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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고집불통 남편과 계속 같이 살아야할까요?”법륜스님의 답변


행복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제주도 서귀포 시에 위치한 예술의 전당에서 행복한 대화가 열렸습니다. 



강연장으로 향하기 전 스님은 제주도의 명소인 용머리 해안을 잠시 산책했습니다. 만조 시간이라 바닷가로 난 길을 걷지는 못하고, 하멜표류기념관과 산방산 앞으로 난 길을 지나 해변을 잠시 걸었습니다. 해변을 뒤로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용의 머리를 닮은 아름다운 자연 절경이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강연이 열린 서귀포 예술의 전당에는 700여 명의 제주시민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스님이 무대에 오르자 열렬한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오늘은 총 8명이 스님에게 질문할 기회를 얻었는데요. 그 중 재혼한 남편이 고집불통이라 계속 살아야할지 고민인 질문자와의 대화를 소개합니다.  



“저는 노름 빚 내는 전 남편과 이혼한 후, 9년 전에 재혼했습니다. 지금 남편은 공직자였고, 전 남편과 달리 성실합니다. 저를 확실하게 책임을 지겠다는 그 말에 재혼했는데 재혼하고 보니까 성격이 너무 자기 위주예요.(모두 웃음)


제주도에 온 것도 남편하고 관계를 끝내려고 온 건데 남편이 저를 따라 이사 왔어요. 남편이 혹시 변할까 했지만 계속 자기만 다 옳아요. 예를 들어서 자기 물건을 찾다가 없으면 무조건 다 제 잘못이고, 나중에 자기가 깜빡 잊었다는 걸 알아도 무조건 다 제 탓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남편의 좋은 점은 일단 성실하고, 법륜 스님 유투브를 듣자고 하면 같이 들어요.(모두 크게 웃음)


그런데 남편은 변하지 않습니다.(모두 웃음) 행복은 나를 위한 것인데 이렇게 고집불통인 사람이랑 같이 살아야할까요? 제가 내년이면 나이가 60이에요. 저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사는 게 좋을까요?”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세요. 남자 없이 살 수 있어요, 아직은 남자가 필요해요?”


“남편 몸이 안 좋아서 부부관계는 거의 안하고 있어요.(모두 웃음) 남편이 남자로서 필요한 게 아니고, 같이 자전거도 타고 마음이 통하는 게 좋아요. 그런데 무조건 자기 말이 다 옳고, 내 말은 다 틀렸다고 해요.”


“그럼 두 번째, 경제적인 부분이 필요해요?” 


“남편 앞으로 연금이 나와서 불편은 없지만 저 혼자서도 충분히 살 수 있습니다.” 


“두 가지 면에서 보면 질문자는 혼자 살아도 되는데 같이 살면 좋은 점은 뭐예요?”


“고집부리는 것 말고는 정치, 경제, 사회, 이번 대통령 문제 등 대화가 잘 통해요. 주변 친구들 보면 10명에 7명은 거의 남편이랑 이야기도 안하고 살더라고요.” 


“그럼 문제는 남편이 고집을 부리는 것이네요. 질문자는 남편의 고집을 좀 꺾고 싶죠?”


“예.”


“그럼 고집을 부리는 사람이 고집이 셀까요?, 그 고집을 꺾으려는 사람이 고집이 셀까요?” (모두 웃음과 박수)



“그러니까 결국 제가 항상 집니다.” 


“솜은 부드럽지요?”


“네?”


솜은 부드럽지만 단단하지 못하고, 쇠는 단단하지만 부드럽지 못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사람이 성실하면, 성실한 사람치고 꽉 안 막힌 사람이 없습니다. (모두 크게 웃음) 그것은 성질이에요. 뭐든지 ‘그래. 그래.’ 하는 이런 털털한 사람치고 집에서 성실한 사람이 드뭅니다. 왜냐하면 밖에서 다른 여자들에게도, 친구들에게도 털털하기 때문에 늘 밖으로 도니까요. 


그런데 질문자는 한 사람에게 꼼꼼하기도 하고 털털하기도 하기를 바랍니다. 줏대가 딱 있고 고집은 없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줏대가 있으면 고집이 세요. 지금 질문자가 이야기하는 남편의 장점은 같이 살면 필연적으로 단점으로 나타납니다. 질문자가 생각할 때 남편의 몇 가지 좋은 점이 있지요? 


