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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말하기의 하수, 중수, 고수 /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말하기의 하수, 중수, 고수 /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질문자 “평상시에 말을 잘 안하는 편이에요. 내 이야기가 자랑이나 다른 사람 험담이 될 수 있어서요. 그러다보니 대화하는 재미는커녕 말재주도 없어져 관계에서 느껴지는 만족감이 없습니다.” 

법륜스님 “말을 못 한다더니 아주 잘하네요.” (청중 웃음) 

“제가 어떻게 살아야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평소에 말을 안 하면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다가 한꺼번에 폭발할 수 있어요. 하 지만 말을 하고 안 하고 에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속에 옳다, 그 르다 하는 시비분별의 유무입니다. 시비하는 마음이 없어야 해요. 그것이 진정으 로 말이 없는 자세입니다. 

질문자는 말을 하면 주로 자기자랑이나 다른 사람 험담을 하게 되는 것이 싫다고 했는데, 겉으로 표현 안 해 놓고 저 혼자 시비분별 하면 결국 말하는 사람보다 스 트레스가 더 쌓이게 됩니다. 그래서 스님이 늘 ‘착한 사람이 무섭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청중 웃음) 남자 든 여자든 착한 사람은 말을 안 하니까 남이 보면 착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분별 이 많습니다. 반면 말이 많은 사람은 그걸로 스트레스를 푸는 거예요. 옛날에도 아녀자들이 빨래터에 나가서 남편 욕도 하고 시어머니 욕도 하면서 빨래를 두들 
겨 팼잖아요. 그게 다 빨래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과정이었어요. 

참을 것이 없는 상태야말로 진정으로 참는 것

제일 하수는 화나는 대로 다 말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남도 화나게 만들고 결 국 갈등을 빚어냅니다. 
그 다음 중수는 말을 하지 않고 참으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입니다. 물론 화 나는 대로 다 말하는 사람보다는 침묵이 낫습니다. 적어도 남과의 갈등은 없으니 까요. 

그렇지만 참는 것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자기 속에 스트레스는 더 쌓여가니까요. 화병으로 병원에 가면 의사선생님들이 그냥 욕을 하라고 할 때 가 있죠? 병을 치유하기 위함이에요. 가령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인형에 남편 얼굴을 붙여놓고 방망이로 두들겨 패라고 해요. 어떻게든 속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청중 웃음) 

그렇다면 진정으로 참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참을 것이 없는 것이 진정으로 참는 것입니다. 이 말은 모순 같지만, 잘 생각해보 세요. 참을 것이 없다는 것은 곧 시비하지 않는다는 의미예요. 성질대로 모두 다 말하면 나는 괜찮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성질은 나지만 말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은 괜찮지만 나에게 해를 줍니다. 반면 상대도 나도 좋으려면 화가 나 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즉 시비분별이 없어야 합니다. 이 방식은 남에게 도 피해를 주지 않고, 나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아요. 

지금 질문자는 말을 하지 않을 뿐이지 속으로는 온갖 시비를 다 하고 있어요. 그 런 방식은 해결책이 아니에요. 그러니 답답한 마음이 드는 거예요. 이걸 진정으 로 해결하려면 겉으로 말만 안 하는 게 아니라 내 마음 속에서도 ‘옳다’, ‘그르다’ 하는 분별을 안 해야 해요. 남이 무엇을 하든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면 돼요. 그리고 말을 안 하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게 아니에요.

 마음속에 시비분별이 사라 져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어야 하는 말은 해야 합니다. 내가 물을 쏟으려고 하 는데 거기에 다른 사람이 있으면 알려주어야 그 사람이 피해를 입지 않잖아요. 또 밥을 해놓고도 먹으라고 하지 않으면 가족들이 어떻게 알고 와서 먹겠어요. 그 뿐 아니라 여러분들이 화날 때도 참기보다 ‘그런 말을 들으니 내가 화가 나네 
요’ 라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당신 때문에 내가 화가 난다’ 라고 말 하는 것은 상대 탓을 하는 거니까 상대에게 책임 전가하는 것이 됩니다.

 그러니 ‘당신 때문에’가 아니라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화가 나네요’ 하고 내가 화가 나는 사실을 알리세요. 이렇게 알리는 것은 상대 탓을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화가 난다는 사실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괜찮아요. 그리고 알려주어야 상대방도 내 상태를 알 수 있고, 상대 탓을 하지 않으니 상대 역시 불쾌한 기분 없이 ‘아, 이 사람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화가 나는구나’ 하고 자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 다. 

흔히 말하지 않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속으로는 끊임없이 시비분별을 하면 행 복해질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언젠가는 우울증이나 화병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그러니 내 시비분별과 상관없이 ‘알림의 말’은 늘 필요해요. 

이런 관점을 갖고 살면 남의 말이나 행동에 덜 끄달리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평 가에도 덜 놀아나게 돼요. 누군가 ‘법륜스님 훌륭합니다’라고 해도 그저 ‘저 사람 은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내가 훌륭한 게 아니라 저 사람 보기에는 그렇구나’ 하 고 생각할 뿐이고, ‘당신 나쁩니다’라고 해도 ‘저 사람 보기에는 그렇게 보이는구 나’ 할 뿐 상대의 말로 일희일비하지 않게 됩니다. 

앞으로는 질문자도 말하기 연습을 조금씩 하세요. 나의 상태를 알리는 말, 상황 을 알리는 말은 필요해요. ‘물 흘러갑니다’, ‘돌 굴러 갑니다’, ‘밥이 다 됐습니다’ 와 같이 명령도 시비도 아닌, 알림의 말을 자꾸 연습하는 게 좋습니다. 마음이 불 편한 순간에도 ‘당신 때문에’가 아니라 ‘내가 지금 마음이 불편하네요’, ‘내가 지금 화가 나네요’, ‘내가 슬프네요’, ‘내가 졸리네요’ 하고 내 상태를 알려 상대방도 나 에 대해 알 수 있게 하세요. 그래야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아갈 수 있어요.” 

"진정한 소통의 길은 시비도 명령도 아닌 ‘알림의 말’ 주고받기 "


원본http://www.jungto.org/buddhist/budd8.html? 
sm=v&b_no=78600&page=1&p_no=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