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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법륜스님 즉문즉설] "어머니가 너무너무 밉습니다."



'국민 행복 프로젝트 2016 법륜스님과 행복한 대화' 세 번째 강연이 인천에서 열렸습니다. 

스님은 남쪽의 비 피해를 얘기하며 인사말을 시작했습니다.





어제 부산, 울산, 경주 지역은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는데, 서울은 날씨가 아주 맑네요. 그러고 보면 기후 현상이라는 게 신기합니다. 태풍의 구름 밑에 있는 사람은 하늘이 무너져서 세상의 종말이 온 것 같았는데 구름 밖에 있는 사람은 아무 문제가 없었잖아요. 이런 자연 현상을 보고도 우리는 배울 게 있습니다. 우리 일상에서도 자기 생각에 빠져있으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웃사람이 볼 때는 아무 문제도 없어요. 이런 자기 생각, 자기 사로잡힘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합니다.  


폭우가 쏟아져서 세상이 다 떠내려가는 듯 해도, 비행기를 타고 그 구름 위에 올라가 보면 태양이 찬란히 빛나고 있지 않습니까. 그 구름 밑에 사는 사람에게는 지구의 종말 같지만 사실은 그 구름 위에 있는 사람이 볼 때는 세상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거예요

오늘 여러분과의 대화는 특별한 대화는 아니에요. 여러분이 왼쪽을 쳐다보면서 ‘이것 때문에 괴로워요.’ 하면 제가 ‘오른쪽에서 한 번 보세요.’하는 역할을 해주는 것뿐이에요. 자, 그럼 시작해봅시다.  

  

이어서 질문이 오고갔습니다. 그 중 오늘 소개할 질문은 아내를 싫어하는 어머니가 미운 남성 분의 사례입니다.





Q : 어머니가 너무너무 밉습니다. 저는 마흔 일곱 살이고 삼남매를 두었습니다. 저에게는 76세 되신 어머님이 계신데요. 어머니께서 아내를 너무 미워합니다. 제가 어르고 달래기도 해봤지만 나아지는 건 없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버지는 살아 계세요? 


“중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가 질문자를 키울 때 기대를 많이 했어요?


“기대를 많이 하셨죠. 주위사람들이 효자라고 할 정도로 어머니한테 잘했습니다.” 


어머니로서는 남편이 없으니까 아들인 질문자에게 많이 의지를 했을 거예요. 아들이 착하니까 더 기대를 했겠죠. 그런데 어느 날 어떤 젊은 여자가 와서 내 아들을 빼앗아 가버렸어요. 말은 못하셨지만 얼마나 속상하셨을까요? 


“집사람도 어머니한테 굉장히 잘했거든요.”


잘 할수록 더 얄밉지요.(청중 웃음) 왜 그럴까요? 못해야 아들이 본인 편으로 올 텐데, 잘하니까 아들이 어머니가 문제 있는 것으로 여기 게 되잖아요. 그런 생각은 안 해봤지요? 


“예.” 


그러니까 갈수록 더 악에 받치시는 거지요. 이성적으로는 ‘내 아들이지만 며느리의 남편이고, 며느리만한 여자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무의식 세계에는 아들을 빼앗겼다는 적대적 감정이 있는 거예요. 시어머니-며느리지만 심리적으로는 본처가 두 번째 부인한테 자신의 사랑을 뺏긴 것 같은 심리가 있어요. 사람이 감정 상한 것은 숨길 수가 없잖아요. 어머니도 악을 쓰는 자기를 보면서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합니다. 그런데 또 말이 악하게 나오게 되지요. 그거는 당분간 못 고칩니다. 


질문자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한 여인의 아들로서 살 것이냐, 한 여인의 남편으로서 살 것이냐,  두 가지를 다 잘하면 좋은데 현실은 둘 다 데리고 살기는 어렵게 됐어요. 지금 제가 보니까 질문자의 태도가 어정쩡해요. 태도가 어정쩡하니까 번뇌가 생기는 거예요. 어느 쪽으로 정했어요?”


“집사람을 택하겠습니다.” (청중박수)





그러면 이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두 가지 다 맞추려고 하면 안 돼요. 아내를 선택했으니, 내 가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제 이야기를 듣고 어르신들은 섭섭하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자연의 원리에요. 어떤 생물도 어려서는 어미로부터 보호 받지만 성장해서 독립해서 자기 삶을 사는 거에요.. 


그렇다고 어머니가 뭘 잘못한 건 아니에요. 나쁜 사람도 아닙니다. 어머니는 심리적으로 질문자를 의지하고 살았던 거예요. 그래서 옛날부터 홀어머니가 키운 아들한테 시집가지 마라는 말이 있죠? 시어머니가 나빠서 그런 말이 있는 게 아니라 한 남자를 두고 두 여자가 사랑경쟁을 해야 하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어머니로서도 어쩔 수 없는 거예요.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마음이 저절로 그렇게 돌아가는 거예요. 


아내를 설득하려고도 하지 말고 내 마음을 정리해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결정을 내렸으면 어머니가 내일 돌아가시더라도 ‘내가 불효했다’고 후회하면 안 돼요. 항상 어머니 만수무강 하시라고 기도를 하고, 내 입장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내 가정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중심을 잡으셔야 합니다. 


혼자 계시는 노인은 이웃이라도 돌봐야 합니다. 하물며 내 어머니인데 왜 돌보면 안 되겠어요 그러니 질문자는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살면서 틈나는 대로 어머니를 방문해서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드리고, 편찮으시면 병원에 모셔다 치료해드려야 하고요. 


“아들 집에 가겠다” 하시면 “알았습니다.” 하고 차를 몰고 누님 집으로 가세요.(청중웃음) 어머니가 악을 쓰고 난리를 쳐도 부인한테 책임을 전가 시키지 말고 “어머니, 죄송합니다. 저도 자식을 가진 부모니까 제 가정을 먼저 지켜야겠습니다. 어머니 은혜는 한량없지만 어머님이 좀 고정해주십시오” 하고 태도를 분명히 하고 정을 딱 끊어줘야 '아, 내 아들이 다 컸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어머니의 마음은 이해해야 해요. 그렇다고 어머니 마음을 이해한다고 어머니에게 매여 살면 안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박수) 





질문이 오가는 와중에 객석에서 공감하는 목소리들이 새어나왔습니다. 질문자 같은 아버지도, 시어머니 같은 어르신도, 며느리 같은 여성분도... 꼭 나 같은 이웃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 강연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까요? 다음 강연은 서울 금천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