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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전화 안 받는 며느리, 서운해요 _ 법륜스님 즉문즉설 62화

전화 안 받는 며느리가 서운해요.

질문자 “작년 11월에 장남을 장가보내고 처음으로 시어머니가 되었는데 아직 며느리와의 사이가 서먹서먹합니다.”


법륜스님 “처음 만났는데 서먹서먹한게 당연하죠.”(모두 웃음)


“아들이 5년 연애하고 결혼을 했어요. 연애하는 동안에도 몇 번 봤는데도 서먹해서요.”


“몇 번밖에 안 보고 한집에 살면 당연히 서먹서먹하죠.”


“그게 당연한 겁니까?”(모두 웃음)


“당연하죠.”


“저는 그게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결혼해서 며느리와 시어머니 관계가 됐으면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생겼으니까 서로 돈독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은 거예요. 그게 아직 받아들여지지가 않아요.”




“그런 건 괜찮아요. 내 아들을 빼앗아갔는데 그게 쉽게 받아들여지겠어요?”(모두 박장대소)


“아니, 아들을 가져간 것과 별개로 저하고의 관계가 서먹하다니까요.”


“며느리가 내 남자를 데려갔으니까 내가 마음이 좀 서먹서먹하죠.(모두 웃음) 질문자는 아들과 남편 둘 중에 선택하라면 어느 남자를 선택하겠어요?”(모두 웃음)


“그게 아니고요. 며느리에게는 어머니가 하나 생기고 저는 딸이 하나 생기는 셈이잖아요. 그러니까 서로가 다 친해야죠.”


“그건 머리로 그렇게 되는 거예요. 마음에서는 기분 나쁘다니까요.”(모두 웃음)


“아니에요. 저는 살갑고 예쁘고 어리니까 자꾸 다독여주고 싶은데 그쪽에서는 이러는 게 싫은가 봐요.”(질문자 울컥함)


며느리는 살아온 습관이 다른 남의 자식,

바로 내 자식이 되진 않아요.


“딸은 내가 낳아서 키웠고 며느리는 다른 집에서 살다가 왔잖아요. 자기는 남자가 좋아서 온 건데 그 남자 뒤에 웬 늙은 여자가 하나 붙어서는 자꾸 ‘엄마’라고 하라니까 적응이 아직 안 되는 거예요.”(모두 박장대소)


“며느리가 적응이 안 된다고요?”


“예. 시간이 좀 걸려요.”


“제가 살갑게 대해줘도 다가오지 않는 걸 보면 저도 서운해요.”


“시간이 좀 걸려야 돼요. 질문자는 나이가 들었고 경험이 있으니까 좀 수용을 하려고 하지만, 며느리 입장에서는 시어머니니까 약간 조심스럽잖아요. 불편하지 않겠어요?”


“아, 그게 불편한 겁니까?”(모두 박장대소)


“불편하죠. 결혼 생활을 20년이나 했어도 시댁보다 친정 가면 더 편하다고들 하잖아요. 며느리 입장에서는 시어머니가 꼭 싫다기보다는 어쨌든 아직은 만나는 게 좀 불편한 거예요.”


“아, 불편한 거구나...(모두 박장대소) 저는 다른 사람들이 이런 상담을 해도 ‘뭐가 불편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며느리를 그냥 놔둬야 합니까? ‘나는 이렇게 잘해주는데 왜 친절하게 해주지 않느냐’라고 말을 할 수는 없는 겁니까?” (모두 웃음)


“남의 집 자식을 데려와서 딸이 되라고 한다고 바로 딸이 되는 게 아니에요. 시간이 좀 지나야 한다니까요. 한 10년쯤 지나야 해요. 지금 얼마나 됐어요?”


