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토회 법사 수계식이 용성 진종조사 탄생성지인 전북 장수 죽림정사에서 열리는 날입니다. 이런 기쁜 날을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해 전국에서 서원행자 이상 정토회 회원들과 오늘 수계 받는 분들의 가족, 친지들 500여 명이 아침 일찍부터 먼 길을 달려와 함께 했습니다.

오전 9시부터 제5차 정토회 법사 수계식이 거행되었습니다. 1부에서는 법사님들과 오늘 수계를 받는 26명의 행자님들이 참여하여 부처님과 역대조사, 제대전등님들께 예배, 공양 올리는 다례재와 법사수계식을 부처님께 고하는 고불의식을 봉행하였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2부 법사수계교육이 시작되었습니다. 사회를 맡은 유수 스님이 먼저 참석한 대중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함께 이 길을 갈 것을 격려 하였습니다.

이어서 지난 20여 년 간 수행지도를 해주신 법륜 스님께서 오늘 수계식의 의미와 참석한 대중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법사의 자세와 역할에 대해서 잘 일러주셨습니다.

“정토회의 정체성이 무엇이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오늘날 종교로서의 불교의 목표는 ‘불교를 믿으면 죽어서 극락 간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이 정토회의 목표일까요? 아니면 불교철학을 많이 공부해서 해박한 지식을 갖는 것이 목표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불교는 종교로서의 불교, 철학으로서의 불교, 수행으로서의 불교, 이렇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정토회는 수행으로서 불교를 추구합니다. 수행으로서의 불교가 고타마 싯타르타 태자가 출가를 하고, 수도를 하고, 깨달음을 얻고, 많은 사람에게 설법하신 근본정신입니다. 죽어서 어디 가고, 다음 생에 부자로 태어나고 하는 이런 기복신앙이 아니고, 지금 내가 나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서 괴로움이 없는 행복한 삶을 사는 것, 온갖 속박에 묶여 사는 게 아니라 자기 까르마로부터 자유로운, 자기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운 그런 삶을 사는 것, 이것이 수행으로서의 불교가 추구하는 목표입니다.

그럼 그렇게 되기 위해서 경을 많이 읽어야 될까요, 참선을 많이 해야 될까요, 절을 많이 해야 될까요? 그런 것도 다 부분적으로 필요하지만 근본은 자기 마음이 일어나는 상태를 정확하게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이것이 선불교의 종지(宗旨)인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입니다. 이 가르침에 따라 우리도 수행을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명상도 하고, 경전 공부도 하고, 여러 가지를 하지만 그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언제나 자기 마음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그것은 화장실에서도 할 수도 있고, 목욕탕에서도 할 수 있고, 저잣거리에서도 할 수 있는 거예요.

일하는 가운데에서도 늘 자기 마음의 상태에 깨어있으면 일하는 게 곧 수행이 됩니다. 그래서 선(禪)에서는 ‘선농일치(禪農一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앉아서만 참선하는 게 아니라 농사를 지으면서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이 종지에 의하면, 여러분들이 머리 깎고 스님이 되어서 결혼도 안 하고 혼자 산 속에 있어야만 수행자가 되는 게 아니라 언제나 자기 마음의 상태에 깨어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처한 그 자리에서도 수행자라고 할 수가 있는 겁니다.

선종(禪宗)의 가장 위대한 스승인 육조 혜능대사(六祖 慧能大師)는 스님이 되어 수행을 한 후에 법을 계승한게 아니었어요. 길가는 탁발승의 금강경 읽는 소리를 듣고 느낀 바가 있어서 경을 독송하던 스님에게 물어봤더니 그 사람이 ‘아이고, 저는 잘 모릅니다. 그런데 저기 홍인이라고 하는 위대한 스승이 있다고 하니 당신이 한번 찾아가보시오’ 라고 말했어요. 당시 혜능대사는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나무를 해다 팔아서 겨우 끼니를 때우고 있는 가난한 청년이었는데, 염불하던 스님은 청년의 질문을 받고 하도 기특해서 위대한 스승을 찾아가 보라고 일러준 것이었습니다.

