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기간에는 아침마다 짙은 안개가 시야를 가리더니, 며칠사이 날씨가 많이 변했습니다. 이타와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안개없이 맑고 기온도 그 때만큼 차지 않았습니다.

델리 자혜정사에서 이동하면서 먹을 저녁밥으로 김밥과 빵, 샌드위치를 싸주셨는데, 어제 다 먹지 못했습니다. 수바스지 부인이 따뜻한 감자 빠라따를 해 주기위해 식재료를 준비해 두고 있었는데, 스님께서 일절 음식은 하지 말라고 하셔서 짜이 한 잔으로 대신하고, 어제 싸온 김밥을 후라이팬에 굽고, 먼저 상할 것 같아 보이는 샌드위치를 아침으로 먹었습니다. 그런데 스님께서 찬 샌드위치를 아침으로 드실 때는 마음이 조금 불편했습니다. 우리가 먹으면 되는데... 언제나 몸소 보여주시는 모습 하나하나 새삼 감사하고 죄송스럽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석가족 두 개 마을에 불상 점안식을 하고,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법회를 하는 날입니다.

옛날 석가족이 멸망하고 성을 숨기고 살아왔던 샤키족들은, 자신들이 석가모니부처님의 후예인 것을 알고 불교로 개종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당시 왕족이었던 석가족들은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날은 인도에서 미들 카스트로서 주로 농사를 짓는 자영업자들이 많습니다. 상카시아지역 주변으로는 약 200만명 정도의 석가족들이 살고 있습니다. 인도정토회에서는 20여년전부터 석가족마을에 법당 및 불상 지원 사업을 해 오고 있습니다.

오늘 첫 번째 불상 점안식을 한 곳은 우타르 프라데시주, 이타와 디스트릭(시), 파르티야 꼬띠 람푸라빠짜르란 마을입니다. 2009년도에 불상 점안식을 한 곳입니다. 당시 불상은 한국에서 직접 가지고 와서 모셨는데, 기후 차이가 많이 나서 그런지 근 10년만에 불상 여러 곳이 벗겨지고 파손된 부분이 있어서 새로운 불상으로 점안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2009년 당시 작은 홀실처럼 불상 하나 넣어 둘 정도의 작은 공간이었는데, 그새 법당이 만들어져서 법당에서 기도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먼저 스님께서는 기존에 있던 불상 이운식을 거행했습니다. 기존 불상은 다시 잘 싸서 상카시아 담마센터로 모시고 가기위해서 차에 실었습니다. 그 후, 흰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새 불상 점안식을 한국식으로 간단하게 하시고, 인도 스님이신 담마팔 스님께 인도식으로 점안식을 다시 요청하셨습니다. 인도 스님들과 마을 사람들이 빤쯔실과 경전을 외며 점안식을 진행했습니다.

점안식 이후에는 마을 사람들이 스님께 꽃목걸이를 걸어 주며 인사를 드렸고, 한국에서 온 분들에게는 하얀 천을 걸어주며 환영식도 해 주었습니다. 스님께선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법문을 해 주셨습니다. 다음 점안식 시간이 다 되어 짜이 한 잔 마시고, 다음 마을로 이동했습니다.



두 번째 점안식이 있었던 곳은 메인뿌리 디스트릭(시) 너글라 더누란 마을이었습니다. 총 85가구의 마을인데 석가족이 45가구, 암베드카르 불교를 믿는 천민이 30가구, 그 외 몇 개 가구로 한 마을이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신심깊은 스리 하리람 샤끼야란 사람이 자기 땅에 절을 지어서 오늘 점안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도착해서 먼저 정성껏 차려주는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아직 상표도 채 떼지않은 스테인레스 그릇에 정성껏 한 국자씩 달과 유미죽을 퍼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늘 첫 개원을 하는 법당이라 리본 커팅식으로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이 곳에서도 스님께서 먼저 법당에 들어가 거불을 시작으로 점안식을 진행하셨습니다. 오색실을 길게 늘어뜨려 참가한 사람들이 잡고, 한국식, 인도식으로 점안식이 진행되었습니다. 점안식 이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법당에 들어와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부처님께 꽃을 올리고 친견을 했습니다.

마을 유지들과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서 2부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스님 법문을 듣기에 앞서 마을 유지들이 스님께 꽃 공양을 올리고 축하인사말을 했습니다. 인도에서는 행사를 하게 되면 축하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 정작 행사보다 인사말 하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오늘도 한 사람이 혼자서 30분, 또 다른 한 사람이 한 시간은 족히 말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모두 다 앉아서 듣고 있는 것을 보면서 참 문화가 다르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됩니다.

“나무 붓다, 나무 담마, 나무 상가. 여러분,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점심은 드셨어요?”

“(대중들) 예.”