“6개월요.(질문자 웃음, 모두 웃음) 그래도 저는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아이고, 참.(스님 웃음) 세상 사람이 다 내 마음 같지 않아요. 어떤 집에는 며느리가 엄마의 사랑도 못 받고 외롭게 컸는데 시어머니가 잘해주니까 너무너무 좋아해요. 그런데 시어머니는 오히려 징그럽다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요. ‘어머니라니? 내가 왜 네 엄마니?’ 이러면서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니까요.(모두 웃음) 그래서 상담을 해보면 별로 안 좋아하는데도 와서 막 애교를 떨어서 귀찮다는 사람도 있고, 질문자의 경우처럼 시어머니는 딸처럼 좋게 지내고 싶어 하는데 며느리가 뻣뻣해서 가까이 잘 오지 않는다고 섭섭해 하는 경우도 있고, 또 얄미운 경우도 있고, 이렇게 여러 종류가 있어요.


사람마다 살아온 삶의 습관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이걸 인도말로 하면 ‘까르마’, 우리말로 하면 ‘업식’이라고 해요. 이렇게 다른 것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좀 걸려요.


시간을 두고 며느리를 연구 해보세요.


부부도 마찬가지예요. 연애를 5년 해도 막상 결혼해보면 별 것 아닌 것 가지고 싸우게 돼요. 목욕탕에 샤워하러 들어갈 때 옷을 개켜놓는지, 이리저리 던져두는지, 이런 건 연애할 때는 못 보잖아요. 연애를 5년 해도 알기가 힘들어요. 그런데 한집에 살면 이런 게 문제가 돼요. 옷을 좀 가지런히 놔두고 들어가면 될 텐데 하나는 여기 벗어 던져두고 하나는 저기 던져두고 양말은 또 저기 벗어서 던져놓고 들어가는 사람도 있어요.(모두 웃음)


욕실에서 수건을 쓰는 습관도 다 달라요. 어떤 사람은 한 번 딱 쓰고 젖으면 바로 빨래통에 내놓는데 어떤 사람은 수건 한 장을 며칠씩 쓰거든요. 수건을 말려놨다가 또 쓰고 말려놨다가 또 써요.(모두 웃음) 씻고 물기만 닦았지, 딱히 더러운 게 안 묻었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그런 걸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요. 한쪽은 너무 빨래를 자주 한다고 싫어하고, 다른 한 쪽은 또 그 지저분한 걸 또 걸어놓고 닦는다고 싫어하는 거예요.


이렇게 사는 얘기를 들어보면 천 가지, 만 가지가 다 갈등이 돼요. 또 다른 사람이 들으면 뭐 그런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습관이 다 서로 달라요. 음식 갖고 갈등 일으키는 사람도 있고, 목욕하는 걸 갖고 싸우는 사람도 있어요. 씻고 오라는데 씻지도 않고 와서 껴안아대니까 죽겠다는 사람도 있어요.(모두 웃음) 이처럼 온갖 사람이 다 있기 때문에 그걸 가지고 내 기준으로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지금은 서운하겠지만 조금 기다려보면서 며느리를 연구를 좀 해보세요. ‘우리 며느리가 어떤 걸 좀 불편해하나’ 이런 걸 살펴보세요. 내가 너무 가까이 가는 걸 불편해하는지, 너무 뭘 해주는 걸 불편해하는지 살펴보세요.


결혼을 했으면 자식에게 너무 간섭하면 안 돼요. 엄마가 잘 해준다고 김치 담아가고, 뭐 가져가고, 뭘 준답시고 또 가고, 자꾸 이러면 아파트 입구 경비실에 맡겨놓고 가라는 소릴 듣는 거예요.(모두 웃음) 그러니까 자식이 도움을 요청할 때만 도와주면 돼요.


연구를 해보면 해주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해주니까 약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어요. 꼭 싫어서가 아니에요. 그게 간섭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거예요. 이렇게 잘 해주니까 자기도 그만큼 잘 해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 수도 있죠. 그걸 가만히 살펴서 적절하게 해야 해요.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요. 너무 가까이 가면 귀찮다고 생각하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무관심하다고 생각하니까 적절하게 대하는 게 인간관계예요. 뭐가 좋다고 그렇게 며느리한테 매달려요?”(모두 웃음)


“섭섭한 마음을 가지지 말라는 걸 오늘 배웠습니다. 알았습니다, 섭섭한 마음을 가지지 않겠습니다.”(모두 웃음)


“며느리가 어떻게 할 때 섭섭한데요?”


