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내일 저녁까지 이틀 동안 겨울 폭풍(winter storm)과 함께 큰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민덕홍 님이 준비해준 아침식사를 마치고 워싱턴 디씨로 향했습니다. 지난 이틀간 차로 이동이 많았고 어젯밤 늦게 도착해서 잠도 부족하니 스님과 일행은 모두 몸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워싱턴 디씨 첫 일정을 시작하기 전 특별히 시간을 내어 백악관 앞으로 갔습니다.

현재 평화재단과 좋은벗들 미국지부 등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백악관 온라인 청원 캠페인’ 독려 영상 촬영을 위해서입니다. 내일이 절기상으로는 춘분이지만 오늘 날씨는 0도에 가까운 추운 날씨였습니다. 차가운 비가 내리고 바람도 차서 장갑 끼지 않은 손이 시린 정도였습니다.

백악관 앞에 핀 목련▲ 백악관 앞에 핀 목련

목련과 벚꽃 등 봄꽃이 피었지만 갑자기 날씨가 추워 촬영도 힘들고 스님은 우산도 쓰지 못하고 비를 맞아야 하고 또 다음 일정이 있어 재빨리 촬영을 마쳤습니다.

이 동영상을 통해 더 많은 분들에게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백악관 앞 유튜브 동영상 링크
https://youtu.be/lSzKuqUK6yc

오늘 첫 일정은 미국 보수성향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에서 있었습니다. 콘퍼런스 룸에 들어가니 고려청자와 한국 작품들이 있는데 삼성에서 지원하여 만든 룸이라고 하여 B.C. LEE 룸으로 지어졌다고 하였습니다. 헤리티지재단의 아시아 연구소 월레스 로먼 소장과 올리비아 이노스 선임연구원, 그리고 스님과 오랜 인연인 맨스필드 재단 프랭크 자누치 소장이 함께 했습니다.

최근 한국의 국내 정세부터 요새 가장 핫이슈인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까지 한반도 관련한 여러 주제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특히 스님이 현재 북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보는지 물으니 너무 준비 없이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였습니다. 그래서 스님은 “그동안 우리는 준비를 너무 많이 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정말 많은 전문가들이 너무나 오랫동안 준비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필요한 것은 준비가 아니라 선택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선택을 못해서 여기까지 왔지 준비가 부족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보다 선택을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평화를 선택한다면 내 요구를 100% 관철시키지 않고 일정한 양보를 각오하고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어떤 선택이든지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하면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미 간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정상회담 전에 해볼 수 있는 몇 가지 문제 및 방법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대화하였습니다. 스님과 프랭크 자뉴 찌님을 제외하고 다른 분들은 처음 만났지만 이분들은 스님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하였습니다.

미팅을 마치고 다음 장소인 Davis House로 향했습니다. 이제 차가운 비는 얼음비가 되고 바람도 더 세게 불었습니다. 이 곳은 미국 퀘이커 교도들의 단체 AFSC 의 사무공간이 있는 곳인데 평소 좋은벗들 미국지부와 함께 한반도 평화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어 장소를 무료로 제공해주었습니다. 오늘 점심 모임을 위해서 워싱턴정토회 유주영 보살님이 샌드위치를 준비해와서 식사 준비를 해주었습니다. 얼음비가 내리는 안 좋은 날씨에 디씨까지 와서 오찬 모임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우리 모두가 한반도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통일의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점심 모임은 디씨 지역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활동하는 분들이 모여 간단히 점심도 먹고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풀뿌리 운동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애나벨 박, Church of the Holy City 리치 테이플 목사님, 재침례교 워싱턴 사무소 국제분야 의회 담당자 커리사 젤, 미국 국적자 이산가족 문제를 다루는 Divided Families USA 킴벌리 벅스턴, AFSC에서 미국 사법제도 개혁을 위해 활동하는 드니즈 리 님이 참가했습니다.

스님은 한 분 한 분 현재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서 물어보시고 현재 한반도의 상황 및 미국 현지에서 느끼는 북미 정상회담 분위기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늘 현재 우리가 벌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및 연방 상하원 의원들에게 편지 보내기 운동,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백악관 청원 10만 인 서명운동 등을 공유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지난겨울 스님이 한국에서 벌인 평화운동에 대한 설명과 함께 광화문에서 1만 명이 모여서 한 한반도 평화대회 동영상을 보여주시고 활동을 공유했습니다. 라운드 테이블 회의는 평화운동가들이 모인 자리라서 그런지 스님이 한국에서 준비해온 평창올림픽 기념 배지와 1223 한반도 평화대회 배지를 참석자들에게 선물로 나눠주니 모두들 좋아하였습니다.

