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며 들판. 길옆까지 어여쁜 꽃들이 피어나고 연둣빛 잎새들이 고운 자태를 뽐내는 계절. 새벽부터 봄비가 촉촉이 내리기 시작했지만, 오늘 스님은 두북 어르신들을 모시고 나들이를 갔습니다. 농촌 독거노인 등 소외 계층에 대한 정례적 지원과 부모님들에 대한 감사와 보은, 섬김의 마음을 실천하기 위해 해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비가 와서 많이 못 오시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이쁘게 차려입은 어르신들이 우산을 쓰고 많이들 오셨습니다. 어르신들이 모두 버스에 타고 나니 스님은

“아이고 오셨는교. 비가 와가 걱정입니다만 비 오면 농사일도 못하고 노니까 비 맞고 일하는 것 보다는 놀기가 더 좋은 날입니다. 오늘 하루 즐겁게 노세요.”

차량 세 대마다 오르셔서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이어서 첫 목적지인 범어사로 출발했습니다. 차 안에서 간식이 가득 든 꾸러미와 수신기도 나눠드렸습니다. 어르신들은 꾸러미를 열어 맛난 간식을 드시며 소풍 가는 아이들처럼 밝은 표정이었습니다.

“오늘 기분 어때요?”

“좋아요.”

“좋아요, 말고 다른 느낌은요?”

“겁나 좋아요.”

어르신들의 대답에 모두 크게 웃었습니다. 그렇게 즐겁게 얘기 나누는 동안 범어사에 도착했습니다. 범어사 올라가는 입구엔 알록달록 연등과 곱게 핀 연산홍들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범어사 설법전에 도착하니 나들이 기념 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마른 풀이 불에 타서 재가 되어 흔적 없이 사라지듯이, 우리가 지은 모든 죄업이 녹아지이다. 또 알게 모르게 지은 공덕은 다음 생에도 이어져 행복한 삶이 이어지기를 재불 보살님께 발원하옵니다”

스님은 어르신들의 삶과 건강을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축원하였습니다.

이어서 범어사 주지스님이신 경선스님이 “어르신들과 법륜스님이 이곳에 오셔서 영광이다”라며 환영 인사를 하셨습니다. 환영 인사가 끝나고 스님의 법문이 시작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왜 다리가 아프고, 눈도 잘 안 보이고, 귀도 어두워지는지 아세요? 눈이 밝으면 온갖 게 다 보여요. 그리고 눈에 자꾸 보이면 ‘이거는 이게 잘못됐다, 저거는 저게 잘못됐다’ 고 하게 돼요.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나이 많은 사람이 잔소리하는 걸 좋아해요, 싫어해요?”

“싫어해요.”

“네, 자꾸 잔소리 하면 젊은 사람들이 싫어해요. 그러니 잔소리를 안 하려면 눈에 안 보여야 돼요. 나한테 안 보이면 잔소리를 안 하게 돼요. (대중 웃음) 그러니 눈이 잘 안 보이는 건 좋은 거예요, 나쁜 거예요?”

“...(대중웃음)”

“안 보이는 게 좋은 거예요. (대중 웃음) 저도 절에서 예전과는 다르게 살아요. 젊을 때는 제자들이 아침에 안 일어나거나 예불을 안 하면 죽비로 깨워서 예불을 시켰어요. 그런데 요즘은 아예 안 봅니다. (대중 웃음) 그냥 문을 안 열어봐요. 제자들이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 안 보면 아무런 문제가 안 돼요. 예전에는 예불에 누가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 점검도 하곤 했는데, 요즘은 아예 안 보니까 뭐라고 할 게 없어요. (대중 웃음) 나이든 사람이 자꾸 이것, 저것 간섭하면 젊은 사람들이 안 좋아해요. 그러니 가능하면 간섭을 안 하는 게 좋아요.

