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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닥터 암베르카르를 아시나요?


2016.10.13 닥터 암베르카르 개종 60주년 기념 컨퍼런스 1일째 


행복한 하루, 보내고 계십니까?  

오늘은 인도의 중부 마하슈트라 주에 위치한 나그푸르(Nagpur)에서 인도 독립운동의 영웅이며 신불교 운동을 일으켰던 닥터 암베르카르(Ambedkar)의 불교 개종 60주년을 맞이하여 열린 기념 컨퍼런스에 참석한 소식을 전합니다. 이번 컨퍼런스의 핵심 주제는 ‘Social Engagement and Liberation(사회 참여와 해방)’입니다. 


스님은 INEB(International Network of Engaged Buddhists, 국제참여불교연대)의 이사로 초청받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세계 각국의 불교 지도자들이 모여 암베르카르 정신을 기념하고,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세상을 위해 어떻게 실천해나갈지 경험을 나누고 토론해보는 자리입니다.  

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 이곳 나가로카(Nagaloka) 센터에서는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서 닥터 암베르카르가 행한 실천적인 측면에 대해 여러 학자들과 활동가들의 발표가 있습니다. 


컨퍼런스로 가는 길에 오늘 행사의 취지에 대해 물어 보았습니다. 스님은 “닥터 암베르카르가 누구인지 아느냐?” 라고 하면서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인도의 독립 영웅에는 두 사람이 있는데 첫째가 마트마 간디(Mahatma Gandhi)이고, 둘째가 닥터 암베르카르 예요. 닥터 암베르카르는 천민 출신인데도 불구하고 독립운동의 영웅이며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냈습니다. 


마하트마 간디(원어)는 나라의 독립, 즉 민족의 해방만을 이야기했다면, 닥터 암베르카르는 ‘나라의 독립만으로는 안 된다. 카스트 제도를 철폐해야 된다. 여성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 라면서 민중의 해방도 함께 주장한 혁명가예요. 그래서 초대 법무부 장관이 되어서 인도 공화국 헌법을 만들 때 법률적으로는 계급 차별과 여성 차별을 없애도록 했습니다. 


지금 인도에 남아 있는 차별은 모두 관습적인 차별입니다. 이 두 분의 생일은 인도에서 국정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어요. 

▲ 닥터 암베르카르(Dr.Ambedkar, 1891~1956)


닥터 암베르카르는 힌두교를 통해서는 사상적으로 도저히 계급 해방을 이룰 수가 없다고 봤어요. 그렇다고 크리스트교를 갖기에는 인도의 독립 정신과 맞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영국 유학생이었으니까 많은 공부를 하신 후에 인도 출신이면서도 위대한 선각자인 붓다의 가르침만이 인간의 진정한 해방을 이룰 수 있다고 보고 불교로 개종을 했습니다. 


그 영향으로 닥터 암베르카르가 속한 카스트 전체가 불교로 개종을 하게 되면서 인도에서 소위 신불교 운동이라는 것이 일어났습니다. 


닥터 암베르카르의 정신을 계승한 후예들은 크게 두 가지 부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계급 해방의 정신에 입각한 신불교 운동을 하는 닥터 암베르카르 계열의 불교 운동 그룹이고, 다른 하나는 계급 해방을 주장하는 암베르카드 계열의 정치 운동 그룹입니다. 


천민들의 지지를 받은 닥터 암베르카르 계열의 정당들이 주 수상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었어요. 연립 정부 형태로 천민 출신이 대통령이 된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 인도에서는 강력한 정치 세력 중에 하나입니다.


바로 어제는 닥터 암베르카르가 불교로 개종한지 6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닥터 암베르카르가 불교로 개종한 곳이 바로 이곳 마하슈트라 주 나그푸르(Nagpur)입니다. 이곳에 닥터 암베르카르의 유골이 모셔져 있는 스투파가 있습니다. 