라운드테이블 행사가 마치고 참가자들은 서로 대화를 더 나누었고 스님과 제이슨은 애나벨 박과 인터뷰를 할 준비를 했습니다. 애나벨 박은 페이스북에서 다양한 이슈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메시지도 전달하고 의견도 나누고 있습니다. 작년 가을에 이어 페이스북으로 스님과의 인터뷰를 생중계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으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성과는 무엇이 될지, 북한을 믿을 수 있는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우려 등 미국 시민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들을 잘 물어주었습니다.

▼페북 라이브 인터뷰 링크
https://www.facebook.com/savemainstnow/videos/1664971060251545

인터뷰를 마치고 애나벨과 인사를 나눈 뒤 다음 약속 장소인 NED(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 국립 민주주의 기금)으로 향했습니다.

이 곳에는 좋은벗들 미국지부의 영어 소식지 North Korea Today 초창기에 번역 작업에 많은 기여를 했던 린 리 박사를 만나러 왔습니다. NED(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 미국 민주주의 발전기금)는 민주주의가 발전되지 않는 나라에 에서 미정부 기금을 지원하여 민주주의가 발전될 수 있도록 하는 기구입니다. 특히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거나 방송활동에 주로 기금을 지원하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님은 린 박사와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미국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여론은 어떤지, 어떻게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일해나가야 할지, 요즘에는 어떤 활동에 기금을 지원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린 박사님과 미팅을 마치고 민주평통 워싱턴협의회 이재수 간사님과 저녁식사를 한 뒤 오늘 저녁 강연이 있는 워싱턴 성공회 교회에 도착했습니다.

입구부터 봉사자들이 환한 웃음으로 반겨줍니다. 이번 행사는 민주평통 워싱턴 협의회 초청으로 이루어졌고 정토회 회원들도 봉사자로 참여했습니다.

춘분을 하루 앞둔 시점에 때아닌 눈폭풍이 예보된 가운데 아침부터 내리는 얼음비 때문에 행사가 취소되었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하루 종일 왔습니다. 미국은 기상이 악화되면 안전을 위해 많은 행사를 취소하고 학교와 회사도 일찍 끝내거나 늦게 출근/등교하거나 아예 하루 종일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늘도 교회 행사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 행사는 모두 취소되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행사 시작 1시간 여 전부터 비가 조금 잦아들어 운전하기에 불편함이 없게 느껴졌습니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정토회원들이 강연장 밖에서 주차안내와 입구 안내를 하고 있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함께 봉사하고 있는 모습 그 자체가 감동이었습니다.
행사에 참석하기에 아주 좋지 않은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평통위원들과 워싱턴 정토회 회원들, 그리고 관심 있는 동포들 등 100여 명의 청중이 강연장을 찾았습니다. 강연 30분 전부터 김밥으로 요기를 한 뒤 스님을 기다리고 있던 청중들은 스님이 강연장에 입장하자 큰 박수로 환영해주었습니다.

스님의 강의가 시작되기 전에는 “평화는 나로부터 한반도로”라는 슬로건으로 작년 12월 2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있었던 ‘한반도 평화대회’ 동영상 상영을 하였습니다.

오늘 강연을 주최한 윤흥노 회장은 “나쁜 일기에도 많이 참석해 주신 여러분과 바쁘신 와중에도 오셔서 이야기를 나누어 주시는 법륜스님께 감사드린다”라고 인사말을 하면서 “평화, 통일 특히 남북관계에 대해 잘 들어시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우리가 되자”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또한 주미 한국대사관을 대표하여 참석한 류인식 참사관은 “선양에서 근무할 때 연변족이든 탈북자들이건 막상 그들과 부딪혀보면 그들은 다 한 민족이었다”면서 “오늘 이 강연회에 개인적으로라도 참석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초청해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환영인사를 대신했습니다.

오늘 사회를 맡은 민주평통 워싱턴협의회 이재수 간사의 소개에 따라 연단에 오른 스님은 비와 눈이 섞여 오는대도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하면서 평창 올림픽 이후 만들어지고 있는 급격한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한 방향과 과제 그리고 평화와 통일의 길로 가기 위한 우리들의 역할에 대해 질문자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눈비를 뚫고 참석한 분들이라 그런지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열망과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 모두 11개의 질문이 나왔고 스님은 참석자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변하였습니다.

