미국, 북한과 일본, 그리고 남북 간에는 아직도 해결이 안 되서 우리는 65년간 전쟁발발의 위험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래도 한국 사람들이 위대하지요. 그런 위험한 상태에서도 경제를 이만큼 발전시키고, 민주화를 이만큼 달성했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늘 불안에 휩싸여 살아왔는데, 이번에 이 전쟁을 완전히 끝내는 평화협정이 가능한 상태가 됐습니다. 북한이 핵을 만들어서 우리를 더 큰 위험에 빠뜨렸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핵을 없앨 수도 있다. 핵을 없애자는 회담에 우리가 참여할 용의가 있다.’ 이렇게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조금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절대로 핵은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번에는 약간 한 발 물러났다는 거예요. 게다가 엊그저께에는 ‘핵실험장도 폐쇄할 수 있고, 핵물질을 해외에 내보내지도 않고, 핵실험도 안 하겠다’고 했지요. 핵을 없애겠다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핵동결, 즉 더 이상 발전시키지는 않겠다고 함으로 해서 이번 회담을 위한 대화가 시작된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미국 트럼프대통령에게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확실히 함과 동시에 전쟁도 끝낼 수 있게 평화협정을 맺어주십시오’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아마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 간에는 ‘우리는 이제 전쟁을 끝냈다. 더 이상 전쟁은 없다.’ 이렇게 종전선언을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말에 불과하니까 힘은 없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선언을 하면, 북미 간에는 전쟁이 없는, 종전을 향한 협상을 일단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 협정이 맺어지는데도 시간이 걸리니까요. 이렇게 된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비로소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가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제가 여러분께 ‘한반도에 봄이 올지도 모른다’고 인사말씀을 드린 겁니다.

그런데 제가 왜 ‘봄이 온다’고 말하지 않고 ‘올지 모른다’고 말한 걸까요? 아직 확실하지 않으니까요. 회담을 하다가 안 되면 또 ‘전쟁하겠다’고 난리를 피울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 우리는 칼날 위에 서있는 것과 같습니다. 잘하면 지금까지 있던 위험요소를 해소할 수도 있고, 잘못하면 전쟁이 일어날 위험만 더 높아질 수도 있겠지요. 미국이 ‘북한은 말로 해서 안 된다. 바로 군사적 공격을 해야 되겠다’고 나올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으니까요.

회담이 잘 되면 앞으로 이곳 ‘양주’가 좋아질까요, 안 좋아질까요?(모두 웃음) 여기가 양주이니까 제가 이 얘기를 꺼낸 거예요.(모두 웃음) 땅값도 오르고, 집값도 오를지 모르잖아요. 사는 집은 내내 그 집인데 땅값 오르고, 집값 올라봐야 괜히 세금만 따라서 오르니까 꼭 좋은 것만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기분은 좋잖아요, 그렇지요?”

“네.”

“그래서 여러분들이 선견지명이 있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모두 웃음) 대부분 서울에서 어느 쪽으로 이사를 가려고 합니까? 남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여러분들께서는 무슨 선견지명이 있어서 이렇게 북쪽으로 이사 올 생각을 하셨어요? 사람들로부터 ‘바보같이! 가려면 남쪽으로 가지, 왜 북쪽으로 가느냐?’는 말을 들었을 텐데, 이런 날이 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냉전구도해체의 가능성이 열려서 무엇보다 여러분들께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우리 다함께 지금 찾아온 평화를 같이 만들어가자는 의미에서 강연장 입구에 ‘한반도 평화협정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으니 여러분들께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세요. 백악관에 청원해서 답변을 받으려면 10만 명에게 서명을 받아야 합니다. 10만 명 이상을 완수했기 때문에 이제 답장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은 갖춰졌습니다. 그런데 공식적인 답장이 오기 전에 저는 이미 트럼프대통령한테 직접 답을 들었습니다.

‘한국이 아직도 전쟁 상태라는 걸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한국에서 이제는 전쟁이 끝날 때가 됐다. 남북정상이 그런 평화협정을 논의하는 것에 대해서 나는 축복을 보낸다.’

