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디씨 지역과 North Carolina 지역은 4등급의 허리케인 플로렌스(Florence)가 직접적으로 강하게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여 이 지역에는 허리케인 경보가 예보되었습니다. 동남부 지역 주민 170만 명이 대피하는 가운데 금요일 오전에 워싱턴 디씨 지역에 도착하는 모든 비행기가 취소된다고 하여 정토행자 대회에 참석하는 행자들에게는 비행기표를 모두 목요일 저녁 도착으로 바꾸라는 안내문이 나왔습니다. 스님과 수행팀은 목요일 콜럼버스 영어 통역 강연을 취소할 수가 없어 강연이 끝나면 바로 자동차로 8시간 운전하여 워싱턴 디씨로 이동하기로 계획을 세워두었습니다. 다행히 허리케인이 예상보다 남쪽으로 상륙하여 워싱턴 디씨 지역은 허리케인의 직접적인 영향권 하에서 벗어나게 되어 금요일 아침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님은 거의 밤을 새우고 3시 30분에 기상하여 스님이 직접 집전하여 새벽예불만 하고 바로 공항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예불 후 정토행자 대회에 함께 출발하는 하일숙 대표님, 이옥식 총무님의 차를 타고 새벽에 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수속을 모두 마치고 게이트에 도착한 다음 5시 상점의 문이 열기를 기다려 샌드위치로 간단히 아침 요기를 하고 비행기를 탔습니다.

1시간 20분간의 비행 뒤에 워싱턴 디씨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공항에서 스님 통역봉사를 하는 제이슨 림님께 다음 주 월요일에 만나자고 인사하고 바로 미주 정토회관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주민 170만 명을 대피시키고 항공편 1000여 대를 결항시킨 초 강력 허리케인 플로렌스도 북미 동부지구 정토행자들의 법에 대한 열기에 행로를 비껴갔습니다. 행자 대회가 열리는 워싱턴으로 향하는 법우님들도 숨을 죽이고 상황을 지켜보았지만 여러 관계자들의 염려를 불식시키며 기꺼이 허리케인을 뚫고 총 참가자 58명 모두가 약속했던 워싱턴 미주 정토 회관에 도착했습니다.

워싱턴 정토회 대표 민덕홍 님의 차를 타고 미주 정토회관에 아침 8시쯤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니 먼저 도착해 있던 캐나다, 뉴욕, 뉴저지, 텍사스 등 먼 거리에서 오신 정토행자분들이 달려와서 반갑게 스님께 인사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허리케인 때문에 난리가 났는데 어떻게 왔냐며 먼저 삼배로서 서로 인사한 후 한 명 한 명 손에 힘주어 악수를 나누셨습니다. 입재식 자리에서도 가족들의 만류나 걱정에도 불구하고 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이 지역에 오신 것에 대해 행자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셨습니다.

입재식에서 묘덕 법사님께서는 북미 동부지구 인원이 이전에 열렸던 해외 정토행자 대회 전체 참가 인원수보다 많다며 그동안의 성장에 기뻐하셨고, 선주 법사님 역시 다음번 행자 대회부터는 공간이 비좁아질 것 같다는 즐거운 걱정을 하셨습니다. 해외 사무국 국장직을 맡고 처음으로 아태지구 행자 대회와 유럽지구 행자 대회를 참석하고 온 이정인 국장은 낯선 곳에서의 처음이라는 긴장감을 즐겼는데 동부지구로 돌아와 위싱턴 법당의 편안함이 참 좋으시다며, 역시 지금까지 참석했던 행자 대회 중 이렇게 많은 인원들은 처음이라며 즐거워하셔서 그간 동부지역의 눈에 띄는 성장에 모두들 가슴 뿌듯해했습니다.

이어 스님께서는 1시간에 걸쳐 불교의 근본 가르침은 종교와 철학을 뛰어넘는 수행에 대한 것이라는 설명과 신자와 수행자의 차이를 자세히 짚어 주셨습니다. 정토회의 원래 설립 취지는 기복을 지양(止揚)하고 스스로 마음을 닦아 열반을 증득하는 수행자들의 모임이므로 수행의 기본이 흔들리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당부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불교의 본래 가르침은 철학도 아니고 종교도 아닙니다. 해탈과 열반을 증득하는 수행입니다.