매년 닥터 암베르카르가 불교로 개종한 기념일이 되면 전 인도에서 30만 명 정도가 이곳에 모입니다. 천민들은 그날 이곳에 간다고 기차를 타면 인도 어느 곳에서 기차를 타든 3등 기차는 다 공짜예요. 그런데 이번에는 60주년이여서 100만 명이 모였다고 합니다.”  

암베르카르는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 untouchable)이 겪는 고통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힌두교가 용인하는 카스트제도(Caste)와 불평등을 타파하고자 불교로 개종했습니다. 암베르카르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천민이었던 우파리 존자(優婆離, 부처님 10대 제자)가 생각났습니다. 우파리 존자에 대한 스님 말씀도 함께 소개합니다.  


「당시 인도 사회는 계급제도가 아주 철저했습니다. … 이런 세상의 제도에 대해서 부처님께서는 아주 분명하고 당당하게 ‘그렇지 않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귀한 존재와 천한 존재가 따로 있지 않다고 말씀하셨어요. 태생에 의해 귀천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마음씨를 갖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하셨지요. …  


부처님은 숫도다나 왕의 초대를 받고 설법을 하기 위해 왕궁에 들어갑니다. 그때 많은 이들이 법문을 듣고 출가를 하는데, 일곱 왕자도 함께 출가를 합니다. 이분들이 출가할 때 우파리라고 하는 이발사에게 머리를 깎았습니다. 이발사는 수드라라고 하는 종의 신분이었지요. 머리를 자르고는 자기들이 갖고 있던 패물을 우파리에게 주었습니다. 출가하면 패물이 소용없으니까요. 


이발사는 일곱 왕자로부터 많은 패물을 받아 부자가 될 수 있었는데, 그때 이 이발사는 ‘저렇게 높은 집안에서 태어나 부자로 자라고 훌륭한 학문까지 익혀 세상에 부러울 것 없는 사람들도 모든 걸 버리고 수행자가 되는데 거기에 비하면 나같이 가진 것 없는 사람이 뭐가 아까워 부여잡고 있겠는가? 나도 다 버리고 출가사문이 되어야겠다’고 발심합니다. 그래서 자기가 직접 머리를 자르고 부처님을 찾아가요.


출가하기로 발심한 이유를 들은 부처님은 그에게 세속적인 집착이 남아 있지 않음을 아셨어요. 무엇을 얻기 위한 마음으로 발심한 게 아니란 걸 아신 거지요. 그래서 부처님은 바로 출가를 승낙하셨고, 이발사는 바로 스님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일곱 왕자는 사리불 존자에게 가서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기초 교육을 받은 뒤에야 스님이 되셨어요. 


그리고 고참 스님들에게 인사를 하게 되었어요. 깍듯이 예를 갖춰 절을 하는데 맨 마지막에 서 있는 사람에게 절을 하려다 보니까 며칠 전까지 머리를 깎아주던 자기 종이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그 앞에서 머뭇거리게 되었어요.


부처님께서는 왕자들에게 우파리에게 절을 하라고 말씀 하십니다. 자기 종에게 엎드려 절을 할 때 허위의식, 높은 신분 등 모든 관념의 상이 버려질 수 있지 않겠어요? 그때도 부처님께서는 똑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에는 네 개의 큰 강이 있지만 바다에 가면 하나가 되듯이 세상에는 네 개의 계급이 있지만 여래의 법 안에서는 아무런 구별이 없다.’」 


_ 법륜 스님 지음, «붓다, 나를 흔들다» 중에서




 내일은 컨퍼런스 2일째를 맞이하여 스님의 주제 발표가 있습니다. 발표 주제는 ‘Dharmma and Governance’입니다. 스님은 현대 사회에서 붓다 담마를 실천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그동안 실천해 온 다양한 활동을 소개하면서, 스님의 경험과 생각을 들려줄 예정입니다. 발표 내용은 내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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