이 정도면 직접 들은 거나 다름없지요. 그런데 이 분이 워낙 변덕스러운 성격이라 실제 그렇게 할지, 안 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미국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한 것은 역사상 처음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한국 사람들은 정말로 평화를 원한다’는 걸 보여주려면 이 서명이 10만 명으로 끝날 게 아니라 20만, 30만 명은 되어야 좋지 않겠어요? 그러니 여러분들 중에 아직 서명을 안 하신 분이 계신다면 나가시는 길에 꼭, 아니면 집에 가셔서라도 꼭 서명해 주시라고 당부의 말씀을 드립니다.

계절의 봄은 해마다 찾아오지만 이 한반도의 봄은 65년 만에 찾아오는 중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또 하나의 봄이 있는데 그게 뭘까요? ‘마음의 봄’입니다. 여기 지금 계절의 봄은 왔는데 마음은 한겨울인 사람이 간혹 보이네요.(모두 웃음) 오늘 대화의 주제는 ‘어떻게 하면 마음의 봄을 맞이할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좋지요?”

“(대중들) 예.”

“오늘 우리가 세 개의 봄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강연에는 다양한 연령대에서 질문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인데 얼마 전에 불교학과로 진로를 선택했다는 교복 입은 여학생의 질문을 시작으로, 자기 판단의 기준을 넓히고 싶다는 젊은 남자분, 얼마 전 감정의 격동기를 겪었는데 또다시 그런 상황이 올까 봐 걱정이 많다는 30대 후반 남자분, 의욕 없는 고3 아들에게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지 고민하는 여자분, 남은 인생 후반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힘들다는 40대 후반 여자분, 틀림을 다름으로 인정하는 것에 불편한 마음이 든다는 남자분, 곧 외국 유학을 계획 중인데 어디로 가면 좋을지를 묻는 남자 대학생, 급변하는 북미 관계에 대해 질문한 40대 남자분, 아들의 결혼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하는 여자분, 수학을 못 하는데 어떻게 계획을 세우면 될지를 묻는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 등 총 10명이 질문했습니다.

다양한 질문 중에서 오늘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급변하는 북미 관계를 보며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혼란스러운 마음도 있다는 40대 남자분의 질문을 소개하겠습니다.

“서두에 말씀해 주셨던 한반도 문제 관련해서 추가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북미 정상들이 서로에게 악담을 퍼부으면서 전쟁이 언제 날지 모를 굉장히 위급한 상황이었습니다. 지금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 싶게 불과 3일 후에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것이고, 이어서 북미정상회담도 열릴 건데요, 너무 급작스럽게 큰 변화가 일어나니까 저는 어리둥절하고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요새 TV를 봐도 1, 2차 정상회담에 비해서 3차 정상회담은 그다지 비중이 크지 않은 것도 같고, 제 주변을 봐도 국민들의 관심이 그다지 높지도 않은 것 같아요. 저는 이런 분위기에서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과연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을지 조금 염려가 됩니다.

또 주변에서는 그간 북한이 계속 말을 바꾸어왔던 전례로 보아 이번에도 과연 믿을 수 있겠느냐는 의심을 많이 품더라고요. 그래서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나면 혹여 더 불안한 정세가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북한이 겉으로만 평화협정을 내세울 뿐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건 아닐까요? 실제 보수세력들은 그런 우려를 하고 있잖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해야 균형 잡힌 시각으로 상황을 볼 수 있을지, 스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옛말에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이 있지요?”

“(대중들) 예.”

“그래서 김정은의 극과 트럼프의 극은 정반대 같지만 통하는 면이 있습니다.(모두 웃음) 그런 성질을 우리가 봐야 합니다. 또 지금 김정은도, 트럼프도 정치적으로 약간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러니까 둘다 그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극단적으로 대응을 하든지, 아니면 어떤 타협의 성과를 내야 되는 처지예요.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지금 전개되는 상황은 전쟁이 일어날 위험도 안고 있지만 극적인 타협을 할 수도 있는 양면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볼 때 혼란스럽게 보이는 겁니다. 극과 극을 오가니까요.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전쟁의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협상의 기회도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전쟁은 손실이니까 우리는 전쟁의 위험을 낮추는 쪽으로 노력을 해야 되고, 협상의 기회는 우리에게 이익이니까 그 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던 거예요. 제가 점쟁이처럼 동전을 던져서 ‘어느 쪽이다!’ 이렇게 접근하는 건 실천적이지 못 합니다. 그런 건 방관자, 즉 제3자가 구경할 때나 하는 짓입니다. 우리는 당사자이지 제3자가 아니에요. 그러니 지금 상황이 양면성을 가졌음을 잘 보고 ‘위기는 낮추고 기회는 높인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면 하나도 혼란스럽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늘 얘기했듯이,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까운 법입니다. 즉 지난 65년 동안 안 풀렸기 때문에 ‘안 될 것이다. 그렇게 쉽게 될 것 같으면 왜 지금까지 안됐겠느냐?’ 이렇게 본다면 안 되는 쪽으로 비중이 높아지지요. 그런데 이 문제는 그래도 언젠가는 해결이 돼야 해요. 그런데 벌써 전쟁이 끝난 지 65년이나 지났습니다. 그럼 해결될 날이 가까워졌어요, 멀어졌어요?”