귀도 눈하고 똑같아요. 귀가 밝으면 자꾸 소리가 들려요. (대중 웃음) 그런데 신경을 안 쓰려면 아예 안 들려야 돼요. 그래야 못 들은 척하고 넘어갈 수 있어요. 옆에서 뭐라고, 뭐라고 해도 그냥 못 들은 척 하고 슬쩍 넘어가셔야 해요. 아시겠지요?”

“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조금 점잖아져야 해요, 젊은 사람들처럼 빠릿빠릿하게 돌아다녀야 해요?”

“점잖아져야 해요.”

“네, 조금 점잖아야 해요. 그런데 젊을 때부터 빠릿빠릿하게 다니던 게 습관이 되면 나이가 들어도 하루아침에 잘 안 바뀌어요. 대신 다리가 아프면 저절로 점잖아져요.(대중 웃음) 어딜 빨리 가려고 해도 다리가 아파서 갈 수가 없어요. (대중 웃음) 그래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천천히 다니게 되어있어요.

우리 몸뚱이가 나이에 맞게 행동하게끔 저절로 다 바뀌어주는 거예요. 아시겠지요?”

“네.”

“젊을 때는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했는데, 이제 나이가 들고 다리가 아프면서는 그냥 대청마루에 느긋하게 앉아계시면 돼요. 그러니 다리가 아픈 건 좋은 거예요. 농기계도 오래되면 고장 나잖아요. 하나, 둘 고장 날 때는 조금씩 고쳐 쓰다가 어느 순간 고치는 비용이 새로 사는 비용보다 더 들면 어떻게 해요?”

“폐기처분해요.”

“네, 비용이 너무 많이 들면 쓰던 기계도 갖다 버리죠. 아깝긴 하지만 고장이 너무 많이 나면 버려야지 별 수 없잖아요. 그렇다고 멀쩡한 걸 그냥 버리면 안돼요. 이왕 쓰던 기계니까 쓸 수 있는 데까지는 쓰고,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으면 그때는 버리는 거예요.

지금 대한민국은 자살률이 세계 1위인 국가예요. 단순히 1위만 하는 게 아니라 세계 평균 자살률의 2.5배로 1위예요. 통계를 보면 하루에 자살하는 사람이 36명이라는데, 매일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자살로 죽다보니 이제 자살로 목숨을 잃는 사람의 소식은 뉴스나 신문에 나오지도 않아요. 이 숫자는 매일 버스 1대가 전복사고로 전원 사망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그런 사고가 일어나는 것과 같아요.

그러니 우선 조상으로부터 받은 몸뚱이니까 어떻게 해야 해요? 쓰고, 쓰고 해서 더 이상 못 쓸 때까지는 잘 써야 해요, 아셨죠?”

“네.”

“그러다가 몸이 말도 잘 안 듣고 더 이상은 못 쓰겠다 싶으면 버려야 되는데, 이때는 또 미련없이 버려야 돼요.”

“네.”

“네, 더 이상 못 쓸 때가 되면 미련을 갖지 말아야 돼요. 그런데 살아있을 때는 ‘에고, 마 죽었으면 좋겠다.’ 하다가 죽을 때가 되면 또 안 죽겠다고 산소 호흡기도 달고 이런 저런 호스들 다 달고 살아보겠다고 그래요. (대중 웃음)

미국에서 나온 통계에 의하면 그렇게 죽기 1년 전에 하는 연명치료에 들어가는 의료비용과 태어나서부터 연명치료 전까지 사는 수십 년 동안 들어가는 의료비용이 거의 같다고 해요.

한국은 의료비를 의료보험에서 많이 충당해주고 개인의 부담은 크지 않기 때문에 한 사람당 얼마나 많은 의료비용이 지출되는지 여러분들이 잘 모르지만, 실제로 지불되고 있는 의료비용은 엄청 큰 액수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몸이 더 이상 쓰기 어려울 때가 되면 자식들이 연명치료 한다고 해도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아시겠죠?”

