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WFP 북한(평양)소장 프라빈 아그라월(Praveen Agrawal) 씨와 WFP 한국소장 임형준 씨 등 WFP 관계자들과 평화재단에서 미팅을 가졌습니다. 먼저 간단한 식사를 했는데요. 오늘 점심은 콩국수였습니다. 콩국수를 먹으며 WFP 북한 소장의 국적인 인도 얘기부터 시작하여 북한 주민들의 현재 생활과 인도적 지원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프라빈 아그라월 WFP 북한소장에게 “다른 도시와 평양이 어떻게 다른지?” 물으며, 스님이 20년 전 국경 변에서 북한 아이를 만난 이야기를 했습니다.

“배를 타고 가면서 강가에 있는 아이에게 ‘얘야, 얘야.’ 하고 불렀어요. 아이가 너무 초라하게 있어 먹을 것을 주려고 하였습니다. 인도 아이였다면 ‘박시시 박시시’ 했을 겁니다. 그러나 북한 아이는 주겠다고 하였으나 저를 보려 하지 않았어요.”

그 날 북한 아이와의 만남 이후 스님은 북한 돕기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스님이 북한 기아의 원인을 농업 시스템 문제에서 발견하고 북한에 개인농을 제안한 얘기를 들은 프라빈 WFP 평양 소장은 스님의 제안에 적극 공감하며 북한에서 가져온 비스킷과 식품(가루가 든 병)을 보여주었습니다.



대화는 북한 인도적 지원 이야기에서 JTS의 로힝야 난민 지원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방글라데시의 로힝야 난민촌에 연료 문제가 정말 심각합니다. WFP로부터 JTS에게 가스 버너 지원 요청이 있었고,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있어 점검을 했습니다. 총 18만 개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1차적으로 5만 개를 지원하고, 정말 도움이 된다면 5만 개를 더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북한 식량문제, 인도적 지원, 로힝야 난민 지원에 대한 이야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눈 후 미팅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강연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7일 거사 활동가 나들이에서 있었던 즉문즉설 중에서 유익했지만 소개하지 못한 질문과 답변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아내가 절에 다니면서 참선과 사경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인도성지순례도 두 달 간 다녀왔고요. 저도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아내에게 잘 하려고 노력하는데, 아내는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요. 저만 보면 화가 난다고 하고, 제 말투도 마음에 안 든다고 하고요. 아내도 불교를 공부하고 있어서 ‘화는 나로부터 일어난다’는 것을 알지 않을까 싶은데, 아내는 ‘너 때문에 화가 난다’ 라고 해요. 그래서 제가 ‘화는 나로부터 일어나는 거 아니냐’ 라고 말하기도 했었어요.”

“칼을 갖고 채소를 썰면 칼은 유용한 도구예요. 그런데 그 칼을 갖고 사람을 찌르면 흉기가 됩니다. 똑같은 칼인데 흉기가 되느냐 유용한 도구가 되느냐의 차이는 어디에 적용하느냐에 달려 있어요. 똑같은 약인데 얼마의 양으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사약의 성분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할미꽃 뿌리는 사약의 중요한 성분입니다. 화장실에 구더기가 많으면 할미꽃 한 뿌리만 캐어서 넣어두면 거의 다 사라져요. 그런데 오늘날 백혈병 등 현대의학으로 잘 치료가 안 되는 병에 할미꽃이 도움이 된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대신에 많이 먹으면 안 되고 연하게 먹어야 돼요. 어떤 독도 적게 쓰면 약이 되고, 어떤 약도 많이 쓰면 독이 되는 거예요.

마찬가지로 부처님의 말씀은 자기에게 적용할 때 약이 됩니다. 나한테 적용하면 좋은 도구가 되고, 남에게 적용하면 흉기가 됩니다. 지금 질문자의 문제는 자기에게 적용해야 될 것을 아내한테 적용하기 때문에 생긴 문제예요. 그래서 마누라가 전혀 이해도 안 되고, 설득도 안 되는 거예요. 말하자면 남편이 정토회 안 다닐 때보다 더 자기를 이해 못하는 사람이 된 거죠. 아내가 화를 내면 ‘아, 아내가 화가 났구나. 화 날 일이 있었구나.’ 이렇게 받아들여야 질문자가 불법을 제대로 적용하는 거예요. 질문자가 화가 날 때는 ‘저 사람 때문에 화가 났다’ 가 아니라 ‘내 마음에 안 든다고 내가 화를 내는구나’ 이렇게 받아들여야 되고요.”

“그러면 상대가 저한테 화를 내고 저를 비난하더라도 ‘아, 화가 났구나.’ 이렇게 알아차리고 저만 행복하면 되는 겁니까?”

“그럼요. 우선 나부터 행복해야 합니다. 하늘이 두 쪽 나든 말든 나부터 행복하세요. ‘나만 행복하면 된다’는 뜻은 아니에요. 먼저 나부터 행복하고, 그 다음에 여유가 된다면 다른 사람의 행복에 도움을 주면 좋지요. 그러니 나부터 행복하세요. ‘내 행복을 남 때문에...’ 이렇게 양보하거나 희생하면 안 되고, 나부터 행복하고, 그 다음에 남한테도 도움이 되면 돼요. 나부터 행복한 게 남한테 손해 주는 경우는 없어요.

