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한불교조계종 제8대 종정이셨던 서암 대종사님의 15주기 추모법회가 있는 날입니다. 스님은 어제 밤 대구 강연을 마치고 늦게 문경수련원에 도착하여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새벽에는 산 중이라 체감기온이 영하1도로 쌀쌀했지만 날이 밝으니 햇빛이 눈부시게 비쳐 따뜻했습니다.

아침 9시 20분, 스님은 법사님들, 문수팀 행자님들과 함께 추모법회에 참석하기 위해 봉암사로 향했습니다. 문경수련원에서 봉암사까지 멀지 않은 길에서도 봄을 한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위를 타고 흐르는 맑은 물소리와 곳곳에 피어있는 산수유, 진달래, 복사꽃이 화사함을 더해주었습니다.

스님은 가장 먼저 서암 큰스님의 부도탑으로 가서 참배했습니다. 산짐승들이 내려와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작년과는 달리 울타리가 쳐져 있었습니다.

올해는 그 동안 출간했던 서암 큰스님의 회고록, 법문집 3권, 영상 dvd를 묶어 서암 큰스님 저작집 셋트를 펴내어서 부도탑 앞에 올릴 수 있었습니다.

꽃과 책을 공양 올리고 스님과 법사님들은 합장하여 염불하며 큰스님을 기렸습니다. 산새 소리가 들리는 양지바른 부도탑에서 염불소리가 가만히 울렸습니다.

스님은 부도탑에서 내려와 조실스님과 주지스님께 인사드린 뒤 봉암사 지증대사탑과 조사전, 금색전, 봉암사 삼층석탑, 극락전을 두루 참배했습니다.

사시예불로 추모제가 시작됐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문도스님, 선방대중스님, 재가신도들로 꽉 찬 법당에서 여법하게 사시예불을 드린 후 안내에 따라 추모제가 이어졌습니다.

대중들이 함께 삼배를 한 뒤, 입정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문도스님, 수좌스님, 주지스님, 원로 스님의 순서로 차례차례 차를 올려 참배한 뒤, 함께 삼배를 올리는 것으로 추모제가 끝났습니다.

여름, 겨울 동안 스님들의 참선 수행 도량으로서 일반인에게 부처님 오신 날 하루를 제외하고는 일절 개방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참선으로 정진의 맥을 이어가는 봉암사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간결한 추모제였습니다.

식순을 마치자 간단한 공양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참가하신 스님과 신도님들께 발간한 서암 큰스님의 저작 셋트를 선물로 전했습니다.

스님은 봉암사 참배 후 법사님들과 함께 선유동 수련원을 둘러 보았습니다. 선유동 수련원은 10여년간 폐쇄상태에 있던 것을 구입하여 수리한 후 정토수련원으로 쓰기 위해 노후상태를 점검했습니다.

스님은 시민들과 행복한 대화를 하기 위해 제천으로 출발했습니다. 스님은 제천 가는 길에 청주 실상화 보살님 댁에 들러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보살님은 올 해 91세로 가장 오래된 정토행자 중의 한분이십니다.

오늘 스님과의 행복한 대화를 위해 봉사자들은 오후 4시부터 즉문즉설 강연 준비로 분주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은 나누기를 하며 오시는 분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현장준비를 했습니다. 강연을 준비하는 봉사자들의 웃는 얼굴은 봄을 맞아 덩달아 꽃이 피는 듯했습니다. 각자 소임을 맡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강연을 준비하는 동안 마음속에 떠오르는 행복의 기운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과의 행복한 대화 시작 1시간 전부터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분들이 오셨습니다. 참석한 분 중에는 수녀님도 계셨는데, 스님의 희망 메시지는 종교의 경계도 초월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미리 오신 분들은 사전영상으로 나오고 있는 즉문즉설을 보며 차분하고 편안하게 기다렸습니다.

사회자의 인사말과 함께 스님이 등장했습니다. 사람들은 환호하면서 스님을 맞이했습니다.