청년이 ‘제가 노모를 모시고 있어서 못갑니다.’ 하니까 자기가 탁발한 돈을 건네주면서 ‘그럼 이걸 노모님께 우선 드리고 한번 찾아가 봐라.’ 해서 스승을 찾아갈 수 있었던 거예요. 이렇게 혜능대사는 정식으로 승려가 된 것도 아니고, 스님이 되려고 찾아간 것도 아니고, 법을 물으려고 찾아간 건데, 스승은 ‘저 방앗간에 가서 방아나 찧어라.’ 이런 거예요. 그래서 방앗간에 가서 방아를 찧고 있는데, 스승이 와서 질문을 했고 혜능대사가 대답을 하니 거기서 마음과 마음이 계합을 했다 해서 스승으로부터 법을 계승했습니다.

혜능대사는 승려가 되어서 법을 계승한 게 아니라 승려가 되기 전에 이미 법을 계승한 거예요. 그래서 아무도 이걸 인정을 안 해줬습니다. 그래서 16년이나 산 속에서 사냥꾼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숨어 살다가 스승이 돌아가신 뒤에 세상에 나와서 법을 설했습니다. 선의 전통이라는 게 이런 거예요. 관념이나 형식에 매이지 않는다는 거지요. 여러분들은 이런 전통을 계승해서 공부를 하기 때문에, 어떻게 공부할 것이냐가 중요하지, 승려가 되느냐, 안 되느냐, 이런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선 자체가 이런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경험을 얘기해 보자면, 우리 한국불교가 하도 혼란스러워서 종정스님을 지낸 서암 큰스님께 제가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큰스님께서 제 얘기를 듣고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어떤 한 사람이 말이야, 논두렁 밑에 앉아서 그 마음을 청정히 하면 그 사람이 중이네. 그곳이 절이야. 이것이 불교라네.’

머리 깎고 먹물 옷 입은 사람이 스님이고, 기와집이 절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라도 마음이 청정하면 그 사람이 수행자라는 거지요. 또 그런 사람이 논두렁 밑에 앉아있으면 그곳이 바로 절이고, 그게 불교라는 말씀이셨어요. 그런 깨우침을 주셨기 때문에 정토회는 큰 기와집을 짓고, 승복을 입은 스님들을 중심으로 시작한 게 아니고, 그것이 비록 식당이라 하더라도, 가정집이라 하더라도, 교회나 성당이라 하더라도 정말 마음이 청정한 사람들과 함께라면, 거기서 우리가 부처님의 법을 나눌 수가 있다면, 바로 그 사람이 수행자이고, 바로 그곳이 절이라는 관점으로 지금껏 해온 거예요.

저도 젊을 때는 우리 불교계가 많이 실망스러워서 개혁하려고 혁신운동도 해 봤습니다. 그래서 지금 스승이신 불심도문 큰스님께 제가 ‘지금 불교계가 엉망입니다’라고 또 불평을 했어요. 그랬더니 저한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탑 앞에 소나무가 되어라.’

소나무가 작을 때는 탑의 그림자 때문에 자기가 크질 못한다고 자꾸 탑을 탓합니다. 그런데 소나무가 크면 저절로 탑을 가리게 되지요. 그러니까 ‘탑 앞에 소나무가 되어라’는 말씀은 탑을 탓하지 말라는 말씀이셨어요. 소나무가 어릴 때는 탑 그림자 때문에 고생을 하지만 소나무가 크면 저절로 탑을 가리기 때문에, 그런 불평, 불만을 하지 마라는 거예요.

왜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요? 결국 우리의 불평, 불만이라는 것은 다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거예요. 우리는 어떤 것을 보고, 어떤 것을 들었을 때 마음이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 그 불편이 상대편으로부터 오는 것일까요? 그러면 이것은 경계를 탓하는 것이 됩니다. ‘그 불편이 내 마음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이다.’ 하고 자각할 때 이것이 ‘직지인심(直指人心)’이에요. 눈을 바깥으로 돌리지 말고 안으로 돌려야 한다는 거죠.