부인이야 화를 내든지, 짜증을 내든지, 그런 건 너무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아, 화가 났구나. 화가 많이 났네. 드디어 뒤집어졌구나. 참 안됐다.’ 이렇게 보고 ‘여보, 나 때문에 화가 났어? 미안해.’ 이렇게 얘기해 주되 나는 편안해야 돼요. 거기에 말려들면 안돼요. ‘뭐? 나 때문에 화가 났다고? 화는 너한테서 일어난 거 아니야!’ 이러면 말려드는 거예요. 안 말려드는 게 수행이에요.

그러면 상대는 나한테 막 짜증을 내다가도 시간이 흐르면 그 정도나 빈도가 적어져요. 하지만 아직은 같이 안 싸워준다고 더 신경질 낼지도 몰라요. ‘네가 뭐 부처냐? 부처인 척하네? 원래 옛날처럼 화내지, 왜 안 내냐?’ 이렇게 또 덤비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모두 웃음)

“저한테 ‘바뀐 것도 없으면서 왜 그렇게 열심히 절에 다니느냐?’ 라고 합니다.”

“그래, 그런 소리도 하지요.(모두 웃음) 그러니까 질문자가 바뀌어야지요. 그럴 때는 ‘아이고, 제가 업이 두터워서 잘 안 바뀌네요.’ 이렇게 해야지, ‘너는 바뀌었냐?’ 이러면 안 돼요. ‘네 지적이 옳다. 나도 지금 바뀌려고 애는 쓰는데 잘 안 바뀌네. 내가 업장이 두터운가봐.’ 이렇게 쓱 받아주세요. 따지지 말고요.

아내가 신경질을 내든 말든, 거기에 내가 말려들면 나만 손해예요. 말려들지 않는다고 질문자가 아내한테 나쁜 영향을 주느냐 하면, 하나도 나쁜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상대도 진정이 돼요. 조금 시간을 기다려야 돼요. 내가 바뀌는 것도 시간이 걸리는데 남이 바뀌는 건 쉽지가 않습니다. 거기에 내가 목매달면 내 인생이 없어져요. 그건 그 사람 인생이니까 그 사람이 알아서 하겠지요. 내가 그걸 부추길 필요는 없어요. 내가 숙여주면 돼요.

그렇다고 ‘내가 부인을 행복하게 해 줘야지. 나 때문에 부인이 저렇게 성질을 내는데 내가 뭘 고쳐야 될까?’ 이런 것도 잘못된 생각이에요. 그러면 또 부담이 돼요. 자학증세에 빠질 수도 있어요. 나도 금방 변하는 게 아니니까 아내도 금방 변하지 않아요. 짜증내면 ‘짜증내는구나.’ 해야지, ‘나 때문에 저렇구나. 내가 뭐가 문제지?’ 이렇게 생각하면 안돼요. 그러면 내가 나를 학대하게 되거든요. 그냥 ‘아이고, 내가 문제는 문제인가 보다. 미안하다.’ 그러세요. ‘절에 다니면 뭐하냐?’ 라고 하면 ‘그래도 절에 다니니까 이만큼이라도 바뀌지.’ 이러면 돼요.” (모두 웃음)

“예,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여러분, 우선 정토회에 와서 누가 좋아야 된다고요?”

“내가.”

“예, 내가 좋아야 돼요. 세상이고, 마누라고, 자식이고, 이런 거 따지지 말고 우선 나부터 좋아야 됩니다. 그렇다고 ‘나만 좋으면 끝이다.’ 그래도 안돼요. 그러면 소승이에요. 나도 좋지만 이렇게 하면 집안도 좋아집니다. 사람들 중에는 늘 남한테 도와달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토끼, 다람쥐가 늘 남한테 도와달라고 그럴까요, 아니면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살까요?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살아요. 그런데 토끼, 다람쥐보다도 못한 사람이 많습니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하면서 아우성치는 사람들이 많은데, 도움을 받으려면 불쌍해야 돼요. 그런 사람은 불쌍한 처지에 떨어지게 돼있다는 거예요. 그러니 최소한 토끼, 다람쥐 수준은 되어야 합니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알아서 살아야 해요.

사업은 자기가 해야 돼요, 부처님한테 해 달라고 해야 돼요? 자기가 사업하는 전문가인데 왜 그걸 부처님한테 도와달라고 해요? 부처님 당시에 돈 버는 장자(長子)가 부처님한테 사업을 도와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어요. 자기들이 스스로 돈 벌어서 ‘부처님, 필요하시면 쓰세요’ 하고 보시를 했지, 부처님한테 도움 달라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러니 내 인생은 내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런데 자기 인생만 책임지는 건 토끼, 다람쥐 수준밖에 안돼요. 그래도 사람이니까 토끼보다 나으려면 남을 조금 도와줘야 돼요.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제일 먼저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다음에 ‘이웃과 세상에 보탬이 되겠습니다.’ 라고 강조합니다. 보탬이 되어야 짐승보다 나은 수준인 거예요.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지고, 더 나아가 남에게 보탬이 되는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정영미, 정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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