“오늘 이 나글라더노 마을에 ‘석가모니 보땀 보드비하르’ 개원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대중들 박수)

그리고 오늘 이 곳에서 점안식도 했습니다. 우리가 ‘점안(點眼)’을 하기 전에는 그냥 조각일 뿐인데 점안을 함으로써 비록 돌로 만든 불상이지만 앞으로는 우리에게 부처님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께서는 이 보드비하르에서 담마도 공부하고, 기도도 하시기 바랍니다.

이 보드비하르를 이렇게 지어 기부해 주신 스리하리람 사끼아님께 큰 박수를 보내드립시다.(대중들 박수)

불교는 인도에서 시작이 됐습니다. 지금의 네팔 땅에 있는 카필라바스투의 왕자로 태어나신 분이 고타마 싯다르타인데, 그분께서 수행을 하셔서 도를 이루시면서 불교가 시작이 됐습니다. 그분의 아버지 종족은 여러분과 같은 석가족이셨고, 어머니는 꼴리족이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오신지 200여년이 지난 아쇼카 왕 때에 이르러서 불교는 전 인도에 전파가 됐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로 전파가 됐습니다. 남쪽으로는 스리랑카로 전해 졌고, 동쪽으로는 미얀마와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으로 전해 졌고, 북쪽으로는 중국, 한국, 일본으로 전해 졌습니다. 또 티벳이나 몽골로도 전해 졌습니다. 그러나 700여 년 전에 무슬림이 인도에 침입하면서 인도에서는 불교가 많이 쇠퇴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인도에는 힌두교도가 제일 많고, 그 다음이 무슬림과 시크교도 순입니다. 불자는 아주 소수입니다.

그러나 인도 밖으로 나가면 불교는 힌두교보다도 더 많은 나라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신앙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불교성지인 보드가야, 사르나트, 쿠시나가르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불교도들의 방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 그런 데에는 외국에서 온 불자들이 자기네 나라 절을 곳곳에 지어놓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인도 불자의 수가 적다 보니까 인도 절은 아주 드물게 있거나 또 그 규모도 매우 작습니다. 그런데 이 상카시아 주변에는 부처님의 혈통을 계승한 석가족이 아주 많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큰 절은 아직 못 짓더라도 우선 동네마다 작은 규모의 절이라도 지어서 부처님을 모시자는 뜻에서 이런 절이 지어진 것입니다. 제가 전에 ‘절이 지어지면 불상은 제가 기부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기 때문에 이 절은 스리하리람 사끼아님이 짓고, 불상은 제가 기부하게 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불상을 전부 한국에서 모셔왔습니다. 그러나 점점 절이 많이 지어지니까 불상을 다 한국에서 모셔오기 어려워서 이번에는 인도 라자스탄(Rajasthan, 인도 최대 대리석 생산지)에서 제작한 불상을 모시게 됐습니다.

여러분들은 부처님의 후손, 후예들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부처님의 후예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앞으로 전 세계로 나갔을 때 ‘내가 석가족이다’라고 밝히면 세상 사람들은 분명 여러분들을 굉장히 존경할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께서는 우선 자신의 마을에서부터 부다 담마를 공부하고, 또 부처님을 신앙하는 운동부터 하십시오.



우리가 상카시아 만큼은 인도 불자들, 석가족을 위한 큰 절을 지을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는 지금 ‘상카시아 스투파’(상카시아 탑)가 많이 허물어졌고, 또 거기에 힌두가 있으니 우리가 상카시아 스투파를 다시 하나 지어야 합니다. 두 번째로, 수 만 명이 모일 수 있는 오픈된 강당도 필요합니다. 세 번째로, 우리가 담마도 배우고 명상도 할 수 있는 담마센터도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벽돌 한 장이라도 기부하시고, 하루 울력이라도 참여하셔서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상카시아에서 가장 큰 절은 바로 인도 불자들의 절이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땅은 이미 구해 졌으니 앞으로 여러분들이 힘을 합해서 그런 불사를 하게 되시길 기원합니다.

왜 저는 상카시아에 한국 절을 안 짓고 인도 절을 지으려는 걸까요? 한국에는 한국 절이 많이 있습니다. 굳이 인도까지 와서 한국 절을 지을 필요가 없어요. 그러니 인도에는 여러분들이 마음껏 가서 수행할 수 있는 인도 절이 필요한 거예요. 성지에 있는 모든 외국 절은 자기네 나라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 인도 사람들을 위한 게 아니니까요.