불교를 종교적 측면에서 보면 복을 빌거나 사후에 좋은데 태어난다고 하는데 이것은 불교가 종교화 되면서 사후세계의 개념으로 극락에 간다든지, 환생하여 좋게 태어난다든지 하는 종교적 요소를 갖게 된 것입니다.

불교가 철학화 되면서는 우주의 근원이 무엇이냐, 물질의 근원이 무엇이냐 하는 소위 논리를 체계화하는 형식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현재 대학에서 배우는 불교는 철학으로서의 불교를 배우게 되고, 주변의 일반 절에 가게 되면 종교로서의 불교를 접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떤 불자들은 주로 종교로서의 불교를 수용하고 어떤 불자들은 주로 철학으로서의 불교를 접합니다. 그래서 불교서적 몇 권을 읽고 ‘이야 불교 좋다’ 하면서도 절에는 안 가는 자칭 불자가 많습니다. 그래서 믿음은 없고, 논리와 지식만 있는 불자가 됩니다. 종교로서의 불교를 수용한 불자들은 불교가 무엇인지 별로 알고 싶어 하지도 않고, 그저 복을 비는 믿음으로서의 불교를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정 안에서도 어떤 어려움이 있어서 배우자가 절에 복을 빌러 가면, ‘절에 가면 뭐해? 내가 부처니 나한테 잘해라’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이와 같이 신(믿음)과 해(이해)가 유리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럼에도 종교로서의 불교는 세계 어떤 종교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고, 철학으로서의 불교도 세상의 어떤 철학과 비교해도 손색없이 뛰어난 철학이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종교로서의 불교가 다른 종교보다 우수하다거나 철학으로서의 불교가 세상의 어떤 철학보다도 우수하다는 것이 불교 신자들에게는 굉장히 자랑스러울지 몰라도, 그것은 불교의 진면목은 아닙니다. 불교의 진면목은 수행이라는 가르침입니다. 그래서 지난 역사 속에서도 불교가 세속을 따라서 종교적으로 치우치거나 철학적으로 치우칠 때, 다시 원래의 가르침인 수행으로 돌아가자 하는 운동이 역사적으로 크게 두 번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대승불교 운동이고 두 번째는 중국에서 일어난 선불교 운동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들은 세 번째 큰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붓다의 본래 가르침으로 돌아가자, 수행으로 돌아가자’ 하는 기치를 내걸고 창립된 게 정토회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래서 정토회는 불교 중에서 어떤 종파냐 하는 것에 전혀 구애받지 않습니다. 종교로서의 불교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종파냐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더 넓게는 기독교냐 불교냐라는 것도 초월해 있습니다.

어느 종파의 믿음을 갖든 어느 종교의 믿음을 갖든 믿음은 본인 스스로에게 맡기겠다 이렇게 오히려 개방적으로 열어놓고 있습니다. 또한 철학으로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토회는 소승불교철학이다, 대승불교철학이다, 선불교 철학이다 하는 식으로 주장하지 않습니다. 정토회는 수행으로서의 불교를 지향(志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토회는 전법 대상도 불교신자는 거의 없고, 대부분 무종교인이거나 젊은이거나 아니면 다른 종교인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오히려 불교의 외연을 확대해주지 불교 안에서 경쟁적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불교 신자가 정토회에 오겠다고 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종교인이든 얼마든지 와도 좋습니다. 그러나 수행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행자들만 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행이나 전법, 사회활동 등에 힘든 점이 있으면 서로 충분히 이야기하고, 또 수행에 대한 관점을 잘 못 잡고 있으면 바로 잡아주는 지금과 같은 정토행자 모임이 필요합니다.

정토회에서는 ‘상거래하지 말라, 돈 빌려주지 말라, 가게 선전도 하지 말라’ 이런 방침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는 수행자로서 이곳에 수행을 하러 왔지 개인적 이익을 구하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닙니다. 먹고사는 것은 개인이 스스로 책임지기로 하는 것입니다.