“(대중들) 가까워졌어요.”

“예, 가까워졌어요. 그러니까 ‘전쟁 끝난 지가 언젠데, 지금까지도 안 됐는데 쉽게 되겠느냐?’라고 보면 부정적으로 보는 거고, ‘언젠가는 될 수밖에 없는 문제인데 이미 시간이 한참 됐으니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라고 보면 전혀 혼란스럽지가 않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이렇게 잘 되니까 앞으로 만사가 다 잘 될 것이다’라고 보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해결이 안 된, 해결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 건 사실이니까요.

그리고 작년이랑 지금이랑 바뀐 게 아무 것도 없어요. 그러니까 너무 낙관적으로 보면 안 됩니다. 그렇다고 해결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에요. 지금까지 해결이 안 된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이제는 해결될 때가 왔다고 볼 수 있죠. 그렇게 우리는 양쪽을 다 보고 있어야 됩니다. 그런데 저한테 굳이 남북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묻는다면, 저는 현재 1%라도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고 봅니다. 즉 회담이 안 될 위험도 있지만 잘 되어갈 가능성이 1%라도 더 높으니 ‘49 대 51’이라고 봅니다.

그 이유를 한 번 살펴봅시다. 북한의 긍정적인 측면은 어쨌든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겁니다. 북한은 늘 수세에 몰려 있었어요. 즉 인민들에게 자신감을 줄 게 하나도 없다가 이제 ‘핵개발 했다!’ 하는 것으로 그 자신감과 기가 좀 살아난 거예요. 그 동안은 인민들이 굶어죽어도 ‘핵만이 살 길이다’라고 해 왔기 때문에 핵을 폐기한다는 건 불가능했어요. 그런데 일단 핵은 개발 했으니까 이제는 폐기하더라도 그 ‘개발했다’는 자부심은 남겠지요? 또 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머리에도 남아있으니까 ‘폐기하더라도 만들려면 금방 다시 만들 수 있다’는 변명도 할 수도 있고, ‘우리가 핵을 개발했으니까 미국이 우리한테 겁을 내서 무릎 꿇고 들어온다’는 변명도 할 수도 있겠지요.

또 북한은 얼마 전까지는 경제와 핵, 이 두 가지를 함께 추구하는 병진노선이었는데 ‘핵은 완성했으니까 이제는 경제에 치중할 때다. 그러자면 원수인 미국과도 협력을 해야 된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북한은 이제 강경노선에서 한 발 물러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거예요. 그러니까 엊그저께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는 발언을 할 수도 있었다고 봅니다. 이런 게 북한의 긍정적인 모습입니다.

그 다음 한국 정부는, 국민들이 선택을 해야 되는 문제가 있지요. ‘핵을 없애기 위해서는 전쟁도 불사하자’, 또는 ‘북한이 핵을 없애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좀 점진적으로 없애더라도 전쟁방식으로 해결하지는 말자’, 이 두 가지 의견에 대해 국민여론은 반반일 수 있는데 정부는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입장이에요. 그런데 지금 정부에 대한 국민지지도가 높잖아요. 그래서 지금 한국 정부도 긍정적인 입장입니다.