우리가 문경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에 앉아있으면 냄새도 나고, 다리도 아프고, 밑에서 찬바람도 올라오지요.(모두 웃음) 그러면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럴 때 이 불편함이 이 화장실로부터 온 걸까요? 만약 이 불편함이 화장실로부터 왔다면 이 화장실을 좌변기로 전부 대체하면 해결됩니다. 그런데 지난번에 인도에서 온 우리 스텝들은 좌변기가 제일 불편했다는 거예요.(모두 웃음)

그 불편함이 좌변기로부터 온 게 아니라 내 습관, 내 업식, 내 까르마로부터 온 것입니다. 재래식 화장실에 습관이 든 사람은 좌변기가 불편하고, 좌변기에 습관이 든 사람은 재래식 화장실이 불편해요. ‘모든 괴로움은 다 나로부터 일어난다’는 수행문은 내가 뭘 잘못해서 괴로움이 일어난다는 뜻이 아니라 나의 업식으로부터 괴로움이 일어난다는 뜻이에요.

‘불편함은 일어나지만 이 불편함이 나의 업식, 습관으로부터 일어난다.’

이렇게 알아차리면 불편이 불평, 불만으로 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 불편이 화장실로부터 온다’는 생각이 들면 불평과 불만이 생깁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에,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이렇게 냄새나고 불편한 화장실을 만들었느냐?’ 이렇게 불평이 일어납니다. 이것이 바로 밖을 탓하는 거예요. 불편함이 안 일어나는 게 수행이 아니에요. 불편함은 습관의 차이로 일어납니다. 그러나 이 불편함이 습관의 차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불만은 안 생겨요. 입은 안 나온다는 거예요.(모두 웃음)

예를 들어 ‘네가 말을 그 따위로 하니까 내가 화가 나지 않느냐?’라고 하는데 내가 화나는 것은 그 사람의 말 때문이 아닙니다. 서로의 생각이나 견해는 다를 수 있으니까 ‘아, 저 사람은 저런 생각을 하는 구나’ 이렇게 받아들이면 내 생각과 다르니까 불편하지만, 이것이 내 생각과 다른 데서 일어나는 불편이지 그 사람의 말이 틀렸기 때문에 일어나는 게 아님을 알게 되지요. 그런데 우리는 ‘네가 틀렸다!’고 생각하니까 ‘내가 짜증이 나고 화가 나는 건 다 너 때문이다!’ 하는 겁니다. 이런 걸 두고 우리가 ‘자기 마음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말하는 거예요. 팔만대장경을 읽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런 기본 관점 하에서 마음의 상태를 늘 놓치지 않는 것이 수행입니다.

그러면 여기에 법사 수계를 받는 분들은 놓치지 않느냐? 다 놓칩니다.(모두 웃음) 그래서 화도 내고, 짜증도 내고, 불평도 합니다.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할 수는 있지만 수행자는 그렇게 하다가도 ‘내가 놓쳤구나. 내가 수행적 관점을 놓쳤구나. 내가 내 마음을 놓쳤구나.’ 하고 금방 되돌아와야 합니다. 그런데도 계속 ‘너 때문에 그랬다. 당신이 말을 그렇게 해서 그랬다.’ 하면서 이걸 붙들고 있으면 그건 수행의 관점을 놓쳐버린 것이 됩니다. 절에서 10년을 살고, 20년을 살고, 30년을 살고,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었어도 이 관점을 딱 놓쳐버리는 순간 ‘너 때문에 그랬다.’ 이렇게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는 늘 수행을 한다고 하지만 시시때때로 이것을 놓칩니다. 순간은 사로잡혔다 하더라도 하루 만에 놓아야 되는데, 대부분은 하루, 이틀, 열흘, 이렇게 움켜쥐고 남을 미워하면서 ‘못 살겠다’고 합니다. 이 때 ‘내가 너와 살고 싶지 않으니 헤어지겠다.’ 이렇게 솔직하게 말을 해야지 ‘너 때문에 못 살겠다’ 하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그건 남을 탓하는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게 더 좋기 때문에 이리로 가겠다’ 하거나 ‘나는 이렇게 살겠다’ 라고 해야 합니다. 마음이 불편한 것은 나의 문제이지 다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예요.

