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봄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많이 내렸습니다. 도로변에 만개한 벚꽃들이 어제와 오늘 내린 비로 무거워진 고개를 숙이고 가로수의 잎들이 연초록빛으로 더욱 아름답게 채색되었습니다. 아름다운 봄날 오전, 창원시 마산합포구청 대강당에서 행복한 대화가 열렸습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스님의 강연을 듣기 위해 많은 사람이 강연장으로 모여들었습니다.

행복학교 활동가들과 봉사자들은 일찍부터 강연장 앞에서 분주한 모습이었고, 특히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기 위한 백악관 청원운동으로 10만 명의 서명을 받기 위해 눈을 반짝이며 한 명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봉사자들의 눈빛이 강연장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강연이 시작되고 스님은 환한 미소와 함께 청중들께 인사를 건넸습니다. 즉문즉설을 시작하기에 앞서 지금 현재 한반도 정세를 이야기하였습니다.

“봄비가 촉촉이 내리네요! 어느새 봄인가 했더니 여름인 것 같고 그러더니 이렇게 춥습니다. 제가 중학교 때 식목일 날 눈이 내린 적이 있었어요. 봄이 오는 계절이라는 것이 따뜻했다가 추웠다가 하면서 따뜻해지고 또 가을은 따뜻해졌다, 추워졌다 하면서 점점 추워지지요. 계절뿐만 아니라 한반도에도 봄이 오려나 하는 마음이 듭니다. 2월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의 대화, 북미 간의 대화가 주선되었는데 전쟁을 종식 시키고 평화 협정을 맺을지 꽃샘추위가 다시 찾아올지 알 수 없어요. 우리의 바람은 65년간의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 협정을 맺는 것인데요. 북미 간의 대화가 잘 되면 종전과 평화 협정을 이룰 수도 있겠지요. 한반도의 정세도 봄이 온 것 같고 계절도 봄이 오는 것 같은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마음에 봄이 와야 합니다.”

스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여는 인사에 이어서 질문자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오늘 강연에는 총 여덟 분이 질문해주었습니다. 아이가 저를 너무 닮아서 고치고 싶은데 어떡하면 좋겠냐는 분, 9살 무렵 혼자 부모님 가게에 있다가 옆집 주인 아들에게 성추행을 당했는데, 엄마를 통해 그 사람이 잘 산다는 소식을 들을 때 마다 많이 속상하고 엄마가 원망스럽다는 분, 방송국에서 일하는데 10년 이상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해고되어 다른 길을 가야 하는지 묻는 분, 부부 문제로 이혼할까 하는 분, 대인 기피증을 앓고 있는 딸과의 소통이 어려워 괴로워하는 분, 스님은 행복하신지 묻는 분, 잘 자란 아들이 진로를 못 찾고 있어서 어떻게 지원할지 묻는 분, 아이들 앞에서 안 싸우고 싶은데 잘 안된다는 분 등의 많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강연이 끝난 후 청중들의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심혜석 님은 “나로 인해서 불행을 자초했던 것임을 느끼는 강연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나에게 달려 있음을 알겠습니다.”라며 밝은 표정으로 말씀해주었고, 김동렬 님은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고 되새겨 볼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라며 앞으로의 수행 방향을 다시 정리하게 되었다며 좋아하셨습니다.

강연 후에는 스님의 사인회가 있었고, 단체 사진을 찍으신 후 오후 일정이 있는 곳으로 옮기셨습니다.

강연이 끝난 시각, 돌아가는 귀갓길에는 다행히 비가 그쳤습니다. 스님의 법문을 듣고 가벼워진 마음을 안고 밝고 환한 모습으로 관객들도 돌아갔습니다. 스님은 책 사인회를 마치고 봉사자들과 단체사진을 찍은 후 저녁 강연이 열릴 부산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부산 거리에도 어제 내린 비로 벚꽃이 떨어져 온통 분홍빛이었습니다. 강연 시간이 다가오면서 부산남구여성회관으로 오는 꽃길에는 대중들이 한 분 두 분 모여들기 시작했고, 이를 안내하는 봉사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졌습니다. 바쁜 하루 일상을 마치고 강연장을 찾은 사람들의 얼굴은 다소 피곤으로 무표정해 보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오늘의 강연에 대한 기대감도 보였습니다.

이곳 행사장에는 400여 명의 대중으로 금세 가득 찼습니다. 7시가 되자 무대의 조명이 켜지며 강연의 문이 열렸습니다.