“네.”

“지금은 대답을 잘 하시지만 막상 그 입장이 되면 안 그럴 거예요. (대중 웃음) 그러니 어떻게 해야 된다고요? 살아 있을 때는 아무리 어려워도 죽겠다는 생각을 하면 안 돼요. 살아있을 때는 재미있게 살고, 또 죽을 때가 되면 어떻게 해야 된다고요?

대중: “미련 없이.”

“네, 미련 없이 가야돼요. 한 치의 미련도 없이 남은 사람들한테 그냥 ‘잘있거라’ 하고 가야 해요. (대중 웃음)

가을에 낙엽이 져야 봄에 새 잎들이 잘 나잖아요. 그런데 져야 할 낙엽이 봄까지 붙어 있으면 보기 흉해요. (대중 웃음) 그러니 져야 될 때가 되면 지는 게 좋은 거예요.

그렇다고 ‘90세가 되면 죽어야지’ 뭐 이런 생각하시면 안 돼요. 90세든 100세든 살아있을 때까지는 잘 살아야 해요, 아시겠지요?

대중: “네.”

“그러니까 지금 살아있는 데 자꾸 ‘죽겠다, 죽겠다.’ 이런 소리 하시면 안 돼요. (대중 웃음) 숨이 넘어갈 때까지는 잘 사시고, 갈 때는 미련 없이 가는 거예요.

자식들한테도 죽은 다음에 안 울게끔 해야 해요. 내가 죽은 다음에 어디에 가는지 모르니까 자식들은 우는 거예요. 죽은 다음에 지금보다 더 좋은 곳에 가는 줄 알면 자식들도 서운하기는 해도 ‘안녕히가세요, 더 좋은 곳에 가세요’ 할 거예요. 그러니까 떠날 때 어떻게 떠나야 된다고요?

대중: “미련 없이 잘 있거라.”

“네, ‘잘 있거라’하고 가고 자식들도 ‘안녕히가세요’하고 보낼 수 있어야 해요.

살아있을 때 찬물이라도 떠주고 살아있을 때 밥 한 끼 같이 먹는 게 효자이지, 죽은 다음에 재를 지낸다고 거금을 쓰고 난리를 피우는 게 효자가 아니에요. 그런 거 한다고 죽은 사람이 아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는 영원히 살 수 있어요, 없어요?“

대중: “없어요.”

“영원히 사는 건 없어요. 그리고 누가 먼저 가고 늦게 가고도 정해져 있지 않아요. 80, 90되신 분들은 ‘아이고 스님, 제가 나이가 90인데 아직도 안 죽어요’ 하시는데, 죽는 건 나이와 관계가 없습니다. 90이 아니라 100세가 되셔도 살아있을 때는 사셔야 해요. 그러니 사시는 날까지는 행복하게 사셔야 해요. 아시겠지요?”

대중: “네.”

“자식 걱정도 너무 하지 마세요. 자식들은 다들 알아서 잘 살아갑니다. 아들, 딸이 결혼하든 안 가든, 손주들이 결혼하든안 하든 간섭할 필요가 없어요.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서 결혼을 해도 잘 살고 안 해도 잘 살아요. 그러니 내가 걱정 안 해도 다들 잘 살아갈 거예요. 옛날에 보릿고개가 있을 때도 우리 모두 다 잘 살아왔잖아요. 옛날에는 초등학교도 졸업 안 하고도 잘 살았는데 지금은 그보다 더 좋은 세상인데 대학을 가고도 왜 못 살겠어요. 그러니 우리는 우리 걱정을 해야지 애들 걱정할 때가 아니에요. (대중 웃음) 남 걱정 하지 말고 내 걱정만 하는 거예요. 그리고 또 따지고 보면 내 걱정도할 게 없어요. (대중 웃음) 이미 살만큼 살았잖아요. 옛날 같으면 벌써 떠났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오래 살아서 좋은 세상 구경도 했잖아요. 자동차도 타봤고, 좋은 음식도 먹어봤잖아요.