여기는 수행과 전법을 목표로 해서 모인 집단입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출가를 하고 수련원에서 사는 행자들 중 가정형편이 좀 어려워져 도움이 필요하면 절차를 거쳐 집으로 돌아가서 자기 집안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 놓고 다시 돌아오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약간 냉정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수행적 관점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지 사적인 이익 추구 같은 세속 생활을 구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

또 한국에서 파견되는 인력의 한계와 문화적 차이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외 행자 모두가 스스로 잘 닦아 해외 전법에 전력을 기울이는데 노력하고 법사가 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으라는 말씀도 함께 하셨습니다. 다음 2차 만일 결사는 해외 전법이 주된 목표이므로 그를 위해 여러 가지 방편으로 시도와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 설명에 함께 듣는 행자분들의 눈빛에서 앞으로의 해외 전법의 미래를 기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갖가지 나물들로 준비된 풍성한 비빔밥과 시원한 수박을 점심으로 즐기고 행자분들은 차 한잔 마시며 도란도란, 넓디넓은 워싱턴 정토회관의 마당을 보며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싸이의 음악에 맞춘 흥겨운 탈춤으로 가볍게 몸을 푼 다음 해외사무국, 국제국, 지역별 현황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공감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가운데 큰 웃음과 탄식을 함께 했고 스님은 뒷자리에 앉으셔서 발표 내용을 경청하셨습니다.

총 13개의 다양한 내용이 담긴 지역현황 발표를 끝내고 지도법사님의 정리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많은 법당의 공통 고민인 신입 인원의 숫자가 적은데 대해 이렇게 당부하셨습니다. 사실 지금까지의 정토회를 찾았던 많은 사람들 중에는 법에 대한 탐구심으로 법당을 찾는 이들이 아니라 법륜 스님을 좋아하거나 불교에 대한 문화적 향수를 느끼는 이들로 나타난 허수였으며 사실은 지금이 현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수행자는 “나 자신을 위해 수행하는 것이다”라는 관점을 정확하게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법회에 참석하는 사람의 숫자에 신경 쓰지 말고 스스로의 정진을 위해 법문을 꾸준히 듣고 공부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듯 법당의 인원이 단기간에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것에 신경 쓰지 말고 한 명 한 명의 수행자를 소중히 여기며 꾸준히 키워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추수가 끝난 들판의 이삭을 줍듯이 인연 된 한 명 한 명에 정성을 쏟고 스스로 직접 스님의 분신이라는 생각으로 상대에게 모범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수행해 나가라고 하셨습니다. 정성을 쏟았으나 법당에 더 이상 나오지 않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 버리는 도반들의 모습에 어려움을 느꼈다는 지구장의 발표를 언급하시며 시각을 넓게 가지라는 조언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좁은 안목으로 지역을 구분하지 말고 그 사람이 시간이 흐른 후 다른 지역에서 전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고 볼 수 있는 넓은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당 운영에도 그런 원칙의 관점을 가지고 신자가 아닌 수행해 나갈 사람을 키워 나가라고 하셨습니다.

다음으로 각 지역 참가자 소개와 함께 버지니아팀의 축가 “살아있어 행복해 네가 있어 행복해”를 합창했고 휴스턴팀의 개사가 멋진 ”탁발승의 새벽의 노래”는 우리 모두가 함께 가사의 의미를 마음 깊이 음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뉴욕 정토회 차효순 전 대표님의 야채로만 준비된 정성스러운 저녁 만찬으로 행자분들은 다시 한번 맛있는 요리들을 마음껏 즐겼습니다.

잠시 휴식시간을 가진 후 활동가들의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 주시는 스님의 특별한 즉문즉설로 북미 동부 행자 대회의 기대됐던 첫날을 마무리했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날씨를 살펴본 후 내일은 가까운 근교로 하이킹을 가기로 했습니다. 날씨가 도와줘서 말이지요.

함께 만든 사람들
김윤진, 이두라, 김순영, 김재명, 임선희, 김민석, 류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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