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은 어젯밤 숙소에서 머문 5시간여 동안 주무시지 않고 계속 업무를 보셨습니다. 무리한 일정 속에서도 차로 이동하는 중에는 짬을 내어 주무시고, 숙소에 도착해서는 바로 업무를 보며 1분 1초라도 아껴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는 스님이 존경스럽습니다. 숙소 1층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새벽 4시 45분 아침 첫 약속 장소인 블랙 마운틴으로 향했습니다.



4시간 이상 운전하였지만 서둘러 온 덕분에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였습니다. 오늘 일정은 노쓰 캐롤라이나에서 신학대학 교수님으로 계신 김정일 목사님께서 안내해주셨습니다. 노쓰 캐롤라이나는 남장로교 본산 지역으로 한국과 아주 인연이 깊은 곳입니다. 먼저 남북한을 모두 방문한 Billy Graham (빌리 그라함) 목사님 후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선교사업과 인도적 지원사업의 중심지역일 뿐만 한국 전남지역을 선교한 유진벨 가문의 후손들이 선교 및 인도적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곳입니다.

첫 일정으로 제이콥 린튼 (야고보 님) 님을 만났습니다. 린튼 집안은 1868년 남장로교 선교사로 한국에 오신 뒤 전남지역 선교의 아버지로 불렸던 유진 벨 (한국 이름 배유지) 선교사의 후손입니다. 가족 모두가 한국에서 태어나 거주하면서 남북한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오랫동안 다양한 북한 구호사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린튼가문의 둘째 아들이 Steve Linton (인세반) 박사님으로 유진벨 재단 회장으로 1995년부터 북한의 결핵퇴치사업을 하고 계십니다. 오늘 만나는 린튼 집안의 셋째 아들인 인야고보님은 엔지니어 배경을 잘 살려 우물 파는 기계를 만들어 북한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Wellspring 단체를 통해 북한에 우물 파는 사업을 진행하는데, 깨끗한 물을 마시고 사용하면 질병의 80%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 사업을 현재 13년째 이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인야고보님은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여 스님과 바로 한국어로 대화하셨습니다. 북한 지원 등 서로의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인야고보님이 직접 만든 우물 파는 기계를 보러 갔습니다.

북한은 전기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최신 기술로 움직이는 기계는 오히려 사용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고기계를 저렴하게 구입해서 완전히 새 것으로 만들어 보낸다고 하였습니다. 세 분의 대화를 통해 ‘적정기술’ 즉 지역 상황에 맞게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또한 스님은 인야고보님께서 직접 만든 우물 파는 기계를 보고는 인도에서 우물 팔 때 사용하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인도에도 하나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두 분은 우물 파는 것에 대해 협력하기로 하였습니다.

인야고보님의 어머님은 아흔이 넘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정정하셨습니다. 스님 일행에게 다과도 대접해주시고 한국에서 생활했던 시절 이야기도 들려주셨습니다. 스님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정토회 달력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어머님은 언제든지 또 방문하시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아팔래치안 산맥에 위치한 블랙 마운틴은 산세가 마치 한국의 산 같습니다. 집 앞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참 좋았습니다.

읍내로 내려와 인야고보님의 제수씨인 하이디 린튼 님이 운영하는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Christian Friends of Korea) 사무실과 창고를 방문했습니다. 인야고보님도 여기서 오랫동안 활동을 하다가 샘물 파는 사업을 하고 있어 서로 파트너로서 협력하며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입구에는 예쁘게 한글로 수놓아진 퀼트도 걸려있었고 사무실 곳곳에 북한 예술품과 북한에 지원하는 물품들이 있었습니다. 봉사자들이 직접 짠 목도리 등 방한용품에는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 꼬리표를 달아두었습니다.

사무실 벽면에 빼곡히 걸려있는 북한 지원 사진들이 그동안의 활동을 어렴풋이나마 보여줍니다.

결핵을 치료하는 의사들에게 필요한 키트 (태양열 전등, 휴대용 발전기 등), 미국 농장에서 이미 쓰이고 있는 동파되지 않는 수도꼭지 등 의료, 농업, 건축 등 다양한 방면으로 지원한 역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옆에 있는 창고로 가니 지원할 물품들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박스에는 황해남도를 뜻하는 SHwanghae와 개성 Kaesong 이 영어로 적혀 있고 ‘평양시 2 예방원’이라고 적힌 것도 있습니다. 반드시 지원되는 목적지를 표기해둔다고 합니다. 경운기 등 농기구/교통수단 지원하는 사진도 있습니다.

환대해주시고 잘 안내해주신 인야고보님께 감사의 말씀드리고 김정일 목사님과 스님 일행은 샬럿으로 향했습니다. 2시간쯤 달려 도착한 곳은 미국의 기독교 제3세계 지원단체인 Samaritan’s Purse (사마리아인의 지갑) 창고입니다. 이 재단은 빌리 그래함 목사의 장남인 프랭클린 그래함 (Franklin Graham)의 의해 지난 35년간 운영되어 오고 있다고 합니다.