제가 어릴 때 이웃집에 사신 분이 평생 차를 못 타보다가 군대 신체검사를 하러 갔다가 차를 탄 거예요. 주변 사람들이 차 타니까 어땠는지 물어보니까 ‘차는 앞으로 가고, 버드나무는 뒤로 가더라’ (대중 웃음) 옛날 신작로에는 다 버드나무를 심었잖아요. 그러니 차를 타고 주변을 보면 버드나무들이 뒤로 가듯이 보인 거예요. (대중 웃음)

제가 저번에 죽기 전에는 조금 아프다가 죽어야 된다고 했어요, 안 아프고 그냥 죽어야 된다고 했어요?”

대중: “아프다가요.”

“네, 조금 아파야 돼요. 그래야 자식들이 정을 뗄 수 있어요. 헤어질 때는 정을 떼야 하니까 조금 아프다가 죽어야 해요. 그리고 죽은 다음에 자식들이 어떻게 살아갈지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요즘에도 연금도 나오잖아요?”

대중: “사람마다 조금씩 달라요. 가진 게 없는 사람은 나오지만, 안 나오는 사람도 있어요.”

“자식들 걱정 하지 말라고 이 말씀을 드리는 건데, 앞으로는 돈을 버는 사람이든 못 버는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기본 소득을 줄 거예요. 거기서 더 벌어서 사는 사람은 잘 살고, 기본 소득으로 만족하는 사람은 기본 소득만 가지고 사는 세상이 올 거예요.

오스트리아에서는 나이 드신 분이나 아픈 분들은 모두 양로원에 들어가요. 그 나라 양로원은 정부에서 100% 지원하는 ‘노인아파트’예요. 대신 들어갈 때 가지고 있는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해야 해요. 100만원 있는 사람은 100만원을 내고 들어가고, 1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1억을 내고 들어가는 거예요. 그리고 일단 그곳에 들어가면 모두가 평등하게 지냅니다. 아파트도 평등하게 배분되고, 병원도 평등하게 이용해요.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모두 다 그곳에 들어가면 죽을 때까지 차이가 없어요.

마찬가지로 태어나서 중학교 때까지는 부자든 가난하든 모두가 똑같은 교육을 받도록 합니다. 그 후로는 각자가 가진 기술과 지식에 따라 잘 사는 사람은 잘 살고, 못 사는 사람은 못 사는 거예요. 그러다가 또 죽기 얼마 전에는 다 똑같이 살다가 죽는 거예요. 물론 양로원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안 들어가도 됩니다. 대신 혼자서 살아가려면 집도 있어야 하고, 나이가 들면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기 어려우니까 가정부나 간호사도 필요한데 인건비가 높으니까 웬만한 부자가 아니고서는 시설에 들어가는 게 좋은 거예요.

대신 이럴 때 사람들이 시설에 들어가기 전에 가진 재산을 모두 자식들에게 주고 빈털털이로 시설에 들어가려는 꾀를 쓸지도 몰라요. 그러니 그런 경우를 막기 위해서 시설에 들어가기 10년 전에 양도한 재산은 모두 국가가 회수해야 해요.

앞으로는 이런 세상으로 나아갈 거예요. 그런 곳에서는 노후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요. 젊을 때는 열심히 살다가 힘이 빠지거나 늙으면 정부 시설 안에 들어가면 됩니다. 태어나서 기본 교육을 마칠 때까지 그리고 죽기 전에는 평등하게 살아가도록 하고, 중간에는 각자의 노력과 능력으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입니다.