“따뜻한 봄날 여러분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꽃시샘 추위가 몰아쳤죠. 봄이 올 때도 그냥 계속 따뜻해지는 것이 아니라 봄이 올듯, 안 올듯 하면서 오듯이, 우리 인생도 많은 고비가 있는데 그 고비를 못 넘겨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 한반도에도 봄이 오고 있는 듯합니다. 전쟁이 잠시 멈춘 상태인 정전상태로 65년이나 대립과 분쟁을 지속해 왔습니다. 특히, 지난겨울은 전쟁위기까지 치달았다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간에, 북미간에 직접적인 대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회담이 있다는 것 자체가 봄의 길목 입춘을 지나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잘 성사되어 평화체제가 구축된다면 여러분과 여러분의 후손이 더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평화체제가 구축되도록 백악관 청원이 있었는데 한 달이 안 된 26일 만에 10만 서명이 달성되어 여러분의 노력이 봄의 잔설을 녹일 기회가 됐습니다.

오늘의 대화는 마음의 봄이 오는 게 주제입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겠는가. 오늘은 스님으로 온 것이 아니라 행복학교 주최 행복학교 강사로 왔습니다. 오늘 들어보시고 조금이라도 행복하시면 행복학교에 등록하시기 바랍니다.”

즉문즉설이 시작되자 총 6명이 질문했습니다.

6년 전에 사고로 아이를 잃은 후, 3년 전에 스님께 질문했을 때 병원을 가보라고 해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스님을 따라갈 수 있을지 묻는 질문, 남편이 너무 가부장적이어서 아이들이 힘들어하는데, 아빠를 싫어하는 마음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은지에 관한 질문,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어머님이 아프셔서 오래된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급하게 결혼하다보니 남편과 사이가 어색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질문, 5년 전에 아파트 조합원에 가입해보니 비리가 너무 많아서 비상대책위원장이 됐는데, 조합장에 대한 미움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묻는 질문, 2년 전부터 찾아온 우울증으로 일어설 수 없어 힘들다는 질문, 3년 가까이 만난 남자친구가 대인기피증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질문, 이렇게 괴로운 마음들을 호소하는 질문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 비리가 많아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분의 질문을 소개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5년 전에 조합원으로 가입했는데, 비리가 너무 많아서 그 비리를 캐다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까지 맡게 되었어요. 그런데 직장 다니랴, 애 돌보랴 하면서 이 일도 하려니 집안일도 안 되고 아무것도 안 되는 거예요. 게다가 비리가 너무 많으니까 시청에 가서 얘기를 하면 시청 담당자는 ‘우리가 잘못한 게 있긴 하니까 행정소송을 해라’라고 하고 경찰은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 모른척합니다. 비리가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조합장을 죽이고 싶은 제 마음이 컨트롤이 안 돼요. 너무 화가 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비리를 캘 때마다 ‘야, 이 사람 재주 좋다’ 이러면서 해보세요. 그러면 화가 안 나죠. (모두 웃음)”

“화가 더 나요. 조합장 사위가 사무장을 했고 조합장 아들이 변호사예요. 조합 법률대리인이기도 하고요. 얼마 전에 조합장 아들이 공금횡령죄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를 받았어요. 스님 말씀대로 정말 능력 있죠. 그런데도 아직 그 사람이 조합장을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능력 있잖아요. 능력 있는 사람을 존경해야죠. (질문자 웃음, 모두 웃음)”

“조합원들이 분담금 폭탄을 맞게 생겼고 시청이며 경찰에 아무리 하소연해도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너무 화가 나고 짜증나 죽겠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질문자 웃음)”

“지금 조합장이 화가 많이 날까요, 질문자가 화가 많이 날까요?”

“제가 화가 더 많이 나죠. (질문자 웃음)”

“그러면 지금 조합장이 더 괴로울까요, 질문자가 더 괴로울까요?”

“물론 조합장이 더 괴롭겠죠.”

“왜요?”

“지은 죄가 많으니까요. 저는 지은 죄가 없지만요. (질문자 웃음, 모두 웃음)”

“그러면 지금 스트레스를 질문자가 많이 받을까요? 조합장이 많이 받을까요?”

“조합장이 더 많이 받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질문자가 이겨요. 조합장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으면 질문자가 이길 수 있어요.”

