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스님은 울주군청에서 주최하는 울주군민을 위한 특강으로 마련된 ‘법륜스님과의 희망이야기’에 초대되었습니다. 저녁 6시 50분, 울주문화예술회관 1층 홀은 300석이 넘는 좌석이 꽉 차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한 달 전부터 울주 군내 곳곳에 법륜 스님의 강연 소식을 알리는 현수막을 걸어 두었는데 사전신청을 받아 좌석제로 운영하였더니 일찌감치 매진이 되었다며 강연을 준비한 군청 담당자분이 즐거운 얼굴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울주군은 북쪽으로는 경주, 동쪽으로는 울산 시내와 동해, 남쪽으로는 부산 기장군과 인접해 있으며, 행정구역 상으로 언양읍, 온산읍, 범서읍, 온양읍, 서생면, 청량읍, 웅촌면, 두동면, 두서면, 상북면, 삼남면, 삼동면이 속해 있는 곳입니다. 특히 두서면은 스님의 고향 마을이며 ‘두북 정토수련원’이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열렬한 박수와 환호가 따뜻함을 더해주었습니다.

먼저 ‘동해누리’라는 북 공연단의 축하공연으로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울주군청에서 주최한 만큼 군수님을 비롯하여 군의원, 울산시의회 의원님 등 함께 참석하신 분들의 인사말씀이 이어진 후, 본격적인 법륜 스님과 울주군민과의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총 열 분이 질문을 하셨는데 100세 인생 시대에 희망퇴직이다 명예퇴직이다 하는 칼바람에 어떻게 인생을 설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남성분, 특수목적고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침을 줘야 할지 묻는 여선생님, 어머니가 제사를 지내시고 조상신을 섬기는데 본인은 전혀 믿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 술 좋아하는 남편을 바라보기 힘든 아내, 집에만 들어가면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직장인 남성분, 여섯 살 아기를 키우는 워킹맘인데 조급함이 습관처럼 들어버려서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지 고민이라는 분, 결혼3년 차의 남성은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잘 살고 싶은데 규정된 퇴근시간보다 늘 야근을 하며 지내는데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지 묻는 분, 스님의 건강을 염려하시는 분, 택견 사범님의 택견 전수에 대한 고민 등, 다양한 대화가 오갔습니다.

“저는 회사 일을 마치고 집에 가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일이 끝나고 집에 가면 아내에게 고생했다는 위로도 듣고 싶은데 아내도 아이 셋을 키우느라 하루 종일 바빠요. 집에 가서 아내가 바쁘면 설거지도 제가 해야 하고 (청중 웃음) 특히 막내가 아직 어린데다, 둘째는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소리도 막 지르고.. 이런 말 하면 안 되겠지만 때론 애들이 말을 안 들을 때 침대에 던져버리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청중웃음)

요점은 집에서 위로를 많이 받고 싶어요. 고생하는 아내에게도 고생한다는 말도 전하고 해야 하는데, 마음으로는 고생하는 것을 알지만 저도 일을 마치고 나면 힘드니까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고 저는 저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회사 일은 뭐가 힘들어요?”

“회사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일에 치이고...”

“여러 사람을 만나야 되면, 그냥 만나면 되지 그게 왜 힘이 들어요? (청중 웃음) 저도 강연을 다니면 매일같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그런 생각은 안 들어요. 질문자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겠어요, 제가 더 많이 만나겠어요?”

“스님이 많이 만나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힘들다고 그래요?” (질문자와 청중 웃음)

“나이도 조금씩 들어가고...”

“질문자가 나이가 많아요, 제가 많아요?” (청중 웃음)

“스님이 많아요. (질문자와 청중 웃음) 그런데 제가 집에 가면 아내한테 위로도 받고 싶고 아이들한테 성질도 안 내고 싶은데 이런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질문자에게 위로 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바란다고 그렇게 될까요? (청중 웃음) 아내 입장에서는 남편이 직장에 나가서 무슨 일을 하는지,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을까요?”

(청중) “아니요.”