이런 관점을 여러분들이 정확하게 갖고 꾸준히 연습을 해 나가야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괴로움이 없는 경지로 나아가야 합니다. 지금은 반반이다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70%, 80%, 90%... 이렇게 점점 나아가야 합니다. 이것이 수행하는 자세예요. 이 관점을 가져야 수행자라고 할 수 있고, 법을 계승한 자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이것을 놓쳐버리면 승복을 입고 있든, 지위가 어떻든, 얼마나 오래 살았든, 그는 수행자라고는 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자기의 삶을 온전하게 스스로 컨트롤하는 사람, 놓치더라도 다시 원상 복구하는 사람이 수행자입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소승(小乘)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플러스 알파’의 일을 해야 합니다. 즉 다른 사람의 삶에 조금 도움이 되어야 해요.”

스님은 수행자로서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지 명확하게 설명해주시고, 또 거기서 나아가 다름 사람의 삶에 도움이 되는 삶, 상구보리 하화중생하는 보살의 삶을 살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또 삶의 자세를 어떻게 가져야 할지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셨습니다.

“부처님은 우리에게 두 가지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하나는 ‘겸손해라.’ 그리고 다른 하나는 ‘검소해라.’입니다. 검소하게 사는 건 뭘까요? 부처님께서는 버린 옷을 주워 입었습니다. 그것을 분소의(糞掃衣)라고 해요. 또, 음식은 남이 먹다 남긴 것을 얻어 드셨고, 잠은 나무 밑에서 주무셨습니다. 이게 검소하게 사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굳이 얻어먹지 않고, 쓰레기통을 뒤져서 옷을 입지 않고, 나무 밑에서 잠을 자지 않는다 하더라도, 검소한 자세로 살아야 합니다. 수행자는 검소해야 됩니다. 사치하고 화려하면 수행자라고 할 수가 없어요. 집이 부자라도 마찬가지예요. 집이 부자인 건 부자인 거고, 또 부자이니까 남을 도와줄 수 있어서 좋지만, 내가 수행자라면 집에 돈이 얼마나 있든 검소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겸손해야 합니다. 남의 집에 가서 밥을 얻어먹는 사람이 목에 힘을 주고 그러면 누가 밥을 주겠어요? 그러니 항상 겸손하고, 잘난 척하면 안 됩니다. 이게 핵심이에요. 삶의 두 가지 자세가 뭐라고요?”

(대중들) “겸손해라, 검소해라.”

“예. 그런데 겸손한 것과 비굴한 것은 다릅니다. 검소하게 살기 때문에 누구한테 얻으려고 껄떡거릴 필요가 없어요. 비굴할 이유도 전혀 없어요. 왕을 만나도 비굴할 일이 없고, 계급이나 신분이 높은 양반을 만나도 비굴할 일이 없게 돼요.

그러니 오늘 계를 받고 법사가 되면 비굴해서는 안 됩니다. 신부나 목사나 스님이나 이런 사람을 만나도 비굴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고 ‘내가 법사다!’ 이러면서 교만해야 되는 것도 아니죠. 그분들을 존경하는 겸손한 자세를 취해야 합니다.

또 심리적으로 약간 억눌리는 비굴한 자세를 가져서도 안 됩니다. 그래서 교만하지 말고 겸손하고, 비굴하지 말고 당당하라는 겁니다. 수행자는 검소한 것을 자랑스러워해야지, 옷을 좀 초라하게 입은 걸 가지고 남한테 위축될 필요가 없습니다. 마하가섭존자는 거지 중에서도 상거지처럼 검소해서 사람들이 멸시했다고 하잖아요.(모두 웃음) 그래도 부처님만은 그분을 존중하셔서 부처님과 동격으로 대우를 하셨다고 하잖아요.