“그런데 서민으로서 계속 바위에 계란치기를 하다 보니까 너무 힘들어요.”

“그걸 누가 해결해줘요?”

“저희들이 해결할 수밖에 없죠. 조합원들이 해결해야죠.”

“그러니까요. 제 얘기는 질문자가 지금 이렇게 스트레스 받으면서 이 일을 하면 결국 질문자가 패한다는 말이에요. 조합장은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고, 질문자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계속 비리를 캐야 해요. 질문자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고발하고 또 고발하고, 조합장은 이거 해결하면 저거 터지고 저거 해결하면 이거 터지고 해서 질문자만 생각하면 화가 나서 밤에 잠이 안 올 지경이 되면 질문자가 이기죠. 그런데 질문자가 지금처럼 화가 나서 직장생활도 못 하면 앞으로 더 지치고 몸이 아파지면 포기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조합장 아들이 법률대리인인 변호사다 보니까 서민인 저 같은 경우 정말 바위에 계란치기인 거예요.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그것도 너무...(질문자 한숨) 제 자신이 요즘 컨트롤이 안 되고...”

“그렇게 생각하면 이 세상에 아무것도 안 되죠.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한국 정부를 예로 들면 대통령이나 집권당이 마음대로 하고 우리는 그저 시키는 대로 해야 하고, 거기서 또 내려오면 경찰 서장이나 검찰 총장이나 검사장 같은 사람이 하는 대로 우리는 말을 들어야 해요. 이렇게만 생각하고 따라가다 보면 북한처럼 되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재작년에 백만 명이 길거리에서 촛불을 들어서 그 막강한 권력도 이겼어요. 그런 경험이 있는데 왜 지금 그런 소리를 해요? 조합장 편은 본인과 아들 사위 이렇게 해서 셋뿐이고 질문자 편은 2,000명인데요. (모두 웃음과 박수)

서민의 장점은 머릿수가 많다는 거잖아요. 머릿수 많다는 장점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생각해야죠. 돈은 그 사람이 많고, 여러 가지 법률적인 지식도 그 사람이 많고, 연줄도 그 사람이 많아요. 그렇지만 그 사람은 머리가 셋밖에 안 되고 우리는 머리가 2,000개란 말이에요. 이 머리를 가지고 어떻게 할 건지 궁리를 해봐야 해요. 적의 장점만 보지 말고 내 장점도 보세요. 적의 장점만 자꾸 보면 자괴감이 들어요. ‘나는 돈도 없고 지식도 없고 연줄도 없으니까 우리 같은 서민은 어쩔 수 없다’ 늘 이렇게 얘기한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상대가 못 가지고 내가 가진 장점을 봐야 합니다.

첫째, 나는 비리를 캐는 입장이고 저쪽은 비리를 막는 입장이니까 내가 공세고 저쪽이 방어잖아요. 그러면 공세가 유리하죠.

둘째, 저들은 비난받지만 나는 비난은 안 받잖아요.

셋째, 우리는 수가 많고 저쪽은 수가 적잖아요. 선거 때는 이 머릿수를 잘 활용해야 하죠. 이번 선거에 시장이나 시의원 후보가 나오면 ‘지금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는데 너희가 해결할래, 안 할래? 해결하면 우리가 2,000표를 줄 테고 해결 못 하면 지지 할 수 없다’ 이렇게 또 활용을 해야 한단 말이에요.

그 다음에 시민단체에 호소하고, 변호사 도움도 받고요. 돈 받고만 일하는 변호사도 있지만 법률을 가지고 우리 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는 취지로 활동하는 변호사 모임도 있잖아요. 그런 도움도 얻고, 언론의 도움도 얻고요.