먼저 스님은 최근 사회적 이슈 중 하나인 미세먼지를 언급하며 인간이 편리함을 추구하다가 자연을 파괴하여 생기는 각종 환경오염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과거에는 편해서 좋은 줄 알았는데 지나고 보면 나쁠 수 있기에 제 발등을 찍는 경우를 경계해야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미세먼지가 그저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면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즉문즉설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총 다섯 분이 질문하였습니다. 실연 후에 또 다른 만남이 두려운데 결혼은 꼭 해야 하는지 고민이라는 분, 스님이거나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결혼을 하면 안 되는 것인지 질문한 분,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분, 주변의 말에 자꾸 흔들리고 퇴사 후 의욕이 없어졌는데 새로운 목표를 찾고 싶다는 분, 어려서부터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죽음을 생각했고 계속 자살 생각을 하여 위로받고 싶다는 분, 이렇게 고민의 내용도 각양각색이었습니다.
그 중 실연 후 만남이 두렵고 결혼의 필요성에 대해 질문한 분의 대화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중생입니다. 남자친구가 있었으나 실연을 당하고 얼마 안 되었는데 다시 연애하기가 두려워요. 결혼은 꼭 해야 하나요?”

“결혼 안 한 스님한테 그걸 왜 물어요?(모두 웃음) 스님한테 ‘결혼은 꼭 해야 하는지요?’라고 물으면 뭐라고 할까요?”

(청중) “안 해도 된다.”

“결혼한 사람한테는 ‘결혼 꼭 해야 합니까?’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지만 혼자 사는 사람한테 ‘결혼 꼭 해야 합니까?’라고 물으면 어떡해요? 결혼을 꼭 안 해도 되니까 이렇게 혼자 사는 거 아니에요? 결혼, 안 해도 됩니다. 제가 안 해보니까 안 하는 게 훨씬 더 좋아요.”(모두 웃음)

그런데 그렇다고 결혼을 ‘하지 마라!’ 이렇게 말할 수는 없어요. 왜냐하면 결혼한 사람 중에 저보다 더 나쁜 사람도 있지만 저보다 더 좋은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다만 아직은 제가 그런 사람을 못 만나봤어요.(모두 웃음) 하지만 그런 사람도 있을 수가 있기 때문에, 결혼을 하든 결혼을 안 하든 그건 자유예요. ‘해야 한다’, ‘안 해야 한다’ 이런 건 없어요.

그리고 연애를 했는데 실연을 당해서 다시 연애하기가 두렵다면 안 하면 되죠. 저는 안 하고도 이렇게 웃으면서 잘 살잖아요.(모두 웃음) 그래서 질문자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다 했어요. 뭘 더 물어보고 싶어요? 실연을 당해서 아직도 힘들어요? 실연을 당했다고 표현하는 걸 보니까 차였나 봐요.(모두 박장대소)”

“기억이 잘 안 나요.”(모두 웃음)

“상대가 나를 떠났어요, 내가 싫다고 상대를 떠나왔어요?”

“그냥 밥 먹다가 헤어졌어요.”(모두 웃음)

“밥 먹다가 어떻게 헤어졌어요? 내가 ‘너하고 더 이상 만나기 싫다’ 이렇게 해서 헤어졌어요, 상대가 나에게 ‘더 이상 더하고 안 만나겠어’ 이러고 갔어요?”

“서로 안 만나겠다고 헤어졌어요.”

“누가 말을 먼저 꺼냈어요?”

“기억이 잘 안 나요. 잘 모르겠어요.”(질문자 웃음)

“서로가 안 만나겠다고 했다면 서로가 싫었다는 거네요. 그런데 그게 왜 병이 돼요? 그러면 제가 하나 물어볼게요. 질문자는 죽을 때까지 한 남자만 만나서 사는 게 좋아요, 이 남자 저 남자 만나보다가 한 남자를 정해서 사는 게 좋아요?”

“둘 다 좋을 것 같아요.”(모두 웃음)

“그러면 한 남자만 만나서 평생 살아도 되고, 이리저리 만나보다가 그 중 괜찮은 사람을 골라서 평생 살아봐도 되고, 살다가 버리고 또 괜찮은 사람이 있으면 만나서 살아봐도 되고, 다 괜찮죠?”

“네.”(모두 웃음)

“그러면 실연이랄 게 없잖아요. 그 인간이 떠나줬으니까 내가 또 다른 남자를 만날 기회가 생겼잖아요. 제가 보기에는 지금 만났던 남자는 별로예요. 질문자가 눈이 삐어서 그 사람이 가슴에 남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다음에 만나는 남자도 별로고, 다섯 번쯤 건너가면 괜찮은 남자를 만날 거예요.(모두 웃음) 그러니까 전혀 문제가 없어요.”