그런 좋은 점을 가진 남자가 드물어요. 그러니까 대화법을 잘 익혀서 같이 살아 보세요. 조금 전에 열쇠 얘기를 하셨는데 ‘열쇠를 어디다 뒀냐?’하면 ‘내가 안 받았다!’ 이러지 말고 ‘저도 어디다 뒀는지 모르겠습니다.’고 하면 됩니다. ‘네가 가져갔지 않느냐?’하면 ‘아이고,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하면 되요.(모두 웃음)


그리고 남편의 호주머니에서 열쇠가 나오면 ‘봐라, 당신 호주머니에 있지 않느냐? 그런데 왜 나에게 책임을 물어?’ 이렇게 이야기 하지 말고 ‘아이고 내가 그걸 당신 호주머니에 넣어 놓고 깜빡 잊어버렸습니다.’하고 말하면 됩니다. (모두 웃음과 박수) 제가 볼 때는 큰 문제가 없네요. 그런데 나이 60이 된 사람의 성질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해요. 불가능하니까 못살겠으면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절하고 나오면 됩니다. 조금 더 맞춰서 살아보고 계속 문제가 있으면 ‘안녕히 계십시오.’ 하더라도 이렇게 대화를 한 번 해 보세요. 남편이 무슨 주장을 하든, ‘네. 일리가 있습니다.’하고 받아주세요. 남편이 무조건 옳다는 게 아니라 ‘당신 마음이 그렇군요.’하고 마음을 받아주면 됩니다.”



“무조건이요?”


“무조건하면 더 좋고 (모두 웃음) 열 번 중에 아홉 번, 여덟 번만 그렇게 해도 사는 데는 지장이 없어요. 지금 한 달, 두 달 더 살고 1년, 2년 더 산다고 질문자가 손해 볼 거 없잖아요. 전 남편은 노름하니까 오래 살수록 손해 날 일이 있지만(모두 웃음) 지금 남편은 지금 나오나 1년 뒤에 나오나, 있는 내 집을 전세 놓으면 월세라도 나오잖아요.” 


“근데 남편이 너무 힘들게 할 때가 있어요.”



“어떻게 힘들게 하는데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세요. 힘들게 할 때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줄게요.”(모두 웃음과 박수) 


“제가 세게 말씀드린다면….” 


“세게 이야기해 보세요.”(모두 웃음)


“남편 아들이 전 남편처럼 매일 빚지고 돌아다녔어요. 한 4년 전에 남편이 자다가 갑자기 우는 거예요. 그 아들이 그 전에도 빚을 갚아 주었는데 또 빚을 졌대요. 그래서 제가 그 아들을 호되게 야단쳐서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어요. 


저는 제 나름대로는 생각이 있었어요. 삼천만 원 되는 빚을 은행마다 다니며 만 원짜리 지폐로 갚으면서 ‘이 돈이 모두 아빠가 고생해서 번 돈이다’라고 교육을 시키려고 했는데 남편이 하루 만에 그 돈을 다 갚아버린 거예요. 남편은 이자 나갈까봐 그랬대요. 그래서 남편보고 ‘참 어리석다. 아무리 이자가 많이 나가도 당신이 덜컥 갚아 버리면 아들이 그 돈의 가치를 알겠느냐’라고 했더니 왜 이제 말 하냐고 막 뭐라 그랬어요. 항상 이런 식이예요.”


“남편이 어리석은 게 아니라 제가 들어보니 질문자가 어리석네요.(모두 웃음) 그 아들이 빚을 갚든지, 못 갚든지 남편이 아들 얘기를 하면 ‘그랬어요’ 하면 되잖아요.”



“아니죠. 제 아들이 됐으니까 버릇을 고쳐서 잘 데리고 살아야죠.” 


“남의 아들 버릇 고치려는 거 보니까 내 남편 버릇 고치려는 건 당연하네요. 그럼 같이 못 삽니다. 남편 문제가 아니라 질문자 성질 때문에 같이 살기 어려워요.(모두 웃음) 남편의 부모, 자식 간 문제에 질문자가 관여한 것 자체가 잘못이에요. 그 관여하는 성격을 고치지 않으면 질문자는 평생 이렇게 괴롭게 살아야합니다.” 


“근데 제가 지금도 화가 나는 건 제가 이야기하면 ‘아~그 방법대로 한 번 해볼까’ 이러는 게  아니라 ‘진작 말하지’하고 억지 부린다는 거예요.”