선종에서는 전통적으로 스승이 제자에게 법을 전할 때 주는 게 두 가지입니다. 발우와 가사입니다. 발우와 가사를 전한다는 건 검소하게 살라는 뜻입니다. 얻어먹는 음식이 화려할 수가 없잖아요. 주워 입는 옷이 화려할 수가 없잖아요. 검소하게 살라는 뜻에서 옷과 발우를 법의 징표로 주는 것입니다. 오늘 법사수계를 할 때도 여러분들게 발우를 주게 됩니다.

이런 뜻을 잘 아시기 바랍니다. 오늘 법사수계를 받는 분들은 어제까지는 어떻게 살았든, 오늘부터는 생활 태도를 좀 심플하게, 삶의 태도는 간단명료하게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산다고 남한테도 이것을 요구하면 안 됩니다. 수계 받는 분들 중에는 결혼하신 분들도 있는데, 내가 이렇게 산다고 아내나 남편에게도 ‘너도 헌옷 주워 입어라’, ‘너도 반찬 세 가지만 먹어라.’ 이렇게 하면 집에서 싸움이 일어납니다. 상대에 대해서는 배려를 하되 오늘 수계 받는 분들은 원칙을 갖고 살아가야 합니다. 검소하고 겸손하게 살아야 합니다.

한 가지 더 추가를 한다면, 수행자라는 것은 번뇌가 없고, 괴로움이 없고, 속박이 없으니까 마음이 편안해야 합니다. 수행자가 늘 조마조마하면서 불안해하고, 근심, 걱정이 많고, 남을 원망하면 수행자라고 할 수가 없어요. 수행자는 언제나 마음을 좀 편안하게 가져야 합니다. 어쩌다 들떴다가도 금방 ‘내가 놓쳤구나.’ 하고 다시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이런 자세로 살아가는 것은 결혼을 했느냐, 직장에 다니느냐, 이런 것과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그래서 정토회에는 완전히 들어와서 수행하는 출가수행자가 있고, 또 사회생활, 직장생활, 가정생활을 병행하면서 수행하는 재가수행자도 있습니다. 두 가지 길을 함께 열어놓았습니다. 이건 정토회에서 만든 게 아니라 부처님 당시에 부처님께서 열어놓으신 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전통에 따라서 출가법사와 재가법사 수계를 동시에 같이 하는 거예요. 그런데 불교가 종교화하면서 출가수행자는 사제계급이 돼버리고, 재가수행자는 신자가 돼버린 거예요. 우리는 부처님 법으로 다시 돌아와서 수행자로서 살아가는 게 목표입니다.”

수계받는 법사님들뿐만 아니라 함께한 정회원들도 수행의 관점을 명확히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에 오늘 법사 수계자들이 곧 정회원들의 미래의 모습이라는 말씀도 해주셨는데, 오늘 수계식이 갖는 의미가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오늘 수계 받는 법사님들의 가족들에게는 공양을 대접하고, 스님을 비롯한 정토행자들은 점심 도시락으로 공양을 마친 후 12시 40분부터 3부 법사수계식이 시작되었습니다. 법사 수계식은 석가여래 부촉법 제70세, 석가여래계대법 제77세, 조선불교증흥율 제8조이시고, 대한불교 조계종 원로이자 죽림정사 조실이며 정토회 고문이신 불심 도문 큰 스님을 모시고 봉행하였습니다.

먼저 무변심 법사님이 나오셔서 정토회 행자교육과 법사수계식 경과 보고를 해주셨습니다. 1991년 6월에 유수, 보수, 묘덕, 묘수, 자재 법사님을 대상으로 제1차 법사수계식이 시작된 이래 같은 해 12월에는 묘당, 무변심 법사님을 대상으로 제2차 법사수계식이, 1993년 3월에는 덕생, 선주 법사님을 대상으로 제3차 법사수계식이 거행되었던 그동안의 역사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후 지난 2011년 3월 문수팀 5명과 관음팀 5명을 대상으로 4년 동안의 화엄반 행자교육이 시작되었고 제4차 법사수계식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6월부터 전문법사 6명, 재가법사 20명을 대상으로 법사교육을 시작하여 오늘 제 5차 법사수계식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수계자들은 본래 소임을 하면서 40계본을 지키고 매일 네 번의 기도, 300배 정진, 나누기와 정기수련, 일수행, 세미나, 매주 지역모임, 격주 정기모임을 하며 지난 1년 간의 교육을 잘 마쳤습니다.