큰 창고에 120여 개국의 어린이들에게 지원하는 물품들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안내해준 분의 얘기로는 평소에는 이렇게 한산하지만 매년 집중적으로 기부품이 집결되는 11월에는 물품의 양이 어마어마해서 3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운동화 상자 정도 크기의 상자에 아이들을 위한 인형, 생필품 등을 넣고 기독교를 알리는 그림책을 넣어 보낸다고 합니다. 상자 한 개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마치 기름칠 한 기계처럼 잘 짜여 있었습니다.

창고를 둘러본 후 스님은 버지니아로 출발하기 전 김정일 목사님과 앉아 이번 미국 방문의 목적과 평화를 위해 미국 기독교에서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이야기를 더 나누었습니다. 목사님께서도 ‘어떠한 경우라도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선 안되고 평화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스님의 뜻에 공감하며 앞으로 계속 교류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김정일 목사님은 노쓰 캐롤리나 주도인 샬럿에도 한인들이 한 오천여명 살고 있다고 하면서 다음에는 목사님께서 초청할 테니 꼭 샬럿에서 스님의 강연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원래 노쓰 캐롤라이나에 온 목적은 북한 인도적 지원에 대한 것도 있었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해 미국의 복음주의 지도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번 방문에서는 계획한 만큼의 성과는 이루지 못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앞으로의 협력의 기회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귀한 시간 내서 안내해주신 김정일 목사님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버지니아주 페어팩스로 출발했습니다. 노쓰 캐롤라이나주 샬럿 시내도 지나고 한참을 달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시내도 지나자 서서히 해가 져서 어두운 밤이 되었습니다. 어제 오늘 이틀 동안 달린 거리가 2,400km를넘어섰습니다.

버지니아주 비엔나에 도착한 스님은 양정철 작가님의 북콘서트가 열리는 한미 과학재단으로 향했습니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던 터에 이역만리 미국에서 이런 행사가 열린다고 하니 기쁜 마음으로 축하하러 오신 것입니다.

사회를 보던 주진우 기자가 ‘오늘 초대가수가 있다’며 깜짝 소개를 한 뒤 법륜스님이 등장하자 200여 명의 청중이 크게 웃으며 박수로 스님을 맞이했습니다. 스님은 양 작가님의 출판 축하 더불어 최근 한반도 정세에 관한 이야기, 백악관 청원 및 연방 상하원 의원 편지 보내기 캠페인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마치고 북콘서트에 참가한 워싱턴 정토회 식구들과 인사도 나누고 오늘 행사를 함께 하신 주진우 기자, 김형석 작곡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중부 강연을 떠난 지 4일여 만에 미주 정토회관으로 복귀했습니다. 내일은 워싱턴 디씨 일정이 하루 종일 있는 날입니다. 내일 소식 전하겠습니다.

오늘 강연이 없었던 관계로 대신 어제 18일 피츠버그 강연에서 있었던 질문과 스님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알다시피 트럼프는 사업가이고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인데 한반도의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회담을 하는 게 트럼프에게는 어떤 직접적인 이익이 있는지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 때문에 현재 잠재적 위험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지금 8월 위기설이 제기되는데, 8월에 군사작전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가면 선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는 평가들을 하고 있어요. 전쟁 중에 국민들이 나서서 정권을 바꾸는 일은 미국 역사에는 여지껏 없었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북핵의 실질적인 위험 때문에 군사적인 요구가 있기도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처한 정치적 현실 때문에도 군사적인 공격의 위험이 있다고 보는 쪽도 있습니다.

그러면 협상을 안 하지 않겠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이 문제를 두고 북한이 비핵화를 하겠다는 양보만 받아낸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늘 말하듯이 ‘클린턴도 못했고 부시도 못했고 오바마도 못한 걸 내가 했다’라고 할 수 있어요. 이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엄청난 자부심이에요. ‘누구도 못한 것을 내가 해결했다.’ 이렇게 만족할만한 어떤 타결을 북한이 제공할 건지가 사실은 관건이거든요. 협상을 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런 매력이 있습니다. 그 어느 쪽도 트럼프 대통령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돼요. 전쟁 방식도 도움이 되고 협상도 도움이 되는 거예요.

그런데 전쟁을 통한 방식에는 위험이 있어요. 그렇게 공격을 해서 단시간에 깔끔하게 끝나버리면 엄청난 도움이 되고 과감하게 잘 했다는 칭찬을 받을 수 있지만, 쉽게 끝이 안 나고 북한이 반격해서 피해가 엄청나게 발생하고 장기전으로 간다고 하면 미국에 반전 여론이 일어날 거예요. ‘트럼프같이 불안정한 사람에게 군 통수권을 줘서 나라를 위험에 빠뜨렸다’ 이렇게 문제가 제기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엄청난 타격이 되겠죠.