“네, 남편이 나가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아내로서는 자세히 알기가 힘들어요. 아내가 보기에는 아침에 차려준 밥을 먹고 나가서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가 저녁에 집에 들어와서는 누워 자는 것처럼 보여요. (청중 웃음)”

“그런데 제가 잠도 잘 못 자게 합니다.” (청중 웃음)

“아니, 우선 아내에게는 그렇게 보인다는 거예요. 아내는 하루 종일 아이 셋과 씨름하고, 첫째 아이 옷 갈아 입혀 놓으면 둘째 아이가 옷을 더럽히고, 또 둘째 아이의 옷을 갈아 입혀 놓으면 어느새 셋째 아이가 옷에 뭘 묻히고 있어요. (청중 웃음) 그렇게 하루 종일 아이들 돌보느라 힘이 드니까, 아내 입장에서는 남편이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아이들도 조금 돌봐주고, 밥까지는 못하더라도 밥 먹고 나서 설거지라도 조금 해주기를 바라는 거예요.”

“네, 저도 알고는 있는데...”

“알고 있으면 그렇게 해주면 되잖아요?”

“물론 제가 할 수 있는 날에는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면서 제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저도 아이들 없이 밖에 나가서 소주도 한 잔하고 싶을 때가 있고...”

“그렇게 하고 싶으면 결혼을 하지 말았어야죠. (청중 웃음과 박수)

그렇게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살고 싶으면 저처럼 혼자 살았어야죠. (청중 웃음) 그래서 저는 이런 질문자들을 보면 동정이 가기 보다는 ‘고소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청중 웃음) 그 정도도 안 하면서 결혼해서 아이들을 키우려고 했다면, 노력은 없이 공짜로 먹겠다는 생각을 한 거잖아요.”

“아 네, 잘 알겠습니다.” (청중 웃음과 박수)

“이것도 내가 내린 선택에 대한 책임이 따르는 거예요. 질문자는 선택은 해놓고 책임은 안 지겠다는 얘기인데, 누구나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면서 살아요. 저도 한 번 얘기해볼까요? (청중 웃음)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예불하려면 졸려요, 안 졸려요?”

(청중) “졸려요.”

“절하려면 다리 아파요, 안 아파요?”

(청중) “아파요.”

“참선하려면 허리가 아파요, 안 아파요?”

(청중) “아파요.”

“염불하려면 목이 아파요, 안 아파요?”

(청중) “아파요.”

“고기도 못 먹지 (청중 웃음) 밤에는 외롭지 (청중 박수) 이렇게 하나하나 따지면 질문자가 스님을 위로해야 하지 않을까요? (청중 웃음)

지금 아이를 셋 둔 아빠인데도 질문하는 걸 들어보면 마음가짐이 어린아이 같아요. 어린아이가 어디 가서 공부 조금 하고 온 다음에 엄마한테 칭찬받고 싶고 어디 가서 자랑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청중 웃음) 이런 어린아이 같은 심리가 마음속에 깔려있는 거예요. 이런 걸 심리적으로 분석하면 ‘사랑고파병’이에요. 경상도말로는 ‘껄떡’거리는 거죠. (청중 웃음) 아내가 엄마처럼 ‘여보, 힘들었지? 고생 많았어’하면서 등도 두들겨 주길 원하는 거예요.

남자들이 밖에 나가서 큰소리나 치고 그러는 것 같지만, 실제 속마음을 보면 이렇게 아이 같은 구석이 많아요. (청중 웃음) 아이 셋에 남편까지 같이 있으면 실제로는 아이 넷을 키우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냥 마지막 아이가 조금 클 뿐이에요.(청중 웃음)

남편은 아내한테 위로받고 싶고 의지하고 싶지만, 아이 셋을 둔 엄마는 남편한테 신경 쓸 겨를이 없다보니 남편 입장에서는 아주 큰 소외감을 느끼게 됩니다. 아내들이 이런 부분을 잘 모릅니다. 그러니 남편은 남편대로 소외감을 느끼고, 아내에게 잔소리라도 들으면 성질부터 내게 되는 거예요.