다음은 묘당법사님이 나오셔서 오늘 법사 수계를 받으시는 수계자 소개를 해주셨습니다. 대부분 정토회의 각 부서의 요직에서 두루 근무해본 경험을 가지셨고, 법륜 스님과의 인연도 20년이 넘으신 분들이셨습니다. 한분, 한분 소개될 때마다 대중들의 큰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어서 소개된 수계자들로부터 오늘 이 자리에 있게 된 인연과 원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두들 법륜 스님과의 첫 인연부터 시작해서 그동안 어떻게 마음 공부를 해왔고, 앞으로는 어떻게 보살행을 할 것인지 각자의 다짐을 이야기했습니다.

수행을 하게 된 인연도, 이유도 다 달랐지만 ‘모든 것이 나로부터 일어난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법사로서 부족하다고 위축되기도 했다. 부족한 게 문제가 아니라 부족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문제라는 것을 알았다. 이대로의 나도 희망이 될 수 있다.’ 하며 자신 있게 말하시는 모습이 참 든든해 보였습니다.

26명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이어서 법륜 스님을 모시고 인사말씀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행자님들이 여기까지 오는데 가장 고생도 하시고, 힘이 된 것은 가족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자리 빌어서 가족들에게 특히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혼자 사는 저희 같은 출가 수행자들은 자기만 잘 하면 됩니다. 그런데 가족과 함께 있는 분들은 아무리 수행자라고 해도 가족의 격려가 필요합니다. 사람이 이야기 할 때 내면의 힘이 있어야 하는데 집에서 아내나 남편이 ‘짜증내고 화내는데 네가 무슨 법사냐’ 라고 하면 어디 가서 말할 때 말빨이 안서요. 그래서 가족 여러분들이 조금 어려우시더라도 법사님들을 좀 격려해주셔야 해요. (모두 박수)

옛날에 일꾼이 소를 몰고 고개를 넘다가 호랑이 만났을 때 사람이 겁나서 도망을 가면 소도 죽고 사람도 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도망가지 않고, 소 고삐를 쥐고 소를 응원하면서 맞대결을 하면 소가 호랑이를 뿔로 이긴다고 해요. 그런 것처럼 우리 법사님들 뒤에서 가족들이 자꾸 뒷다리를 잡으면 그냥 보통 사람 수준이 되고. 가족들이 격려해주시면 아주 훌륭한 법사님이 될 수 있습니다.

법사 수계를 받고 법사가 되었지만 속가로 치면 어머니, 아내, 남편, 자녀이고, 지난 과거에 가정을 버리다시피한 것에 대해 불만도 있겠지만, 이왕지사 엎어진 물이니 현재를 인정하시고 격려해주십사 가족 여러분들에게 한 번 더 부탁말씀 드립니다. (모두 웃음)

도반 여러분들도 어제까지는 도반으로 함께 했고, 앞으로도 도반이지만, 역할이 바뀌었다는 것을 받아들여 주세요. 정토회에서는 법사가 되기 전까지는 타인에 대해서 수행 지도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이제 법사님들에게는 수행지도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으니 이해하시고 받아들여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수계 받으신 분들 중 가장 오래된 인연은 28년, 짧은 인연은 13년, 대부분 20년이 넘으신 분입니다. 정토회에 오래 있다고 법사 수계를 받는 건 아니지만 모두 개인적으로 수행을 꾸준히 하시고 봉사를 꾸준히 하셨습니다. 이제는 모든 행정직을 놓으시고, 법에 어긋난 것이 있다면 조언해 주시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행정은 여러분들이 하시되 일하시면서 괴로움이 있다면 법사님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수계받는 법사님들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의 스승님이신 불심도문 큰스님께서 연세도 많으신데 노구를 이끄시고 저희들 26명을 위해 몇 날 몇 일 잠을 못 주무시고 직접 법명도 다 지어주시고 준비를 해주셨습니다. 용성조사님을 비롯한 역대 조사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늘 우리가 그 법을 이어가는 거룩한 수계식을 큰스님 모시고 한 것에 대해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큰스님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대중들이 큰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 불심 도문 큰스님은 법상에 올라오셔서 수계자들이 부처님의 삶을 닮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법을 해주셨습니다.