그렇게 하면서 계속 비리를 캐야 해요. 질문자가 지금처럼 화내면 안 돼요. 비리를 캘 때마다 재미를 붙이고 업무를 분담해서 나는 계속 할수록 기운이 나고 저 사람은 갈수록 힘이 들어야 승리할 수 있어요. 그냥 옳은 것만 가지고 승리하는 게 아니에요. 승리라고 하는 것은 역학 문제예요. 힘의 충돌에서 힘이 세야 승리가 있지, 도덕적으로 옳다고만 이기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그 힘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한계가 있더라고요. 시청이 관리감독청이어서 하소연할 데는 시청밖에 없으니까 계속 항의를 했더니 6개월 동안 담당자를 네 번이나 바꿔버렸어요. 그리고 변호인이 자기는 할 수가 없다고 발을 빼니까 어떻게 해도 해결책 근처에도 접근할 수가 없어서 더 화가 나는 거죠. 왜 관리감독청이며 경찰이 모두 나 몰라라 하고 이렇게 서민을 죽이는지부터 너무 화가 나고 힘없는 제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워요.”

“질문자가 너무 이 세상을 좋게 봐서 그래요. ‘공무원은 다 서민을 위해서 일하고, 경찰은 다 서민을 위해서 일하고, 대통령은 다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게 마땅하다’ 이런 생각을 질문자가 갖고 있잖아요.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실제로 그런 대통령 없고, 그런 공무원도 없고, 그런 경찰도 없어요. 그런 사람은 어쩌다가 가뭄에 콩 나듯이 한 명씩 있어요. 그런 사람은 전국에서 몇 명 안 돼요.”

“저는 좋게 생각하고 좋게 살고 싶은데, 일을 하면 할수록 원망만 쌓이고 사람이 사악해지고 싸움닭으로 바뀌어요.”

“그런데 그건 세상 문제예요? 질문자 자기 문제예요?”

“제 문제도 있겠죠.”

“‘제 문제도 있겠죠’가 아니라 ‘제 문제’예요. (모두 웃음) 세상은 원래 이래요. 그래도 대한민국은 북한보다는 낫고 중국보다는 낫잖아요. 중국은 이런 부정부패가 더 심해요. 북한은 중국보다 더하고요. 그런 나라에서도 사는데 지금 못 살겠다는 게 말이 안 되죠. 여기가 훨씬 나아요.

이런 긍정 위에서 행동해야 해요. 대한민국이 살만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에 이런 부정부패며 비리가 많이 있어요. 그러면 이걸 개선해야 해요. 긍정 위에 비판을 해야 개선책이 나오는 거예요.

질문자는 ‘이런 세상은 망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파괴적인 화밖에 안 난단 말이에요. 대한민국에는 많은 비리가 있긴 하지만 지금은 혁명이 필요할 때가 아니라 개혁이 필요할 때예요. 이 개혁은 급격하게 이뤄지는 게 아니고 꾸준한 노력을 통해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고요. 그러니까 질문자가 계속 그런 비리를 조사해서 꾸준히 계속해나가야 해요. ‘6개월 안에 해결한다’, ‘1년 안에 해결한다’ 이러지 말고 목표를 한 3년 정도로 세우고...”

“안 돼요, 스님. 내년 3월까지 해결이 안 되면 저희들은 가구당 5~6천만 원씩을 더 내어야 하는 입장이에요.”

“2,000명이 그만큼 손해 보게 된다는 걸 주민들이 다 알고 있어요?”

“아뇨, 전부는 아니고 250명 정도가 손해를 볼 건데...”

“그럼 250명이 손해를 본다는 걸 주민들이 다 알고 있어요? 정말 250명이 5천만 원씩 손해 본다고 하면 그 250명이 한 달간 직장 그만두고 적극적으로 나서보세요. 한 달에 5천만 원 못 벌잖아요. 선거할 때 시청 앞에 가서 시위도 하고요. 지금 시장이 또 출마하는지 안 하는지 봐서...”

“또 출마하신대요.”

“그러면 시청 앞에 가서 한 달간 250명이 단식하면서 투쟁해보세요. 그러니까 그런 정도로 절박하면 해결이 돼요. 그런데 그게 여러 가지로 그만큼 절박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겠죠.

그 다음에 두 번째는 정말 질문자가 말한 대로 그만큼 비리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살펴볼 필요도 있어요. 제가 상담을 수없이 하다 보면 그 사람 말을 들을 때는 진짜 그 사람 말이 맞는 것 같은데 나중에 가서 조사해보면 상대방도 나름의 이유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접근을 객관적으로 해야 해요. 질문자가 화를 내서 이렇게 접근하면 안 되고.