한반도 평화통일 방법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남한의 원자력 발전소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묻는 분,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요구, 북한에서는 북한 체제 보장,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텐데 트럼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옵션이 뭐가 있는지 묻는 분, 지금 상황에서 북에게 핵개발 중지는 너무 무리한 요구 아닌지? 그리고 북이 핵개발을 시도해도 비핵화를 시도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묻는 분, 남한이 통일하는 데 있어 전쟁이 통일 앞당길 수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진 않을지? 전쟁이 미래세대를 위해 필요악이라면 하나의 방법이 되진 않을지 묻는 분, 한반도 전쟁반대에 있어 남한이 전시 작전권을 갖는 것이 유리한지 안 갖는 것이 더 유리한지 묻는 분, 조카가 미국에서 북한 전문가와 일하는데 북한 전문가들 얘기가 이들은 매우 보수적이고 통일을 반대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개인 블로그에 지난 12월 했던 백악관 시위 사진을 올렸보았더니 아주 호응이 좋았는데 젊은 세대에게 평화 통일에 대해 어떻게 다가가는 게 좋을지 묻는 분, 남한은 자본주의이고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인데 서로 다른 체제하에서 어떻게 갈등을 극복할 수 있을지 묻는 분, 지 북한에 종교 현황은 어떤지? 그리고 불교가 북한 통일 문제에서는 어떤 역할할 수 있는지? 종교가 통일에 장애라 생각하는데 스님 생각은 어떤지 묻는 분 동독 서독의 통일은 적대화 언어 삼가고 동족이라는 언어 많이 사용했는데 미국 정치 지도자들이 북한을 폄하하는 언어를 사용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묻는 분등 총 10명이 질문하여 11개 이상의 질문이 나왔습니다.

오늘은 아래의 질문을 소개드립니다.

"북한의 인민들이 저렇게 고통을 받고 있는데 우리가 하루라도 빨리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전쟁이라는 방식이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면, 미래세대를 위한 필요악이라면, 전쟁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들 다 각자의 생각이 있죠. 저는 여러분들의 생각을 다 존중합니다. 아까 저분처럼 ‘까짓 거 좀 죽더라도 밀어붙여서 통일을 하는 게 낫겠다’ (모두 웃음) 이렇게 생각할 자유도 있고 그런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그 방식을 다수가 지지하느냐 입니다. 그 방식을 다수가 지지하면 전쟁을 선택할 수도 있는 건데, 사람들이 그런 방식을 지지할 거냐가 문제죠. 아까 질문하신 분은 우리 역사상 통일을 통해서 시너지 효과가 났느냐, 아니면 통일을 통해서 오히려 민족사적으로 손실을 입었느냐를 따질 때 삼국통일 하나만 사례로 들어 말씀하셨는데 그것에 대해서도 서로들 평가가 조금 다릅니다, 짧게 말씀드리자면 평화적으로 합의 통일을 함으로써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본 역사적 사례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동서독만 볼 게 아니에요. 동서독은 지금 시대이긴 하지만 남의 나라 얘기고, 옛날 시대에 있었던 우리의 얘기가 있습니다. 그게 뭐냐면 신라와 가야의 통합입니다.

무력에 의한 통일은 국민 통합에 굉장한 장애를 주고 부작용도 굉장히 많아요. 이런 면에서 우리가 과거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지금 남북의 통일에 있어서도 이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북한만 없어지면 좋다고 해서 최근 일부에서 북한 분할론이 제기되기도 했지요. 북한을 절반 분할해서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도는 한국이 갖고, 강원도는 미국이 갖고 압록강과 두만강변에 면해 있는 영토는 중국이 관할하고, 함경북도는 러시아가 관할하자고 중국이 제안한 내용이 해킹을 통해서 공개된 적이 있었죠. 이런 얘기까지 나올 정도예요. 도무지 해결이 안 되니까요. 이런 식은 대한민국만 생각하면 좋을지 몰라도 민족사적으로 보면 엄청난 불행을 자초하는 문제가 됩니다.

그리고 전쟁을 해서 통일을 한다면 통일은 될지 몰라도 남한의 산업시설이 파괴되는 상황도 생각해봐야 해요. 지금 벌써 우리가 중국의 추격에 뒤처지기 시작하는데 우리가 파괴된 시설을 복구하는 사이에 중국이 앞서가 버린다면 통일해서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하게 되는 셈입니다.