그런데 미국 트럼프 대통령 입장을 보면, 군사적으로 북한을 공격할 준비는 다 했지만 정작 공격을 했을 때 오는 피해가 굉장히 크단 말이에요. 그래서 미국이 군사적인 공격을 하겠다고 협박을 하다가도 막상 못하는 이유는 너무 큰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평화협상을 얘기하다가도 또 못하는 이유가, 협상을 하려면 좀 양보를 해야 되잖아요. 그러면 미국 국내에서 ‘그 왜 작은 나라한테 미국이 양보를 하느냐?’고 반대여론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전부 군사적인 공격을 하겠다고 협박을 했다가 평화협상을 했다가, 그렇게 왔다 갔다 하면서 지금까지 온 거예요. 그런데 트럼프대통령이라는 사람은 미국 국민들이 전쟁을 반대해도 자기가 마음먹으면 할 사람이에요, 안 할 사람이에요?”

“(대중들) 할 사람이에요.”

“평화협상도 마찬가지예요. 사람들이 반대해도 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할 사람이에요, 안 할 사람이에요?”

“(대중들) 할 사람이에요.”

“예. 그렇게 두 가지를 모두를 할 수 있는 사람인 거예요. 그러니까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는 사람이라 가부간에 뭘 해도 하나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지요. 게다가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위기에도 몰려있고, 11월 중간선거도 앞두고 있습니다. 또 재선을 하려면 성과를 내야 되는데 그동안 큰소리 친 것에 비해서 뚜렷한 성과를 낸 게 없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좋은 성과를 내면 자기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전환을 시도해 볼 수도 있으리란 기대가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 트럼프대통령도 큰소리는 치고 있지만 결국은 타협을 해서 세계에다 대고 ‘부시도 못하고, 클린턴도 못하고, 오바마도 못한 걸 내가 했다!’고 하고 싶을 수도 있잖아요. 이 분은 또 그렇게 자랑하는 걸 좋아하잖아요.(모두 웃음) ‘평창올림픽도 실패할 뻔 했는데 내 덕분에 성공했다’고 자랑했잖아요.(모두 웃음) 자화자찬만 하기가 그랬는지 ‘한국 대통령이 그렇게 말하지 않느냐?’고 했잖아요.(모두 웃음) 그런 성격이기 때문에, 제가 볼 때는 잘 될 거예요.

남북정상회담은 특별히 잘못될 이슈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에서 ‘핵은 대화 테이블에 올리지 마라’고 하면 남쪽에서 비난이 많을 텐데, 북한이 그 문제를 남한과 ‘핵을 테이블에 올려서 얘기해보자’고 나오잖아요. 그런데 그건 남북끼리 해결될 일이 아니에요. 그럼 트럼프 대통령이 할 일이 없어지니까요.(모두 웃음) 그렇다고 북한이 해결 안하겠다고 하면 또 부정적이라고 난리가 날 거예요. 그래서 이 문제는 원칙적인 합의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어요. 그러니 남북 간에는 그렇게 첨예한 쟁점이 될 만한 이슈가 없다는 거예요. 얼마나 디테일하게 다룰 건지는 앞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겠지요. 그래서 남북정상회담이 무슨 갈등이 생겨서 깨지거나 할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잘 되리라고 보는데, 앞으로 추진과정에서는 어려움이 굉장히 많을 겁니다. 그건 우리가 각오해야 돼요. 어제까지 전쟁하자고 했을 정도로 어려운 문제였으니까 과정은 당연히 복잡할 수밖에 없죠.

그런데 북미정상회담은 남북회담보다 훨씬 쟁점이 많을 겁니다. 트럼프대통령이 큰소리 칠 수 있도록 북한이 뭔가 ‘한 방’을 내놔야 되는데 그걸 줄지, 안 줄지 모르지요. 그런데 주지 않을까요?(모두 웃음) 그리고 지금 트럼프 대통령 입장을 보면, 북한이 한 방을 안 줘도 자기는 마치 한 방 얻은 것처럼 하지 않을까요?(모두 웃음)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결합이 되어있는 문제이니까요. 그래서 정상회담까지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 좋은 기회가 지속되어서 결말을 잘 맺을지는 모르겠어요. 쉽지가 않을 겁니다. 이건 정말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나아갈 거라고 봅니다. 우리는 다만 잘 되도록 기도하고, 여론을 형성하고, 혹시 우여곡절을 겪게 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고, 나아가야 돼요. 미국이 부상하는 중국과 쟁패하고 있는데, 우리 남과 북이 계속 갈등만 하면 하나는 중국 밑에 붙고, 하나는 미국 밑에 붙어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 될 거예요. 중국과 미국의 경쟁이 격화되기 전에 우리 남북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야 합니다. 중국과 미국이 경쟁할 때 남과 북이 평화적 통일 상태라면 오히려 우리 남북 때문에 미중 사이도 좋아지는, 그래서 동아시아에 평화가 올 수도 있지 않겠어요?