돌아가서 마음을 좀 진정하고 차분하게 접근해서 계속 비리가 발견되는 대로 고발을 하세요. 화내지 말고요. 경찰이 일을 안 하면 안 한다고 경찰을 또 고발하고, 공무원이 일을 안 하면 안 한다고 또 고발을 하고, 그걸 접수 안 한 검찰을 또 고발하고요. 정말 그게 문제라면 이렇게 계속 할 각오를 해야죠. 이 문제를 가지고 청와대에 민원도 내고 여야당 의원들 찾아가서 얘기도 하고요. 화내지 마세요. 가서 막 성질내면 안 돼요. 제가 시청에서 일하는 직원들 얘기를 들어보면 민원인들이 와서 성질을 내는 통에 못 살겠대요. 질문자가 화내면 그 사람들은 ‘아이고, 저 여자 또 왔다’ 하고 귀찮게 여겨요.”

“안 해본 게 없어요. 청와대에 가서 1인 시위도 해보고 청와대 민원, 대검찰청, 검찰, 감사원, 시청 가리지 않고 모든 민원을 다 제기했어요. 결론은 모든 민원이 제천시청으로 내려오는데 제천시청에서는 ‘나는 모른다.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 실제로 비리가 있으니까 우리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행정소송을 해라’ 이 말만 하는 거예요.”

“그러면 행정소송을 하세요.”

“돈이 없어요. (질문자 웃음)”

“그러면 시민 모금을 해야죠. 여러분, 이 분의 힘든 점은 충분히 이해하셨죠? 그런데 이분도 굉장히 억울하지만 이 세상에는 이보다 더 억울한 사람도 있어요. 억울한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 돼요. 원망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더 정확하게 파악을 해서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변호사를 초청해서 어디에 맹점이 있는지 살펴야 해요. ‘우리는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왜 안 됐나?’ 하고 돌아봐야 한다는 거예요. 시청은 무엇 때문에 저렇게 배짱을 내밀 수 있을까? 정말 행정소송하면 이게 이길까? 시에서 ‘행정소송해라’ 이 말은 ‘너희 얘기가 다 객관적이지 못하다’ 이런 뜻은 아니에요?”

“아뇨, 시청 직원도 자기네가 잘못했다고 인정을 했어요. 자기네가 잘못한 걸 인정하니까 행정소송을 하라는 거예요.”

“돈이 없으면 모금을 하면 되잖아요. (모두 웃음) 저는 지금 한반도 전쟁 종식을 위해서 지난 3월에 미국까지 갔어요. 제가 미국 시민도 아닌데요. 미국이 다음 11월이 선거거든요. 뉴욕이나 LA는 무조건 민주당이 이겨요. 중부지역은 무조건 공화당이 이깁니다. 그런데 어떤 때는 이리로 갔다가 어떤 때는 저리로 갔다가 하는 데가 있어요. 이걸 ‘스윙(swing)’이라고 해요. 이렇게 어느 쪽으로 치우치느냐에 따라 여당과 야당이 좌우되는 날개 주들이 중간에 있어요. 미시간 주, 오하이오 주, 펜실베니아 주, 버지니아 주 등이 그렇습니다. 지난번엔 이 주들이 트럼프를 찍었기 때문에 전부 힐러리가 이긴다고 했는데도 트럼프가 이겨버린 거예요. 이 지역에서 이번에 보궐선거를 하는데 민주당이 600표 차로 이겼어요. 지지가 다시 돌아와서 서로가 간당간당해졌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충청도하고 비슷해요. 한 번은 이리로 밀어주고 한 번은 저리로 밀어주고 이런 주란 말이에요.(모두 웃음)

그러니까 이런 주에 가서 선거운동을 하는 게 중요해요. 다른 곳은 어차피 이건 집토끼고 저건 산토끼잖아요. 여긴 자칫 잘못하면 산토끼가 되고 잘하면 집토끼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스님까지도 가서 우리 교민들을 만난 거예요.