“오분 법신은 부처님과 부처님의 제자 아라한이 갖춘 다섯가지 공덕을 말합니다. 부처님과 아라한의 5가지 공덕이 무엇입니까? ‘계신, 정신, 혜신, 해탈신, 해탈지견신’ 부처님은 이렇게 5가지 몸이라는 겁니다. 이것을 오분 법신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째서 아침저녁 예불 모시면서 오분향을 올립니까. 계신, 정신, 혜신, 해탈신, 해탈지견신의 오분법신향이 되기 위해서 ‘계향, 정향, 혜향, 해탈향, 해탈지견향’하고 예불을 모시는 것입니다. 이러한 오분법신향을 이루어야합니다.”

이어서 큰스님은 “오분 법신향을 이루라.” 라고 하시면서 발우를 수계자들 모두에게 전하셨습니다. 대중들은 스승이 제자들을 위해 애정을 듬뿍 담아 찬탄 공경하고 또 발우를 건네주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큰 박수를 치며 함께 축하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큰스님은 대승보살 법사수계첩을 전해주시면서 한명 한명에게 ‘향’자가 들어간 법호를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이정민 향덕법사님, 백혜은 대향 법사님, 구미경 상향 법사님, 노옥재 향훈 법사님, 임혜진 묘향 법사님, 정근혜 향광명 법사님, 최광수 향상 법사님, 김환기 보향 법사님, 김기진 향등 법사님, 전병찬 향존 법사님, 김도영 향위 법사님, 윤태임 향음 법사님, 황화숙 향재 법사님, 김애경 향정 법사님, 이기혜 향광 법사님, 최경순 향자재 법사님, 정경주 향류 법사님, 하경화 향명 법사님, 이성미 향취 법사님, 이주현 향화 법사님, 이연옥 향형 법사님, 김월금 제향 법사님, 김기숙 향실 법사님, 김남순 향웅 법사님, 강명숙 향염 법사님, 송순애 향왕법사님이 모두 수계를 받으셨습니다.

수계식을 마치며 큰스님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격려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여름철에 애썼으니 법륜 스님과 법사님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도록 박수를 한 번 칩시다. 그리고 나와 너 모두를 위해 박수를 칩시다. 대한민국 전 국민을 위해 박수를 칩시다. 전세계 인류를 위해 박수를 칩시다. 일체 중생을 위하여 박수를 칩시다.”

그 대상이 점점 더 넓어져 감에 따라 사람들은 진심으로 환호하며 박수를 쳤습니다.

이어서 신규법사님들이 불단 앞으로 나와서 수계를 받은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모아 부처님께 꽃 공양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향덕 이정민 법사님의 선창으로 다함께 법사수계자의 서원을 낭독했습니다.

“저희 법사 수계자 대중 일동은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에 따라 법다이 수행하고 생활하며 실천할 것을 다음과 같이 서원합니다.

  1. ‘나다’하는 잘못된 생각을 버림으로써 원만한 깨달음을 얻겠습니다.
  2. ‘내 것이다’하는 소유욕을 버림으로써 걸림이 없는 자유의 행을 닦겠습니다.
  3. ‘내가 옳다’는 아집을 버리고 화내지 않는 열반을 얻겠습니다.
  4. 먹고, 입고, 자는 것에 대한 집착을 놓아버림으로써 검소한 삶을 살겠습니다.
  5. 내가 잘 낫다 하는 교만을 버림으로써 겸손한 삶을 살겠습니다.
  6. 의지하는 마음을 버리고 의지처가 되겠습니다.
  7. 복 받으려는 마음을 버리고 복 짓는 삶을 살겠습니다.
  8. 가족, 이웃, 겨레, 인류, 만중생에 불법을 전하여 일체 중생의 복전이 되겠습니다.
  9. 병든 사회의 원인인 각종 차별을 없애고 인권이 존중되는 정토사회를 이루겠습니다.
  10. 자연과의 조화를 통하여 일체만물이 하나되는 정토세계를 이룩하겠습니다.