그럼 왜 저는 여러분께 관심을 갖는 걸까요? 한국에 불교가 전래된 것은 2000년 전입니다. 그 이후에 한국은 불교국가가 됐습니다. 지금 현재 한국이 불교국가는 아니지만 불교인구가 전체 인구의 3분의 1정도 됩니다. 그리고 한국의 국보 등 문화유산의 대부분이 불교문화유산입니다. 또 1000년 전에는 한국의 많은 스님들께서 인도에 유학을 오셔서 당시 선진불교를 배우고 한국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즉, 한국 불교나 문화는 인도 불교의 도움을 받아서 성장한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지금 인도 불교는 쇠퇴한 상태입니다. 그러니 세계의 불교인들은 인도 불교를 다시 부흥시킬 책임이 있습니다. 옛날부터 이런 말이 전해 오고 있습니다. ‘불교가 인도에서 시작해서 전 세계로 전파되고 인도에는 오히려 불교가 없어졌다가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 2500년이 지나면 다시 불교가 인도로 돌아와서 부흥할 것이다.’ 현재 부처님께서 열반하신지 2500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인도 불교가 부흥할 것입니다. 인도도 부흥중입니다.

그러면 인도불교를 누가 부흥시키게 될까요? 현재 인도 불교는 세 갈래로 나뉩니다. 북쪽에 티벳불교, 즉 라마불교가 있고, 동쪽 아삼이나 트리푸라 지역에는 테라밧다불교가 있고, 또 나그푸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암베드카르불교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불교는 아직 인도 주류사회에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주류사회에 진입을 하려면 여러분들, 즉 석가족 불교가 부흥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들에게 큰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유산을 받아도 후손이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아무 결과가 없을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인도불교를 새로 부흥할 책임이 있다, 사명이 있다는 것을 아셨으면 합니다. 여러분들도 그럴 마음이 있으십니까?”

“(대중들)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앞장서신다면 저는 여러분들을 적극적으로 도울 것입니다.(대중들 박수) 그런데 어떤 일이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는 큰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중심이 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비로소 큰일을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내가 하겠습니다!(함 까랑게!)’ 이런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옆에서 도와주면 일이 잘 됩니다. 여러분들, 다 ‘내가 하겠습니다!(함 까랑게!)’ 이런 마음이 생깁니까?(모두 웃음) 여러분들이 그러신다면 저는 적극적으로 여러분들을 후원을 하겠습니다.(대중들 박수)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불교가 인도에서는 소수종교이지만 세계로 나가면 아주 많은 나라들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을 신봉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들이 아시고, 부디 자신감을 가지세요. 이 보드비하르가 지금은 작게 시작하지만 앞으로는 크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처음에는 한 사람이 시작했어도 이제 앞으로는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다 힘을 합해주셔야 합니다.

다시 한 번 ‘석가모니 보땀 보드비하르’ 개원을 축하드리고요, 이 절을 시작해 주신 스리하리람 사끼아님께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또 오늘 이런 행사에 참여해 주신 비구 상가 여러분께도 존경을 표합니다. 또 뵙겠습니다. 피르 미렝게(PHIR MELENGE).”(대중들 환호와 박수)

법회를 다 마치고 법당 입구에 보리수나무 한 그루, 아쏘카나무 두 그루를 기념 식수로 심었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상카시아에 있는 담마팔스님 절로 이동했습니다. 담마팔스님은 초기 수자타아카데미에서 잠시 교사생활을 했었고, 상카시아에 절을 지어 포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녁식사 후에는 법당에서 YBS(Youth Budhist Society) 멤버들과 향후 상카시아에서의 불교활동과 사회활동에 대해서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께서는 각각 멤버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직업과 생활에 대해서 질문을 하시고, 현재 인도 및 상카시아, 이타와, 메인뿌리 지역의 교육 환경이 어떤지에 대해서, 불교 활동단체 현황에 대해서 소상하게 물으셨습니다. 그리고, 상카시아 명상센터는 세 구역으로 나눠서 맨 안쪽에는 석가족을 위한 담마센터를, 중간에는 큰 집회를 언제라도 할 수 있는 오픈 강당을, 그리고, 입구에는 상카시아 스투파를 재현하는 큰 스투파를 짓고, 그 스투파 위에 하늘에서 인드라신, 제석천왕과 함께 내려오는 부처님 불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건축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작년 가을에 구입한 땅 부지에 석가족 아이들을 위한 전문대학을 만든다면 누가 책임을 맡을지, 어떻게 운영을 할 것인지, 무슨 과목을 생각하고 있는지, 대학 이름은 어떤 이름으로 하는 것이 좋을지 등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담마팔스님이 ‘수자타아카데미’, 그리고 상카시아 석가족이 운영하고 있는 ‘마하마야아카데미’ 등 다 여자 이름을 딴 학교라며, 이제 남자 이름을 딴 학교를 하나 설립하자고 해서 다같이 웃기도 했습니다.

밤늦게까지 상카시아 명상센터, 새로 설립할 학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내일 일정에 대해서 같이 체크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전문대학을 짓기 위해 구입한 땅 부지를 둘러보고 와서 다시 운영방안에 대해서 토론하는 시간을 가진 후, 마지막 점안식을 하기로 한 세 번째 마을로 이동하기로 하였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보광, 정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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