대신 이런 시스템을 유지하려면 젊어서 돈을 많이 벌 때 그만큼 세금을 많이 내야 합니다. 그래야 국가가 그 돈을 모아서 평등한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유럽에는 이미 이렇게 바뀌어가는 나라들이 있고,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단계까지 나아가진 않았지만 앞으로 점차 이렇게 바뀌어 갈 거예요. 아직은 더디지만 그런 방향으로 차츰 변화하고 있어요.

요즘은 군대에서도 40만원 가까운 월급을 받습니다. 다른 나라들을 보면 대개 군대를 우리나라처럼 누구나 다 가는 게 아니라 군대도 직장처럼 다닙니다. 월급도 웬만한 회사만큼 받으면서 일합니다. 유독 우리나라는 처한 상황이 있다보니 2, 3년에 걸쳐서 의무로 군에 가도록 되어 있는데, 이것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잘못되었다고 해서 앞으로는 10년 정도에 걸쳐서 월급이 일반 직장의 절반 정도인 80만 원 정도까지 오를 거예요. 그리고 요즘은 사람이 많다고 전쟁을 잘하는 게 아니라 전쟁도 기계가 대신 하기 때문에 점차 적은 수의 군인을 필요로 할 거예요. 그러니 더디긴 해도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을 조금씩 좋아집니다.

지금 자식들 걱정하지 말라고 이 말씀을 드리는 거예요, 아시겠지요?”

대중: “네.”

“어르신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자식들은 잘 살아갈 거예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자식, 손주들이 결혼 안 한다고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프랑스라는 나라에서는 같이 사는 사람 중에 60%가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어요. 그러면 혼인신고를 하는 사람은 40%밖에 안 된다는 말이잖아요. 또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 중에 저번에 대통령이 나왔어요.

이것이 좋다, 나쁘다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 자꾸 옛날 기준으로 생각해서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지금 요지는 걱정하지 말라는 거예요, 아시겠지요?”

대중: “네.”

“그리고 남 걱정 하지 말고 누구부터 잘 살아야 된다고요? 나부터 잘 살아야 해요. 젊은 사람걱정하지 말고 나부터 행복하게 살면 돼요.

농사도 죽을똥 살 똥 짓지 말고 되는대로 농사 짓고, 짓다가 허리가 아프면 호미는 밭에 두고 집에 와서 자다가 내일 아침에 괜찮다 싶으면 다시 나가서 농사 짓고 하시면 돼요. 이제는 젊은 시절 생각하면서 죽을 똥 살 똥 농사 지으면 몸이 안 받쳐줘요. 늙으면 과로하면 안 돼요. 맛있다고 음식도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되고, 술도 너무 많이 마시면 안 돼요. 그리고 일도 너무 많이 하면 안 돼요. 몸은 늙어 가는데 일이 과하면 병이 나요.

몸이 늙어가는 거야 어쩔 수가 없지만 병이 나는 건 문제예요. 과로하면 병나니까 젊을 때처럼 집착해서 뭘 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런데 그게 잘 안 될 거예요. 밭에 풀이 있으면 가만히 못 놔두잖아요. 그래도 그걸 안 하는 게 도(道)예요. 젊을 때는 일을 안 하는 건 게으른 것이고 일을 하는 게 잘하는 것이었지만, 나이가 들면 일을 안 하는 게 도(道)예요. 일을 안 하고 가만히 보고 있을 줄 아는 것이 도(道)입니다. (대중 웃음) 그런데 습관 때문에 그게 잘 안 돼요. 저도 잘 안 됩니다. 그리고 자식들한테도 잔소리 안 하고, 말하고 싶어도 안 하는 것이 도(道)예요, 아시겠지요? 그래야 우리가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어요.”

스님은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즐겁게 법문해주었습니다. 법문이 한 시간이 훌쩍 넘어갔지만 스님의 말씀에 박수도 치고 친구분들과 ‘맞어, 맞어’하시며 열심히 듣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이어서 “전 세계인들이 내게 묻는 데 여러분들도 물을 게 있으면 뭐든지 물어보세요” 하시며 즉문즉설 시간도 가졌습니다.