이 서원이 성취될 때까지 이 마음과 몸을 다 바쳐 용맹정진 하겠습니다. 제불 보살님들이시여! 증명하여 주옵소서.”

신규법사님들의 서원에 대중들도 큰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신규법사님들은 수계법사이신 도문 큰스님께 법을 받아 부지런히 정진하고 교화할 것을 다짐하며 감사의 삼배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은사스님이신 법륜스님에게도 삼배를 올렸습니다. 또 선배 법사님들에게도 1배를 올렸습니다.

이어서 대중들이 신규법사님들에게 가르침을 잘 따라 배워 우리들도 법을 계승하고 전하는 법사가 되겠다는 다짐을 담아 축하의 삼배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전국의 정토행자들을 대표해서 각 정토회 대표님들과 행정 책임자분들이 나오셔서 신규법사님들에게 꽃다발과 선물을 증정하였습니다. 대중들도 큰 박수로 축하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년간의 수행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함께 정진해왔던 공동체 정토행자들이 기쁜 마음을 담아 “라라라” 라는 곡을 개사해서 축가를 불러주었습니다. 또 전국에서 온 정토행자들도 고마운 마음을 담아 “행복을 주는 사람”이라는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대중들이 노래를 불러주는 동안 신규법사님들은 감사한 마음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어서 정토회 김은숙 대표님이 축사를 해주셨습니다.

“마음 한 켠에 같이 뒹굴던 형제들을 출가시키는 것 같은 아쉬움이 교차했습니다. 지난 1년간 신규 법사님들이 열심히 정진해주셔서 그 모습을 보는 것도 공부였습니다. 지도 법사님 말씀처럼 평범한 가정주부, 가장들이 오늘 법사가 되기까지 저희는 좋아서 했지만 같이 사는 가족들은 걱정되고 외롭고 힘드셨을 겁니다. 가족분들이 같이 견뎌내 주시고 이 자리에 오셔서 응원해주셔서 마음깊이 감사드리고요. 이 모든 것이 지도 법사님이 대중주체라는 큰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어주시고 법사님들이 은혜를 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정토세상을 위해 열심히 수행정진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이렇게 감사의 마음과 발원의 마음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그리고 법사단을 대표하여 묘수법사님도 신규법사님들을 맞이하는 환영사를 해주셨습니다.

“처음 교진녀가 깨달았을 때의 기쁨이 오늘날에 전해지기 까지 수많은 분들의 노고가 생각났습니다. 오늘 함께 동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곧 법사 만 명이 훌쩍 넘을 날이 오지 않을까요? 진심으로 이 길을 함께 가게 된 것을 환영합니다.”

또 대중법사를 대표하여 가장 오래되시고, 첫 대중법사이신 자재법사님도 환영사를 해주셨습니다. 법사님은 수행을 통해 행복해진 삶에 감사하며 ‘우리는 모두 모자이크 붓다가 되어 각자 제몫을 다 하면서도 우리는 함께 라는 것을 잊지 말자’며 격려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법사 수계식을 모두 마치고, 신규법사님들과 선배법사님들은 대웅전 앞 계단에 서서 불심 도문 큰스님과 법륜 스님을 모시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함께한 500여 명의 서원행자와 가족들도 차례차례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기쁨과 행복이 충만한 오늘, 법사님들의 얼굴에는 쉼없이 활짝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오늘 하루 긴 시간 함께 했음에도 막상 마칠 시간이 되니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앞으로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길을 오롯이 걸어갈 1만 명의 법사가 출현하길 발원하면서, 너무나 뜻 깊은 하루를 보낸 것 같습니다.

죽림정사에서 나눠준 떡과 복숭아를 먹으며 집으로 돌아가는데, 발걸음은 너무나 가볍고 가슴은 뿌듯함으로 충만해졌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김미정 사진 이준길 녹취 정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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