“그럼 질문자가 진작 말을 해주지 그랬어요. 돈 다 갚은 뒤에 그렇게 이야기하면 기분만 나쁘지요. 돈을 갚기 전에 이야기를 해야지, 차 지나간 뒤에 손들기에요.” 


“당연히 제가 아들을 그렇게 교육 시키려고 마음먹고 있었거든요.” 


“근데 돈을 줘 버렸는데 어떻게요. 아이고. 저라도 저런 사람하고 같이 못 살아요. (박장대소)

오늘 중요한 것은 첫째, 관여를 안 한다. ‘아이고, 그러세요. 아버지 되시는 분 힘드시겠어요.’ 이렇게만 이야기하고 끝내는 겁니다. 관여를 하고 싶으면 돈 100만 원 드리면서 ‘그래도 아들인데 제가 100만 원 보태겠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끝내면 됩니다.


둘째, 관여를 했다. 성질을 못 이겨서 관여를 했다하더라도 ‘아이고, 나는 이런 계획대로 하려고 했는데 먼저 해 버렸군요.’라고 했더니 남편이 ‘진작 말하지’하면 ‘예, 나도 당신이 그렇게 빨리 줘 버릴지 몰라서, 진작 말을 못했습니다.(모두 웃음), 아이고 죄송합니다. 진작 알아서 이야기해야하는데 죄송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둘이서 웃고 만단 말입니다. (청중 크게 박수)



“예.”


“제가 보니 혼자 살아야지 둘이 살 수준이 안 되네요.(모두 웃음). 둘이 살려면 맞춰서 살아야 합니다. 나이 육십 넘어서 재혼한 사람을 일일이 뜯어 고치려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남편은 저를 뜯어 고치려는데요?”


“남편이 질문자를 뜯어고치려 해도 ‘아이고 죄송합니다.’ 하면 됩니다. ‘열쇠 어디다 뒀나?’ 하면 ‘모르겠습니다’ 하고, 열쇠가 남편 호주머니에서 나오면 ‘아이고 아까 내가 그 호주머니에 넣었는데 깜빡 잊어버렸네요’ 하고, 아들 이야기가 나오면 ‘아들 때문에 고생이네요’ 이러면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자꾸 간섭을 해요. 그것이 질문자를 괴롭게 합니다. 지금부터 제 얘기 듣고 딱 고쳐서 살아보세요. 그러면 괜찮을 겁니다.” 


“네”


“요즘 그만한 인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박장대소)


“감사합니다.”  


대화 내내 실컷 웃었습니다. 변화의 열쇠는 상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있다는 사실, 다른 이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한편 강연장 맨 앞자리에는 원희룡 제주 도지사님이 스님의 강연을 열심히 듣고 있었습니다. 스님이 “바쁘실 텐데 어떻게 오셨습니까?” 하자 원 지사님은 “20대 학생 시절부터 법륜 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지내왔는데 오랜만에 얼굴을 뵙고자 왔다” 며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스님은 원 지사님에게 몇 가지 궁금한 점을 제주시민들을 대신해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중앙 정부와의 관계에서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원 지사님은 “제주도가 특별자치주이지만 특별재정권은 없어요. 대부분의 관광수입이 국세로 들어가 버립니다. 또 제주도에 만드는 도로는 국도가 아니고 모두 지방도이기 때문에 도로 하나 만들려고 해도 중앙정부에 가서 별짓을 다해서 빌어야 합니다.”고 답하면서 지방 분권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또 청년 문제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는 “공공임대주택 보급률을 3%에서 10%로 늘려서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고, 특히 사교육비 부담이 큰데 안심하고 자녀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도 “등수를 매기는 입시 교육이 사라지면 사교육은 필요가 없어지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정말로 자기가 좋아하는 공부를 하게 해서 창의성을 길러주면 좋겠다"고 의견을 덧붙여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모두 마치니 어느덧 약속한 2시간 30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로비에서는 책 사인회가 열렸고, 스님은 봉사자들을 격려한 후 기념사진을 찍은 후 강연장을 나왔습니다.



오늘 대화에서 부드러운 솜과 단단한 쇠 이야기가 참 재밌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가까운 사람들에게 부드러우면 단단하지 않다고, 단단하면 부드럽지 않다고 구박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솜은 솜대로, 쇠는 쇠대로, 있는 그대로 행복한 하루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