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님은 오늘 오전과 오후를 문경 정토 수련원 대강당에서 열린 2018년 상반기 특위통일의병대회에 참여하였습니다. 오늘 행사는 전국 곳곳에서 행복학교와 강연 캠페인, 행복캠프 등의 활동을 진행해온 247명의 정토회 통일특위의병들이 상반기 활동을 공유하고 하반기 활동을 준비하는 자리였습니다.

스님은 기조법문에서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다른 이에게 도움을 구걸하지 말고 최소한 토끼나 다람쥐처럼 자립을 해야 한다. 나아가 남에게 조금은 보탬이 되는 토끼 플러스 알파의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도 이 자리에 온 걸보니 토끼보다 낫겠다.’는 것이라는 말씀으로 청중들을 활짝 웃게 했습니다. 또한 상반기 활동의 성과로 전쟁의 위협을 떨어뜨리고 평화의 기운을 만든 점, 국민의 의사가 평화를 지지하는 쪽으로 나타난 점, 지방선거에서 승자독식의 선거법 구조가 바뀔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다는 점을 짚어주었습니다. 스님은 ‘오전에는 격려를 해 달라는 말을 들어서 다시 한 번 격려를 합니다.’ 라는 말로 참가자들을 격려하고 단체사진을 함께 찍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힘찬 길놀이로 시작해 행복학교 진행자 사례발표, 즉문즉설, 상반기 활동과 하반기 계획을 공유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즉문즉설 시간에 스님은 통일특위 의병활동과 행복학교 진행에 있어 어려운 점을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세심한 답변을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활동을 제안하는 사람에게는 먼저 보고를 하고 실험적으로 해 본 후에 다시 대중들과 공유하고 의논하는 시간을 가지라는 답변을 해 주었습니다. 하반기 활동계획을 발표하는 동안 스님은 맨 앞자리에서 진지하게 경청하시다가 주 1회 지역회의, 주 1회 행복학교라는 화면이 뜨자 주 5회는 해야지 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5시가 되고 같은 장소에서 청년 불대 특강이 이어질 예정이라 서둘러 방석을 정리하고 행사를 마쳤습니다. 토끼와 다람쥐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수련원을 나서는 통일특위 의병들의 발걸음이 가벼우면서도 활기차 보였습니다.

한편 저녁 7시 30분이 되자 특강수련에 참석한 청년 봄 불대생들이 문경수련원 대웅전을 가득 채웠습니다. 늘 영상으로 뵙던 스님을 직접 만나 물을 생각에 이른 저녁 공양을 갓 마친 시간이었지만 눈빛은 총명한 설레임으로 반짝였습니다.

스님께서 대웅전에 도착하시자마자 미리 받아놓은 질문지의 답변을 시작하셨습니다. 일상생활에서 풀리지 않는 고민을 묻고자 하는 질문보다는 불교대학 수업을 들으며 생겨난 의문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주셨습니다. 가볍고 재미있으면서도 따끔한 깨우침이 있는 문답 속에서 주말을 포기하고 특강수련에 참석한 청년들의 표정이 한결 가볍고 밝아졌습니다.

그 중 정토회에 오면 편안하고 행복하지만, 회사생활을 할 때면 존중받는 느낌보다는 회사의 부품처럼 느껴져 괴로워하는 청년과의 문답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저는 일상에서 깨어있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올해부터 정토회 봄불교대학에 다니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제 삶에서 바뀌게 된 것도 있지만 아직 안 바뀐 것도 있어요.

정토회에 있을 때는 행복하고 좋아요. 문경수련원을 간다거나 경주여행을 간다거나 하면 실제로 저의 세계관이나 우주관이 열리는 것 같은데 일상생활이나 회사생활로 돌아가면 정말 제 자리, 제 컴퓨터 모니터에 딱 맞춰서 굉장히 작아진 저 자신을 느끼게 돼요. 왜 수행할 때처럼 일상생활에서도 행복하거나 깨어있지 못하는가? 이게 저의 큰 고민입니다.”

“그렇다면 정토회에 들어오면 되겠네요. 간단하네요.(모두 웃음) 왜 어렵게 생각해요? 저기 있으면 괴롭고, 여기 있으면 행복하다면 이리로 오면 되잖아요. 괴롭다면서 거기 뭐가 좋다고 붙어있어요?”