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 회복을 굉장히 중요시 여기는데 이건 전쟁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가는 문제기 때문에 사실은 굉장한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도 있는 위협도 있지만, 이게 잘못됐다 하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 비할 문제가 아니거든요. 그런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에 전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도 쉽게 결정하기 어려워요.

그런데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했다 그러면 굉장하죠. 노벨 평화상은 따놓은 거예요. 그것도 엄청난 명예죠.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통해 이 문제를 풀면 반드시 한국 정부에게 대가를 요구할 거예요. 우리는 전쟁을 안 하는 대신에 돈을 대야 해요. 그래서 FTA도 양보해야 되고 주한미군 주둔비도 더 내서 트럼프 대통령이 ‘봐라, 내가 미국 시민들을 위해서 이렇게 경제적인 이익을 얻어내지 않았냐’라고 큰소리를 칠 수도 있지요.

그래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하고 있는 위협은 우리가 볼 때는 굉장히 무모한 것 같지만 조금 속된 말로 하면 ‘일타 쌍피’ 예요. 협박을 해서 전쟁을 해도 괜찮고, 한국한테 FTA 양보를 얻어내도 괜찮고, 북한한테 양보를 얻어내도 괜찮고, 어느 쪽으로나 사실 손해날 일이 없는 장사예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굉장한 어려움에 처했어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위협을 통해서 어느 쪽을 얻으려고 하는지 애매하거든요. 경제를 얻으려고 그런가 해서 경제를 양보하고 전쟁을 막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나중에 지나 놓고 볼 때 상대가 겁주는데 우리가 놀아나서 돈만 갖다 바친 결과가 나오면 이것도 평가가 굉장히 나쁠 거잖아요. 그렇다고 경제 양보를 안 하겠다고 버티다가 전쟁이라도 나버리면 이건 또 더 큰 손실이에요. ‘트럼프 같은 사람 하나도 제대로 못 다뤘나’하고 욕 얻어먹을 짓이죠. 그래서 지금 한국 정부도 골치가 아픈 거예요.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하면서 늘 그렇게 성동격서(聲東擊西 :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을 친다) 식으로 협박해서 여기 치고 저기 가서 받는 전문가잖습니까? 그래서 이 수를 어떻게 읽을 거냐가 굉장히 중요하죠. 특히 이게 전쟁 위험이니까 이걸 갖고 우리가 도박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거예요.

그래도 저는 속아주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전쟁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겁이 안 나도 ‘아이고, 겁나라. 살려주세요’ 이래 가지고 뭘 좀 내어주고 이 문제를 푸는 게 얼핏 보기엔 바보 같은 짓 같지만 현명한 거예요. 전쟁이 가져오는 우리의 피해는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걸 잘 해결하면 중간 선거에서 이익이 됩니다. 중간 선거에서만 의석을 뺏기지 않으면 일단 첫 임기는 무사히 넘어갈 수 있잖아요. 현재 많은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기소를 막으려면 연임을 해야 한다고 해요. 임기중 탄핵은 물론이고, 지금 임기만 마치고 나가더라도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한 여러 가지 행위가 미국 법에 저촉된다고 보기 때문에 임기의 처벌을 받게 돼 있다는 거예요. 연임까지 끌고 가야 자기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에게 북한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이슈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익이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지혜롭게 대응하려면 ‘내가 운전수다. 내가 북한하고 미국을 조율해서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왔다!’ 절대로 이렇게 나오면 안 됩니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은 내일이라도 당장 협상을 걷어차 버릴 수 있어요. 항상 공을 트럼프 대통령한테 돌려야 해요. 북한이 저렇게 나온 것도‘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정책 때문에 북한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때문에 우리가 이 문제를 풀 수 있었다’라고 해야 합니다. 이렇게 문재인 대통령이 자기를 숙이고 항상 트럼프 대통령을 앞세워줘야 이 문제가 원활하게 풀릴 수가 있습니다.

지금까진 잘 했어요. 전부 트럼프 대통령의 공로라고 하고 북. 미 두 지도자가 잘 했다고 추켜세워 줬는데 요즘은 보니까 조금 나서는 것 같아요. 트럼프 대통령 성격에는 우리가 너무 나서면 안 됩니다. 자기 부하라도 언론에 너무 나서면 그냥 잘라버리는 성격이에요.

틸러슨 국무장관 같은 경우도 해외여행 중에 그냥 잘라버리잖아요. 내일 은퇴할 사람을 오늘 잘라버리고요.(모두 웃음)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우리의 상식을 초월합니다. 보통 상식으로는 간이 떨리고 낯부끄러워서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이잖아요.

그런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에게 우리의 운명이 걸려 있다는 건 사실은 불행이죠. 그러나 이것이 현실이니까 우리는 이 현실을 최대한 잘 활용해서 우리의 실익을 추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노벨상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고 우리는 평화를 얻는다’ 이런 마음으로 나가야 합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김순영, 손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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