“네, 감사합니다.”(모두 큰 웃음과 박수)

“그러니까 두 번째 만나게 될 남자한테도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이 남자는 자기가 떠나줄수록 나한테 유리한 거예요. 내가 먼저 상대를 차버리면 내가 죄를 짓는 것이거든요. 상대가 나를 차고 가버리는 건 나한테는 죄가 안 돼요. 다른 사람한테 동정도 받고 아주 좋아요.(모두 웃음) 그러면 이 인간이 붙어 있는 게 나한테 유리해요, 떠나주는 게 유리해요?”

(청중) “떠나주는 거요.”

“그래요, 떠나주는 게 유리해요. 다섯 번은 해봐야 내 남자를 만나요.(모두 웃음) 그러니까 전혀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연애를 하세요. 알았죠?

내 남자가 꼭 다섯 번째는 아니고, 다섯 번 안에 있어요. 두 번째가 될지 세 번째가 될지 모르니까 붙어 있으면 ‘내 남자인가’ 하고, 떠나면 ‘더 좋은 사람이 내 남자인가’ 이렇게 생각하면 연애할 때 두려움이 안 생겨요. 떠날수록 좋아요.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 게 문제죠.”(모두 웃음)

웃다보니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모든 질문이 끝난 후, 스님은 지금까지 이어져 온 한반도 정세에 대해 말씀하였습니다.

“식민지 침략국 일본과도 20년 만에 수교하고 6.25 전쟁 때 백만 대군을 보냈던 중국과도 39년 만에 수교했는데, 같은 민족인 북한과는 65년이 지나도 종전을 못 하고 있습니다. 이번 북미 간 대화 시 평화협정(종전협정)을 체결하도록 백악관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데요. 혹자는 종전되면 미군이 철수하는 게 아니냐 하는데, 종전으로 유엔사령부는 해체되더라도 한미 연합사령부는 한미간의 군사동맹이므로 해체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이번에 세 가지의 봄을 한번 맞이해 봅시다. 자연의 봄, 한반도의 봄, 우리 마음의 봄.”

자연의 봄, 한반도의 봄, 우리마음의 봄이라는 표현에 마음이 먼저 활짝 피어났습니다. 이어, “행복은 기분이 싸한 게 행복이 아니에요. 그건 쾌락이에요. 행복은 괴롭지 않은 것입니다. 건강이 아프지 않은 것이듯.”이라고 마무리 말씀을 한 뒤 즉문즉설을 모두 마쳤습니다.

보통 스님의 강연은 대중들의 열띤 질문들로 강연시간을 넘기기 다반사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질문자가 적어 일찍 끝나게 되어 더 많은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대중들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습니다.

모든 강연이 끝난 뒤, 오늘 네 번째로 질문하신 분에게 소감을 여쭈어보았습니다. “답을 아는 질문도 강연에 참석해서 들으니 영상과는 많이 다른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라며 스님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했습니다.

또한, 참석하신 분들께도 마음을 들어보았습니다. “스님 건강이 걱정됩니다. 강의 일정이 너무 빡빡하신 것 같아서 사실은 걱정돼요.”라며 스님의 건강을 걱정하신 분도 있었고, “오늘은 부처님의 깨달음에 대한 설명이 쉽게 이해가 잘 되게 말씀해주신 것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늘 옳다는 생각으로 남편과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스트레스 받고 갈등하며 괴로워했었는데요, 오늘 스님 말씀을 들으면서 이 괴로움들은 모두 제가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부터 남편과 아이들을 이해하며 바라보고 대하면서 행복해지겠습니다.”, “스님 덕에 우리 사회가 조금이나마 행복해지는 것 같습니다. 가까이 있는 행복을 몰라보고 늘 먼 데서 찾았습니다.”라며 밝은 목소리로 스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여기서 행복하기》 책에 당첨된 세 분을 발표하고, 무대 위에서 스님의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스님은 한 분 한 분 눈을 맞추며 사인해주었고, 사인을 받은 참석자들은 기쁜 표정으로 돌아갔습니다.

오늘 강연장에도 백악관 청원 서명운동을 위해 봉사자들이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많은 분이 참여해서 10만 명의 탄원 목표 인원을 달성하여 얼른 한반도의 봄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정명숙, 최영, 노희동, 김사문, 손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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