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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하루

어두워야 작은 촛불도 빛이 납니다 / 법륜스님의 하루 20171214

어두워야 작은 촛불도 빛이 납니다

2017. 12. 14 평화·여성리더십아카데미 총동문회 총회 및 송년회

필리핀 일정을 마치고 새벽 5시가 다 되어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스님은 정토회관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오전 10시에 예정된 기획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평화재단으로 출근 했습니다. 이번 회의에는 12월 23일에 열릴 한반도 평화 대회 행사 실무담당자들이 배석하여 행사 준비 현황을 공유하고 서로의 의견을 듣고 나누면서 앞으로의 행사준비를 보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기획위원회 회의를 마치자 바로 인도 성지 순례 준비팀과 미팅이 이어졌습니다.

늦은 오후 예정된 미팅을 모두 마친 스님은 평화재단리더십아카데미 동문 모임이 열리는 건축사회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오늘 열리는 평화재단 평화교육원 평화·여성리더십아카데미 송년모임은 평화리더십아카데미가 7년간의 역사를 뒤로하고 마무리를 하게 된 해라서 특히 동문들의 아쉬움이 묻어나는 자리였습니다.

평화리더십아카데미는 2009년 9월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님을 원장으로 모시고 첫문을 열었고, 2016년까지 15기, 총 668명의 동문을 배출했습니다. 평화리더십아카데미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고자 마무리를 하게 되었지만 동문들은 "새로운 100년을 열어가는 통일의병"이라는 단체를 결성하여 한반도 평화운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 행사는 조민 교육원원장님, 최상용교수님, 법륜스님, 윤수경여리아 교장선생님 이렇게 네 분을 모시고 진행되었습니다.

축하공연으로 국악인 양은주님과 성악가 조준님의 공연이 있었고 스님은 격려사를 통해 리더십아카데미를 정리하게 된 배경과 시대의 변화에 대해 말했습니다. 특히 요즘 한반도 정세는 공동체 전체가 파괴될지도 모르는 엄중한 시기라고 강조하며 국가가 어려움이 처했을 때를 대비해서 통일의병을 준비했다는 것은 잘 한 일인데 아직은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국민들의 구심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는 현실은 깊이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하면서 뒤를 돌아보면 자긍심이 있고 앞으로 보면 우리의 부족함을 알고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이 2017년을 보내면서 가져야 할 자세라고 말했습니다.

송년회에서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총 3가지 질문이 나왔습니다. 그 중 두 번째 질문을 소개합니다.

“심포지엄이나 전문가 대담에 참석해서 들어보면 북한의 핵개발은 거의 기정사실이니 우리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는 것 같은데요. 우리가 핵개발을 하지 않더라도 나름대로 북한 핵을 방어할 수 있는 뭔가가 또 필요할 것 같아요. 핵을 개발 못하게 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지, 또 북한이 핵을 개발했다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고 평화로운 통일을 이룰 수 있을지 듣고 싶습니다.”

“그건 굉장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쉬우면 벌써 해결이 됐지, 지금까지 문제로 남아 있겠습니까?(모두 웃음)

현재 북한 핵개발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앞에서 얘기했던 군사적 선택지 빼고는 아마 없을 거예요. 그래서 이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현실로 대두되고 있는 겁니다. 북한은 어떤 경우에도 핵개발을 멈출 의향이 현재는 없는 상태고요.

그렇다고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인도도 핵을 가지고 있고 중국도 핵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가 그것 때문에 위협을 느끼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는 첫 번째는 북한이 핵개발을 안 하게 하는 방법, 두 번째는 관계를 평화적으로 만드는 방법, 이렇게 두 가지입니다.

핵은 어쨌든 개발 안 하도록 해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개발한 핵을 북한이 순순히 폐기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낭만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가장 현실적이고 가능한 방법은 현재 상태로 중단하는 게 가장 시급한 응급조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일단 중단시켜야 합니다. 이 개발 자체를 중단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중단시켜 놓고 그 다음에 출구를 생각해 봐야죠. 입구는 일단 중단하고 출구를 어떻게 맺을 거냐는 거예요. 이렇게 하려면 세월이 10년, 20년 걸릴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러면 사실상 보유를 인정하는 거 아니냐?’라고 하는데, 자꾸 이렇게 문제제기하면 문제 풀기가 어려워집니다. 이미 핵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어떡할 거예요? 반대하는 사람들 논리대로 간다면 군사적으로 공격하는 선택지밖에 없습니다.

군사적 공격이 이루어진다면 우리의 핵발전소도 굉장한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면 첫째, 동결로 시작해야 해요.