이런 관점에서, 저는 한국이 경쟁상대를 북한으로 보는 건 좀 수준이 낮은 관점이라고 봅니다. 북한이 아니라 우리의 경쟁상대는 장기적으로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입니다. 그러려면 북한을 너무 경쟁상대로 보지 말고 적절하게 포용해서 남북이 통합을 한 뒤에 힘을 합해서 주변 강국들과 장기적으로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분단된 상태로는 규모도 너무 작고, 에너지를 내부에 너무 많이 빼앗기는 경향이 있으니까 일단 우리 내부를 통합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거지요. 100년을 내다봤을 때 이런 관점이 낫지 않겠어요?



그런데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 보고 ‘북한을 어떻게 믿느냐?’고 하는 건데, 믿기는 좀 어렵지요.(모두 웃음) 어제까지 싸우던 사이인데 어떻게 믿어요? 여러분들, 부부간에 싸워서 이혼 직전까지 갔는데 하루 만에 화해가 안 되지요. 이혼까지 갔다가 돌아서서 ‘다시 잘해 보자’ 할 때는 서로 지켜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럴 때 상대방에 대해 ‘저걸 어떻게 믿겠냐?’는 마음이면 지켜보기도 어렵고, 그러면 헤어지는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자식도 있고 하니까 같이 잘 해 보는 게 낫겠다’ 할 때는 조심스럽게 지켜보면서, 조금씩 양보하는 길밖에 없지 않겠어요?”

“예,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강연이 끝난 후, 질문자에게 소감을 인터뷰했습니다.

“얼마 전 신문을 통해 3년 전부터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천일기도를 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감동했습니다. 평소 즉문즉설을 통해서 위로를 많이 받았는데, 우리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애쓰시는 모습과 언행일치 되는 삶을 살고 계시는 스님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남북이 긴 시간 떨어져 살아서 분단이 굳어졌다고 볼 것인가 아니면 그 긴 시간만큼 이제는 다시 합칠 때가 다가오고 있는가’라는 관점이 마음에 남습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분단된 상태로 살고 있어서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스님 말씀을 듣고 보니 일본강점기 때 해방될 줄 모르고 산 사람의 모습이 떠올라서 역사의 긴 안목을 못 보고 살았구나 싶었습니다.

질문할 수 있어서 좋았고 가까이서 뵐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연장을 나서는 청중들에게도 소감을 여쭤봤습니다. 맨 앞자리 바닥에 앉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경청하던 부부는 “당사자들에게는 심각한 고민을 무겁지 않고 재미있으면서도 뼈 있는 답변들로 질문자가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능력에 감탄하며 들었고, 강연장에서 들으니 집중도 잘 되고 좋았다. 경기 북부지역에서 스님의 강연을 자주 듣고 싶다.”라는 바람을 간절하게 얘기하셨고, 60대 초반의 여자분은 “열심히 살았지만 만족스럽지 않아 불만이었는데 다른 질문자의 답변을 통해 내 삶의 자긍심을 되찾았다”며 환한 얼굴을 지으셨고, 50대 초반의 여성분은 “내가 고민하고 있는 자식 문제에 대해 답을 얻었다. 스님 말씀을 듣고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밝게 웃으셨습니다.

많은 질문으로 길어진 강연 시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하는 모습에서 성숙한 세계시민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웃고 박수치는 사이 비슷비슷한 삶의 고민을 통해 마음이 자유로워진 모습이었습니다.

양주시가 속해 있는 경기 북부 지역은 경기 이남에 비해 일자리 및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의 봄소식이 들려오는 지금 시국에서 발전 가능성이 무한한 이곳 시민들은 선견지명이 있다 하신 스님의 말씀에서 긍정적인 사고를 다시금 새기게 되었습니다.


스님은 책 사인회와 강연을 위해 수고해 준 봉사자들과 단체 사진을 찍고 모든 일정을 마쳤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앞둔 시점에서 어떤 관점을 가지고 바라봐야 할 것인가를 다시금 되새기는 강연이었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이승진 사진 장혁준 녹취 정란희 편집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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