“제가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아요.(질문자 울컥함, 모두 웃음) 나중에 시간이 지나도 ‘아, 제가 무슨 일 때문에 전화를 못 받았습니다’라는 문자도 없고 전화도 없고요. 간격을 두자는 뜻일 텐데 이게 굉장히 섭섭한 거예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건 두 가지 가능성이 있어요. 하나는 싫어서 그런 경우일 수도 있고, 또 하나는 그 사람의 습관일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전화를 한두 번 해보고 잘 안 받는다면, 꼭 긴급한 건이 아니면 전화를 안 하는 게 좋죠. 본인이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데 무엇 때문에 전화를 해요?”


“며느리에게 할 얘기가 있어서 했는데요.”


“그러면 나중에 이렇게 얘기하면 되죠. 요즘 전화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기능이 있잖아요. 전화를 해서 그냥 번호만 찍혀 있으면 다시 전화를 안 하더라도 ‘내가 이러저러한 일로 통화할 일이 있다. 확인하거든 전화해줘’ 이렇게 문자를 보내놓으면 되죠.”


“예, 문자를 하면 답은 옵니다.”(모두 웃음)


며느리는 살아온 습관과 문화가 다릅니다.


“문자로는 답이 온다면 시어머니하고 통화하는 걸 약간 부담스러워하나 보죠. 그러면 질문자가 이렇게 얘기를 하면 돼요.


‘얘야, 나하고 대화하는 게 약간 부담스럽니?’

‘아니오’라고 하면 ‘그러면 왜 문자만 하니? 통화를 안 하고 싶어?’


이렇게 물어보세요. 그러면 ‘앞으로 하겠습니다’라고 할 수도 있고, ‘조금 부담스럽습니다’라고 할 수도 있겠죠.


또 요즘 젊은 사람들은 통화를 많이 안 하는 게 문화예요 저희 세대가 보통 생각하는 문화는 전화를 못 받았으면 바로 다시 전화를 해서 이러저러하다고 이야기를 하거나 ‘아이고, 전화하셨네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한 줄이라도 답신을 하잖아요. 그런데 ‘그거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이렇게 문자 보내놓으면 아무 앞뒤 없이 ‘네’ 하고 한 글자만 딱 찍혀서 와요.(모두 웃음)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그 사람이 좀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알고 봤더니 이게 젊은 사람들 문화래요. 문자로 짧게 주고받는 게 문화예요. 전화하는 건 좀 구태의연한 거고요.(모두 웃음)

질문자도 며느리한테 물어보면 아마 문화라고 할 거예요. 젊은 사람들 대부분은 통화 안 합니다.”


“아니, 저는 ‘그래도 며느린데 도리를 해야지’ 싶어서요. 전화를 했는데도 도대체가... 그래서 섭섭하고 불편해요.”


“그건 며느리가 나빠서가 아니예요. 첫째는 문화고, 두 번째는 문화가 아니라면 본인이 약간 부담스러워서 그럴 수도 있으니까 질문자가 이해를 좀 해주세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어느 정도로 심한지 알아요? 연애하는 두 사람이 카페에 가서 마주보고 커피를 마시면서도 말로 대화하지 않고 서로 문자를 보내요.(모두 웃음) 신혼여행 가서도 문자를 보내고 있다니까요.


질문자의 며느리도 아마 문화 습관일 가능성이 높아요. 문자를 보내면 답은 온다고 하니까요. 그러면 꼭 필요할 때는 ‘네 목소리 듣고 싶다. 통화 한 번 하자’ 이렇게 문자를 보내세요. 문자 보낼 줄은 알지요?”


“예.”


“저보다 낫네요.(모두 웃음) 저는 문자를 보낼 줄 몰라서 옆에 부탁해요.”


“예,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통화가 편한 시어머니 vs 문자가 편한 며느리,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천천히 다가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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