일단 동결하고, 그 다음에 핵 폐기는 조금 더 긴 시간에 걸쳐 관계를 개선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럴 때 미국도 북미 간의 관계를 잘 조율해야 해요. 북한은 현재 한국이나 중국이 뭐라 그래도 상관 안 합니다. 문제는 북한의 입장에서 자기들의 생존을 보장하는 건 미국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북한도 너무 미국 쪽으로 치우친다고 비판하는 입장이에요. 북한은 지금 미국 아닌 다른 어떤 나라하고 약속한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국하고 직접 협상을 통해서 미국으로부터 체제 보장 약속을 받아내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공격하지 않겠다’라는 내용을 말이나 문서로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보장을 받겠다라는 거예요. 이게 적대시 정책의 폐지입니다. 그 약속을 실질적으로 받고 자기들이 믿을 수 있다면 자기들이 핵을 보유할 필요가 없다고 해요.

‘우리가 완전히 핵을 개발해야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폐지하지, 우리가 핵 개발을 완료하지 않는 한 지난 70년간 겪어 본 미국은 절대로 우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북한은 이런 관점을 갖고 있는 편이에요. 그러니 우선 핵 개발을 중지시키고 확산을 방지하는 선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한국이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주장은 할 수 있겠지만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전술 핵무기를 한국에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을 생각해보면 전술 핵무기가 한국에 있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요. 한국에 갖다놓으면 오히려 공격을 받기가 쉽잖아요. 예컨대 핵잠수함이 괌이나 다른 곳에 있어도 여기까지 30분이면 날아오는데 굳이 그걸 서울이나 평택에 갖다놓을 이유가 뭐가 있어요? 제가 안보 전문가들을 두루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 그건 아무런 효용이 없고 그냥 정치적인 이유에서 하는 이야기에 불과하다고들 합니다. 이미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들어가 있고 언제든지 30분 안에 여기까지 올 수 있는데 그걸 굳이 평택에 갖다놓는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 다음으로 자체 핵 개발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가 그에 따르는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겠는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NPT(핵확산방지조약)를 탈퇴하고 핵을 개발한다면 무역 제재가 바로 들어오는데, 북한은 그걸 견디잖아요. 우리 국민들도 북한처럼 피죽을 먹고 견딜 수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해요. 그런 불이익을 견디어낸 인도는 우리와는 상황이 달라요. 경제의 대외 의존률이 낮아야 견디거든요. 인도는 대국이다 보니까 견뎌낸 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견뎌낼까요? 현실적으로 어림도 없습니다.

이스라엘처럼 핵개발을 미국이 적극적으로 지지해준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죠. 이스라엘은 아무리 UN에서 제재를 하려고 해도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해서 적극적으로 막아주니까 핵개발이 가능한 거잖아요. 미국이 우리에게도 그렇게 해준다면 개발할 수 있겠죠. 그렇지 않은 이상은 이건 정치적 주장일 뿐이지 비현실적입니다. 그런 면에서 좋은 방법이 아니에요.

또 일부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원자폭탄에 필적하는 위력을 가진 재래식 폭탄이 이미 개발돼 있대요. 그렇기 때문에 그걸로 공격하면 되지, 국제적으로 말썽이 있는 전술 핵무기를 굳이 사용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도 있어요. 원자폭탄과 비견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폭발력이 있는 무기가 있다는 거예요. 그걸 사용하면 되지, 굳이 핵을 써서 세계적으로 말썽을 일으킬 필요가 뭐가 있겠느냐는 문제의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평화재단에도 안보 전문가들이 많은데 다 같은 얘기를 해요. 안보 전문가들 중에서는 NSC(국가안전보장회의)나 외교부나 국방부에 근무했던 사람들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만나보기도 하고, 함께 토론도 해보면 전술 핵 배치나 핵 개발 문제에 대해서는 ‘그런 주장을 할 수는 있지만 현실성은 별로 없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님은 마무리를 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반도 평화의 문제는 여야,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니고 사드 찬성 반대의 문제도 아니며 이 문제를 전쟁을 초래할 군사적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전세계에 퍼져서 북한이나 미국의 불장난을 중지하도록 여론을 조성하는 게 필요합니다. 정부가 노력은 하지만 능력면에서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건 정부를 비판하자는 게 아니고 부족한 것을 국민이 보완을 해야 하지 않나, 이것이 의병정신이지 않나, 싶습니다. 밤이 어두워야 작은 촛불도 빛이 나듯이 이런 위기가 왔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들이 준비한 노력이 보람이 있는 게 아니겠어요. 이 문제가 평화롭게 해결이 되면 우리가 쓸데없는 짓했다고 욕 먹어도 좋지요. 상황이 나빠지면 그럴수록 우리의 역할이 빛나는 거에요”

그러니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통일의병이 의병의 참 모습으로 평화를 위해 큰 역할을 해주기를 당부 했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서민정, 사진박용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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