표 차이가 십만 표 나는데 그 지역에 사는 우리 교민이 만 명이라면 찍어봐야 아무 도움이 안 돼요. 그런데 몇 백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데 거기 우리 교민이 만 명이라 해도 5~6백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선거니까 영향력이 있는 거예요.

스님이 한국에 있으면서도 미국의 그런 점을 연구해서 미국 사람한테 ‘내가 어디 가서 얘기를 해야 작은 힘이지만 영향력이 있겠느냐?’ 물었더니 여기에 가서 하라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그 지역에 가서 교민들을 모아 얘기를 했습니다. 지금 나라의 운명이 이러저러하게 됐으니 여러분이 지역구 의원들에게 편지를 써 달라고요. 하원의원들한테도 편지를 쓰고 상원의원들한테도 편지를 쓰라고 했습니다.

편지 쓸 때는 이렇게 쓰라고도 했어요. ‘나는 당신을 지지한다’ 이 말을 먼저 하는 거예요. 그런 뒤에 ‘지금 내 고향이 이러저러하게 됐는데 지금 트럼프가 북미 대화를 한다니까 당신이 이걸 좀 지지해달라. 만약에 당신이 지지 안 하면 내 마음이 변할 수도 있다.’ (모두 웃음) ‘나는 너를 지지한다. 평소에도 지지했다’ 이렇게 쓰고 거기다가 10불 정도 후원금까지 넣어서 보내면 굉장히 효과가 있어요. 이런 편지가 천 통만 와도 완전히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예요, 까딱 잘못하면 자기 당락이 좌우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건 미국 시민권자만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그러면 외국인이거나 시민권 없는 사람도 할 수 있는 게 뭐냐고 또 물어봤더니 백악관 청원이 있대요. 이거는 미국 사람만 하는 게 아니라 한국 사람이 해도 된다는 거예요. 백악관에 민원 사이트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거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북미 정상회담을 한다니 축하하고 격려한다. 지지한다’ 라고 칭찬을 좀 해준 뒤에 ‘이번에 북한 비핵화할 때 그동안 누구도 해결 못했던 65년 된 이 한반도 냉전을 종식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면 좋겠다’ 이렇게 편지를 써서 우리가 서명운동을 했어요. 한 달 안에 십만 명이 서명하면 백악관에서 답변을 주기로 되어 있어요.

처음에는 쉽게 될 줄 알았는데 온라인 서명 운동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어요. 이번 봄에 시작한 백악관 청원 중에서 지금 십만 명을 넘긴 게 딱 두 개밖에 없어요. 우리가 요청한 평화협정 체결하는 건과 미국에서 청년 불법이민자 추방하는 이민법 문제로 낸 청원이에요. 십만 명을 넘긴 건 이거 두 가지뿐이에요.

이게 이익이 된다면 미국 정책을 바꾸려고 하는 시도도 우리가 나서서 한다는 거예요. 그럴 때 무턱대고 미국 욕만 하면 되겠어요? 무조건 트럼프를 반대하고 미군 철수를 주장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그런다고 그 막강한 힘을 가진 상대방이 변하겠어요? 달래가면서, 또 약간 비판해가면서, 또 이렇게 표를 갖고 압박을 넣어가면서, 여론을 동원해가면서 해야죠.

질문자의 조합장 문제를 해결하는 게 쉬울까요? 지금 제가 미국 문제를 해결하는 게 쉬울까요? (질문자 웃음)

이렇게 해서 전쟁이 안 나도록, 그리고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게 우리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우리 정부한테 가서 청원하지, 무엇 때문에 우리가 백악관까지 가서 청원하겠어요? 이 문제는 한국 정부가 하고 싶어 한다고 풀리는 게 아니에요. 전쟁을 끝내고 안 끝내고는 미국이 결정권을 쥐고 있어요. 그래서 스님이 미국 가서 호소하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의 보수층 목사들도 만나서 설득하고요. (모두 웃음)

그러니까 질문자도 그렇게 자기가 옳다고만 주장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알겠습니다.” (모두 박수)

“지금처럼 화내면 안 돼요. 스님이 언제 이런 일로 화낸 적 있어요? 저는 미국 욕도 안 해요. 지금 우리의 운명이 미국 손에 달려 있어요. 북한과 미국이 대화하는 것에 대해서 트럼프 참모들도 다 반대합니다. 미국 전문가들이 다 반대해요. 의회도 다 반대하고, 언론도 다 반대합니다. 그러다보니 지금 트럼프 대통령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 문제에 한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집에 제가 기대를 걸고 있는 거예요. 트럼프 대통령이 남의 말을 안 듣기 때문에 이게 가능한 거예요.