동시에 아내도 아이들 돌본다고 정신이 없다보니 남편이 집에 돌아오면 집안일을 도와주길 바라는데, 남편은 자기가 밖에 나가서 일하고 돈 벌어오는 것만 생각하고 아내에게는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청소도 안 하고 뭐하나?’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남편들은 입장을 바꿔서 아이 셋과 함께 하루 종일 집에 머물러 보면, 아마 숨 막혀 할 거예요. (청중 웃음)

그런데 이런 남편도, 이런 아내도 가만히 보면 모두 자기를 알아달라는 심리에요. 이런 게 바로 ‘사랑고파병’인데, 대개 어릴 때 엄마로부터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경우에 이런 증상이 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아이들을 키울 때 다 큰 다음에 과외를 시키니 뭐를 하니 할 게 아니라, 태어나서부터 세 살 때까지 아이가 충분히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 시기에 부부가 가능하면 싸우지 말고, 아이들을 따뜻하게 보살펴야 해요.

이미 다 큰 다음에 보살피는 것은 과잉보호가 될 소지가 많아요. 이런 과잉보호는 도리어 아이를 망칩니다. 그런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는 태어나서부터 세 살까지예요. 이때는 극진히 보살펴야 해요. 눈 감고 침대에 집어던지고 그러면 안 됩니다. (청중 웃음) 그러다가 네 살이 넘어가면 이부자리도 자기가 정리하고 방 청소도 자기가 할 수 있도록, 그렇게 차츰 자립하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언젠가 미국의 UCLA 의학과에서 나온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있는데, 세 살 때까지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은 아이들과 학대를 받은 아이들의 뇌구조를 보면 학대받은 아이들의 대뇌가 사랑을 받은 아이들보다 평균 1/3 이상 작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만큼 학대를 받은 아이들의 뇌 성장이 좋지 않은 거예요.

우리 주변에도 어릴 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사랑고파병’이 자주 보입니다. 어릴 때에는 부모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해서 껄떡거리다가,나이가 들어서는 남편이나 아내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서 또 껄떡거립니다. 그런데 서로가 사랑을 받고 싶어서 껄떡거리니까 (청중 웃음) 결국 만족하지 못 하고 한 눈을 팔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질문자도이제는 자기가 어린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어릴 때의 환경 때문에 무의식 세계에서는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겠지만 현실에서는 아이를 셋이나 키우고 있는 가장인 만큼, 결혼해서 육아를 하겠다고 선택을 내린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지금 와서 후회해봐야 소용이 없어요.(청중 웃음)

그렇게 내가 어른이 되어서 아내도 위로해주고 아이들을 챙겨주세요. 아내도 아내 입장에서 껄떡거리는 건데, 이 껄떡거림이 채워지면 자연스럽게 남편을 위로도 하고 ‘당신도 힘든데 집안일까지 거들어줘서 고마워’하는 이야기가 나오게 됩니다. 지금은 아내 입장에서도 집안일을 거들지 않는다는 불만이 있기 때문에, 건드리면 자꾸 잔소리가 나오게 되어있어요.

어느 한쪽에서 먼저 시작을 하면 돼요. 자기가 위로 받고 싶은 만큼 아내도 위로 받고 싶은 거니까, 자기가 먼저 아내에게 ‘당신 고생했어, 차 한 잔 마시면서 쉬어’하고, 설거지를 하다가 아내가 하려고 해도 ‘아니야, 이건 내가 할 테니 당신은 좀 가서 쉬어’ 이렇게 해보세요. 내가 하겠다는 마음을 내면, 아내가 더 거들어달라고 할까요, 아니면 이제는 나한테 쉬라고 할까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세요, 어떨 것 같아요?

누군가 한쪽에서 먼저 시작을 해야 해요. 지금은 둘 다 서로에게 ‘네가 먼저 해라. 네가 하면 나도 하지’ 이러고 있으니까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거예요. 그러니 질문자가 먼저 해보세요. 정 하기 싫으면 스님하고 바꿀까요?”

“네, 감사합니다.”(청중 웃음과 박수)

원래 예정은 7시부터 8시까지 1시간이었지만 2시간 전부터 일찍 와서 질문하려고 기다렸다는 간곡한 질문까지 마치고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 8시 50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요일 저녁이라 바쁜 일과에 피곤했을 텐데 객석의 울주 군민들은 추첨하여 스님의 책을 선물로 드리는 마지막 순서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집중하는 분위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스님은 무대에 올라 책을 받아 가시는 분들과 한 사람 한 사람, 악수를 나누고 사진을 함께 찍었습니다. 모든 순서를 마치고 군수님과 잠깐 차담을 나눈 뒤, 어두워진 예술회관을 나섰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문수팀, 손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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