전쟁을 주장할 수는 있는데 제 의견을 물었으니까 답하자면 저는 반대입니다. 그것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고 생각해요. 최근 미국이 주장하는 ‘코피 전략’처럼 단박에 몇 군데를 공격해서 핵시설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렇게 해서 성공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가능성이 있으니까 작전 계획이 나오겠죠. 그런데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게 문제예요.

6.25 전쟁 때를 생각해 보세요. 북한이 한 달 만에 통일하겠다며 내려왔잖아요. 초반에는 거의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미군이 개입해서 결국은 성공 못했죠. 그런데 우리가 반대로 북한을 밀어붙일 때 중국이 못 올라오게 경고했습니다. 중국은 '북한이 남쪽으로 내려온 걸 38선 이북으로 밀어낸 것까지는 좋은데 38선을 넘어오는 건 침공'이라고 얘기하면서 개입한 거예요. 당시 중공 정부가 수립된 지 1년밖에 안 됐으니까 설마 참전하겠냐 해서 밀고 올라갔는데 중공이 참전을 해서 또 밀려내려 왔죠. 결국은 한 달 예정이던 전쟁이 3년 걸리고 3백만이 죽었잖아요. 전쟁이란 이렇게 예측대로 잘 안 돼요.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건 전쟁이 계획대로 성공할 수도 있지만 전연 예측 불허하게 흘러갈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그 피해가 엄청난데 그런 도박을 섣불리 결정하는 것은 굉장히 어리석은 짓입니다. 100퍼센트 자기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는 약간의 도박이 따른다고 아까 말씀드렸는데, ‘이 도박을 할 거냐?’ 이런 문제예요. 전쟁을 안 하고 문제를 풀려면 약간의 양보를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자면 늘 강경세력의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우리도 이런 국면에 놓여 있어요.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든 북한은 자기들 나름대로의 목표가 있어요. 여러분들, 사우디아라비아도 왕조국가라는 사실 아시죠? 최근에 왕자가 자기 마음대로 사람들 잡아넣는 걸 보셨잖아요. 그런데 왜 여러분들은 가만히 있습니까? 왜 미국이 그걸 두둔할까요?(모두 웃음) 바로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래요. 일반적으로 내정에 대해서는 간섭을 안 하는 거예요. 인권침해가 있으면 우리가 UN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하죠. ‘간섭은 전혀 안 해야 한다’ 이게 중국과 북한 같은 입장이에요. 유럽이나 다른 민주 국가의 입장은 달라요. 내정 간섭은 안 하되 인권 문제에 있어서는 다른 나라라도 문제제기를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개별 국가 차원에서 하는 게 아니라 UN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해서 우리가 개선을 해나가는 거예요.

지금 북한 인권 상황이 열악한 건 맞습니다. 제가 볼 때는 전 세계에서 제일 열악합니다. 그렇다고 그걸 우리 마음대로 할 순 없어요. 북한은 UN에 가입된 하나의 독립된 나란데 그걸 우리 마음대로 하려고 드는 것은 제가 보게에는 좀 성급하거나 상대를 존중할 줄 모르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인도에 가본 많은 사람들이 ‘아이고, 불쌍해라. 이걸 왜 이리 내버려 뒀냐’라고 해요. 인도 여행 갔다가 인도라는 나라를 고치려고 신경 쓰다가 오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모두 웃음) 그런데 그게 내가 보기에 불쌍하지, 그들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이 문제는 오늘 밤새도록 논의해도 결론이 안 날만 합니다. 그런 요인도 있고 그렇지 않은 요인도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이런 차이를 인정을 해야 합니다. 모든 가치 기준을 너무 자기 식으로만 주장하게 되면 갈등이 증폭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경제제재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저는 경제제재가 지금의 상황을 가져온 한 요인은 되겠지만 절대 요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물가가 전혀 변화가 없고, 쌀 값이 변화가 없고, 환율도 변화가 없으니까요. 기름 값만 두 배로 올랐고 택시비만 올랐지, 그 외에는 현재까지는 정상적입니다. 한국 측 전문가들은 내내 3개월만 있으면 변한다고 했어요. 3개월 지나도 안 변하니까 6개월만 있으면 변한다고 했어요. 6개월이 또 지났는데 아직 안 변해서 9개월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9개월이 되는 다음 달에 제가 한 번 더 체크해봐야 해요.(모두 웃음)

북한 경제가 굉장히 어려운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북한의 체제 특성상 어렵다고 해서 굴복하고 나올 성질은 아닙니다. 이거는 북한만 그런 게 아니라 베트남도 그렇고, 식민지 제국주의와 저항을 해서 수립된 정권이 갖는 특징입니다. 이런 나라는 미국 말이나 일본 말만 안 듣는 게 아니라 중국 말도 안 듣고 러시아 말도 안 듣습니다. 북한만 그런 게 아니라 베트남도 마찬가지예요. 코너에 몰면 말을 들을 세력이 있고 코너에 몰면 끝까지 저항하는 세력이 있는데 이 정권의 성격은 후자에 가까운 거예요.