나쁜 사람 중에도 좋은 점이 있고, 좋은 사람 중에도 나쁜 점이 있어요. 우리 정부가 지금 지지율이 굉장히 높지만 잘못하는 게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나쁜 점이 굉장히 많지만 이 문제 하나는 정말 굉장한 일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무조건 좋은 사람 아니면 나쁜 사람이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돼요.

그 사람에게도 잘 한 거는 칭찬하면서 비판을 하고, 시에도 시가 잘 하는 거는 칭찬하면서 비판을 해야 시청 직원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어요. 무조건 가서 성질내고 욕하면 말은 맞는 말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이 발끈해서 ‘너 알아서 해라’ 이렇게 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조금 지혜롭게 접근하고, 행정소송을 하면 시간이 너무 걸려서 어렵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 차근차근 연구를 해보세요. 돈이 없어서 못한다면 모금할 궁리를 하고요.

그리고 재미를 내서 해야 해요. 지금 자신의 직책이 일은 조금 많지만 2,000명의 주민을 대표하는 거잖아요. 이런 사건이 안 생겼으면 질문자가 언제 2,000명 대표를 맡아 보겠어요? (모두 웃음) 이렇게 어려운 일이니까 질문자한테 대표 하라 그러지, 좋은 일이면 질문자에게 대표 하라고 할까요? 서로 하려 들겠죠. ‘어려운 일이니까 나한테 이런 기회가 왔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네!” (한층 밝아진 목소리)

“스님이 도와줄 수 있는 건 이거예요. 질문자가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건 도와줄 수는 있지만 이기게 만들 수는 없어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아주 공적인 일을 하시는 분이에요. 이분과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 손 들어봐요.

(손 드는 사람 있음)

좀 도와주세요. 시민들도 이 분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봐 주시고요. 저런 경우에는 언제든지 우리 일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러니 지지를 많이 해주면 좋죠.”

“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질문자가 처한 상황이 어려운 건 저도 충분히 이해하는데 화내면서 하면 지쳐서 포기하게 됩니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또 가고, 또 가고, ‘아이고, 또 찾아와서 미안해요’ 이러면서 또 얘기하고, ‘아이고, 고발을 또 해서 미안해요’ 이러면서 또 고발해야죠.나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하고 상대가 막 미칠 지경이 돼야 해요. 그렇게 해야지, 자기가 미쳐서 날뛰면 자기만 손해예요.” (모두 웃음)

스님과 질문자의 답변을 듣고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덧 강연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습니다. 질문자들의 굳었던 얼굴이 펴지는 걸 보고 함께한 관중들도 덩달아 따뜻한 웃음을 띠었습니다.

스님은 마지막으로 행복을 전달하는 메시지로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어떤 인생을 살아갈 건지 여러분의 자유이지만 여러분은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포기합니다. 이 권리를 포기하시면 안 됩니다. 오르막 내리막이 있지만 여러분은 늘 행복하게 사셔야 합니다.”

사회자가 행복학교를 안내하는 동안, 사람들은 강연장 밖으로 나가 스님에게 사인받기 위해 줄을 섰습니다. 사인 받으려는 사람들로 복도는 금세 인산인해가 됐습니다.

스님은 마지막으로 제천강연을 준비하느라 수고한 봉사자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으며 오늘 강연을 모두 마쳤습니다.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바라봐야겠습니다. 우리의 과제는 우리 마음의 봄과 행복을 되새기는 일입니다. 스님의 말씀처럼 행복의 권리마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언양에서, 저녁에 김해에서 시민들과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을 계속 이어갈 예정입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손명희, 장영근, 박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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