“지금 이 삶이 좋습니다. 죽는다, 죽는다 하지 말고 사는 동안 즐겁게 사세요.”

즉문즉설도 마무리되고 사홍서원으로 법회를 마치고 비가 내리는 관계로 법당 안에서 차량별로 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도착할 때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비 때문에 범어사 경내를 돌며 설명하려고 했던 일정은 취소하고 봉사자들은 어르신의 손을 잡고 부축해서 미끄러지시지 않도록 차로 안내해 드렸습니다. 몇몇 봉사자들은 미리 준비한 수건으로 머리며 옷에 묻은 빗물을 아이를 보살피듯 꼼꼼하게 닦아드렸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관세음보살님의 마음 같아 보는 사람의 마음도 행복해졌습니다.

다음으로 점심식사를 위해 통도사 입구에 위치한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어르신들은 새벽 출발로 배가 고프셨는지 맛나게 잘 드셨습니다. 봉사자들도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고 혹시 부족한 건 없는지 잘 살펴드렸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여흥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반짝이 조끼를 입은 봉사자들과 함께 어르신 모두 노래 부르고 춤도 추며 즐겁게 여흥시간을 보냈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들은 방안에 누워서 쉬거나 주무시는 어르신도 있었습니다. 비는 더 많이 내렸지만 흥겨운 시간은 끝이 날 줄 몰랐습니다.

2시 반이 넘어가자 비가 내리는 관계로 통도사 탐방 일정을 취소하고 조금 일찍 출발했습니다. 스님께서 차량 기사님들께 부탁해서 차는 최대한 천천히 두북으로 가게 했습니다. 차 안에서 즐겁게 노시라는 배려도 잊지 않았습니다. 출발한 차는 어르신들이 다치지 않도록 천천히 달렸고, 노래가 나오자 모두 즐겁게 춤추며 노래를 따라 부르셨습니다. 봉사자들은 차 안에서도 어르신들과 함께 놀고 간식이며 마실 것도 부지런히 날랐습니다. 3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를 1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내가 이 동네로 시집을 잘 와가 이렇게 호강한다.”

“훌륭한 법륜스님이 우리 마을 사람이라서 너무 자랑스럽다.”

“내년에도 봉사하러 온나. 고맙데이.”

마을마다 모셔다드리자 손을 꼭 잡고 고맙다며 인사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아침보다 훨씬 행복해 보였습니다. 어르신들이 더 건강하셔서 내년에도 꼭 참석하시길 간절히 발원했습니다.

어르신들이 모두 돌아가시고, 오늘 나들이를 주관한 해운대정토회 봉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비가 내려서 더 힘들었을 텐데도, “이번에 처음으로 봉사에 참석했는데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춰 축원해주시는 스님 보면서 눈물도 나고 감동했습니다. 그리고 하루 함께했지만 돌아가시는 등 굽은 어르신을 보면서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비가 와서 걱정했는데 열심히 하시는 봉사자들 덕분에 저도 행복했습니다. 스님 법문은 나이 들기 전에 미리 듣는 것 같아 잘 새기겠습니다.”라며 오히려 봉사하며 행복했다는 나누기를 해주셨습니다.

화광법사님은 “비가 왔지만 폭우가 아니라서 너무 좋고, 어르신들 비 맞을까 봐 수건까지 챙겨와서 다정하게 챙기는 모습 너무 감사합니다. 어르신들 모두 걷기 힘들어하시는데 비 와서 많이 안 걸었으니 오히려 비가 와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말씀에 격려가 되었습니다. 봉사자들은 칭찬과 아쉬웠던 점을 서로 나누며 오늘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비는 내렸지만 저 먼 산 비구름이 하늘로 날리듯 어르신들과 함께한 모두의 마음은 새털처럼 가벼웠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최인정, 김봉헌, 조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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