그래서 이런 요소를 우리가 고려하면서 다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연개소문 같은 사람을 생각하면 돼요. 연개소문도 인권 탄압하고 왕을 막 죽이는 사람이었잖아요. 그런데 외세에는 끝까지 저항을 했잖습니까? 결국 죽고 나서 나라가 망하긴 했지만요. 저는 옛날 역사를 공부할 때 국민이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끝까지 나라를 지킨 걸 굉장히 좋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북한을 보면서 과연 연개소문을 잘했다고 해야 할지 고민이 되고 평가를 다시 해야할 것 같아요. (모두 웃음) 저는 가능하면 역사를 사람 중심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말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느냐를 중심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에요.

어쨌든 북한은 현재 이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국민이 아니라 소수의 엘리트들이에요. 이 소수의 엘리트들은 우리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미국은 물론 중국이나 어떤 나라에도 털끝만큼도 고개를 숙이려는 생각이 없습니다. 그래서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제가 지난번에 방문해보니 북한에 대한 지지가 일부 있었어요. 자기들은 미국에 꼼짝도 못 하는데 북한은 대놓고 저항을 한다고요. 처음에는 그런 반응이 의외였어요. 그래서 왜 그렇게 좋아하느냐고 물어보니까 자기들은 맥도 못 추는데 북한이 이렇게 대응해 주니까 지지한대요.

이런 성격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 이런 문제를 꼭 힘으로만 풀려고 하지 않길 바랍니다. 힘이 있다 하더라도 힘을 쓰지 말고, 한쪽으로는 협박을 하더라도 한쪽으로는 요령껏 다룬다면 잘 되리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래서 저의 구호는 이거예요. ‘노벨 평화상은 트럼프에게, 우리는 평화를!’(모두 웃음) 명분은 내어주고 우리는 실리를 좀 챙겨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미국에 와보니까 트럼프를 워낙 싫어들 해서(모두 웃음) 저의 이런 실용주의적 입장을 비판하는 사람이 있어요. 자기는 죽어도 트럼프 지지는 못하겠다는 거죠. 제 말씀은 트럼프를 지지하라는 게 아니라 북미 정상회담을 우리가 좀 이해하고 지지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여러분들께서 견해가 다 다르기는 하지만 만약 조금이라도 동의하신다면 함께해주셨으면 합니다. 6.25 전쟁 이후 우리 민족에게 지금까지 남아 있는 냉전의 찌꺼기를 청산할 기회이자, 3.1 운동 백주년을 1년 앞둔 지금 일제 식민지 지배의 찌꺼기를 정말로 청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해요. 이러다가 또 쪽박 찰 수도 있겠지만 이걸 계기로 우리 민족에게 행운이 오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백악관 청원 운동’에 많이 동참해 주시길 바랍니다.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몰라도 다른 할 게 없으니까 어쨌든 그거라도 해야 하잖아요. 그리고 연방 상하원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을 지지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의회에 편지 보내기도 하고요. 이런 활동을 좀 적극적으로 해주시면 좋겠다는 부탁 말씀드리며 마치겠습니다." (모두 박수)

7시에 시작한 강연이 활발한 질문과 대화로 2시간 30분을 훌쩍 넘겼습니다.

스님은 강연을 마치고 참가하신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참가자 및 워싱턴 정토회 회원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은 뒤 미주 정토회관으로 복귀했습니다.

내일은 폭설 소식이 있어 일정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됩니다. 자세한 소식은 내일 전해드리겠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백악관 청원 서명운동]
https://goo.gl/esnn3g

1) 청원 사이트를 클릭하고 [sign now]를 누른 후(스마트폰의 경우) 개인 이름(영문)과 이메일 주소를 입력한 후 다시 [sign now]를 누릅니다.

2) 이후 자신이 입력한 메일(또는 스팸메일함)로 들어온 confirm 메일에서 "Confirm your signature by clicking here." 을 누르면 서명이 완료됩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김순영 손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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