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님의 하루

[법륜스님의 하루] 문경새재의 단풍과 함께 활동가 가을나들이



스님은 경전반 특강수련 후 문경정토수련원을 나와 저녁부와 청년회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문경새재로 가을 나들이를 떠났습니다.


가을 나들이를 출발하기 전에는 강당에서 약 2시간 30분 동안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봉사자들은 그동안 정토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힘들었거나 의문이 들었던 점에 대해 마음껏 묻고 스님의 답변을 들었습니다. 









즉문즉설을 통해 의문점이 풀리고 마음이 가벼워진 봉사자들은 가을 경치를 구경하며 문경새재 1관문에서 2관문까지 여유로운 산책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1관문 앞에서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빨갛고 노란 단풍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자 여기 저기서 탄성이 흘러 나왔습니다. 





스님은 단풍이 우거진 길을 걸으며 왜 이곳에 1관문, 2관문, 3관문과 같은 성벽을 쌓게 되었는지 그 유래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여기에 성처럼 관문을 쌓아 놓은 것은 임진왜란 이후입니다. 일본이 조선을 침략할 때의 원래 목표는 조선을 징검다리로 해서 명나라를 공격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조선을 한달 만에 점령해서 전라도 곡창지대에서 나는 양식을 군량미로 삼아서 명나라를 치고자 했던 겁니다. 실제 계획대로 부산 동래에 도착해서 말을 타고 신속하게 이 고개를 넘어서 한성까지 도달했습니다. 





그 때 조선에 있던 관군들은 일본군과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신속하게 돌파해서 한성을 점령했지만, 큰 차질이 생겨버립니다. 그 첫 번째가 조선의 왕이 도망을 가버린 겁니다. 일본 문화에서는 성주가 싸우다가 죽든지, 항복하든지 둘 중에 하나거든요. 그래서 왕이 도망을 갈 것이라곤 전혀 예상을 못한 거예요. (모두 웃음) 


두 번째, 봉건 시대에서 전쟁은 무사 계급이 합니다. 전쟁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무사거든요. 백성들은 이쪽이 이기면 이쪽에서 노예로 살고, 저쪽이 이기면 저쪽에서 노예로 사는 거예요. 그런데 조선에서는 관군이 다 도망을 가버렸는데도 불구하고, 선비, 농사꾼, 장사꾼, 어부, 포수 등 일반 백성들이 죽창 들고 일어나서 저항을 했던 겁니다. 백성들이 이 골짜기 저 골짜기에서 저항할 것이라고는 일본군들이 전혀 예상을 못했죠. (모두 웃음)


세 번째, 조선에 이순신 같은 장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못 했어요. 당시 일본의 수군은 자기들이 세계 제일이라 생각했는데, 이순신과 싸워서는 한 번도 못 이겼어요. 그래서 일본군들은 전라도 땅을 한 번도 못 밟아봤어요. 군량미를 확보하는 데 차질이 생긴 거예요. 





이 세 가지 차질이 발생하면서 결국 7년 간 전쟁을 합니다. 한달 만에 점령해서 명나라를 공격하겠다는 계획이 7년이 지났는데도 끝이 안 난 거예요. 이렇게 해서 결국은 풍신수길이 죽고 전쟁이 끝이 나게 되었죠. 


이 전쟁이 끝나고 나서야 문경새재의 중요성을 알게 된 거예요. 그래서 새재의 길목이면서 제일 험준한 곳에 제2관문을 먼저 세웠습니다. 그리고 남쪽에서 올라오는 적을 막기 위해서는 제1관문을 세우고, 북쪽에서 내려오는 적을 막기 위해서는 제3관문을 세웠습니다. 이렇게 해서 1관문, 2관문, 3관문이 생기고 이곳이 요새화가 되었습니다. 





옛날에는 고개를 넘기 어려운 험준한 곳이었는데, 세월이 흘러서 지금은 아주 경치가 좋은 곳으로 바뀌었습니다.”


일본군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의병의 존재감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백성들의 애국심과 희생정신이 돋보였던 전통은 역사 속에서 면면히 이어오고 있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토회 봉사자들 대부분도 ‘분단 시대에 태어났지만 통일의병이 되어보겠다’고 다짐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맑은 물소리가 들려오고, 낙옆을 밟는 소리가 사박 사박 나고, 대중들의 정겨운 웃음소리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약 2시간 동안 2관문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대중들은 단풍이 우거진 곳마다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으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했습니다. 






기뻐하는 대중들을 보며 스님도 나이가 들면 들수록 한국의 자연 풍경이 더 좋아진다는 얘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한국의 자연은 옛부터 산새가 좋고, 나무가 좋고, 바위가 좋고, 물이 깨끗하고 맑았어요. 그래서 ‘금수강산’이라고 말합니다. 저도 젊었을 때는 외국에 어디가 좋으니 하면서 다 다녀봤는데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한국의 풍경이 더 좋아보여요. 왜 그럴까요? 


외국의 풍경은 좋기는 한데 규모가 너무 커서, 산이면 산, 바다면 바다, 이렇게 나누어져 있어서 온갖 것들이 아기자기하게 한 군데에 모여 있는 것이 없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경치는 규모는 작지만 모여있는 장점이 있죠. 


경치라고 하면 역시 산세가 좋아야 해요. 그런데 산세는 좋지만 나무가 적으면 별로예요. 나무가 많아야 해요. 그 다음에 물이 좋아야 해요. 계곡이 없으면 별로예요. 그 다음에 바위가 좋아야 해요. 이곳은 그런 것들이 어우러져 있는데다가 길이 완만한 편이에요. 그래서 산책하기에 참 좋은 곳이죠.”


내려올 때는 아주 빠른 걸음으로 내려왔습니다. 






휴일이여서 많은 시민들로 북적거렸는데, 곳곳에서 스님을 알아보곤 “유튜브에서 스님 법문 잘 듣고 있습니다” 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어떤 분은 스님에게 하이파이브를 하자며 손바닥을 내밀기도 해서 한바탕 웃기도 했습니다. 


잘 물든 단풍처럼 여러분들도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