“정토회를 업으로 삼으라는 말씀이신가요, 스님?”

“아니, 여기가 좋다니까 오라는 거지요. 질문자가 여기 오면 좋다고 그랬어요, 안 그랬어요?”

“(대중들) 그랬어요.”

“그랬으니까 들어오라는 거지요.”

“예... 제가 정토회 활동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정토회에서 배운 ‘깨어있기’나 ‘일상에서 행복찾기’, 이런 것들이 회사생활 등 정토회를 벗어난 다른 곳에 갔을 때 적용이 안 되는 게 문제예요.”

“구체적으로 어떤 게 안 되나요? 정토회 안이나 정토회 밖이나 똑같은 세상인데, 여기 오면 적용이 되고, 저기 가면 적용이 안 된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요.”

“환경의 영향도 있는 것 같고요.”

“환경은 똑같아요.”(모두 웃음)

“제가 정토회 있을 때는 보통 앞에 불상을 놓고 기도를 하는 환경이고, 또 나누기를 할 수 있는 법우들이 주변에 있고, 또 바로 앞에 산도 있는데요. 이런 곳에서는 뭔가 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곳에 있는 것 같은데, 회사 안에 들어가게 되면 그냥 딱 모니터와 내 자리로 내가 한정돼버리는 것 같아서요. 그 자리 안에서도 정토회에 있는 것처럼 넓어질 수는 없는지...”

“그 자리에 불상도 놓아두고,(모두 웃음) 컴퓨터에 사진도 깔아놓고, 그러면 되잖아요. 그래서 불상 앞에서 합장하고, 또 사진 보면서 합장하고 그러면 되지요. 요즘 같은 좋은 세상에 말이에요. 오늘 제 뒤에 계시는 부처님의 고행상도 찍어가세요.(모두 웃음) 찍어가서 화면에 깔아놓고 있으면 되지요. 그게 뭐 어렵다고 그래요.”

“예...”

“거기 있으면 힘들고, 여기 있으면 좋다고 해서 이리로 오라니까 안 온다 그러고, ‘여기 있듯이 거기에 있는 방법이 없겠냐’고 묻기에 ‘그럼 여기서 뭐가 좋으냐’고 하니까 ‘불상도 있고 저기 산도 있어서 좋다’고 해서 ‘그럼 사진 찍어가서 책상위에 놓아두고 봐라.’ 그래도 또 문제라는 거예요? 그럼 무슨 해결책이 있겠어요?”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 될까요, 스님?”(모두 웃음)

“그러니까 제가 두 가지를 제안했잖아요. 첫째, 거기는 힘들고 여기는 좋다니까 여기로 오는 방법이 있어요. 그런데 질문자가 안 오겠다고 해서 이유를 물으니까 여기는 불상도 있고, 산도 있으니까 좋다고 하기에 둘째, 불상과 산을 찍어서 모니터 안에 넣어두라고 했잖아요. 그러면 ‘알았습니다’ 하거나 해결이 안됐으면 또 뭐 때문에 괴로운지 말을 더 해 보세요.”

“사회생활,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저만 그런 게 아니고 공통적인 문제 같은데요.”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여러분 입장에서는 답답할 거예요. 스님이 청년들, 직장인들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그런데 제가 여러분들이 원하는 대로 회사를, 사회를 바꾸어 줄 수는 없잖아요. 이런 사회에서, 이런 회사에서 나는 어떻게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이런 관점에서 이야기 하는 거예요. 정말 회사가, 사회가 문제라면 바꾸어야 해요. 그런데 그러려면 손실을 감수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런데 뭐가 문제예요?”

“우선 일을 할 때는 ‘나’를 사람으로서 대해 주는 게 아니라서 제가 하나의 기능적인 일을 담당하는, 일종의 부품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부품처럼’이 아니라 회사 안에서 질문자는 부품이에요.”

“네.”

“자기가 회사의 부품이 되는 조건으로 돈 좀 받기로 하고 회사에 들어간 거예요. 저는 부품이 되기 싫어서 안 들어간 거고요. 질문자는 거기 들어갈 때 ‘내가 부품 역할을 하루에 8시간 내지 10시간은 하겠다. 얼마 줄래?’ 그러고 들어간 거니까 그 역할을 하는 거지요. 자기가 선택해 놓고 뭘 그래요. 자기가 부품처럼 느껴진다고 하니까 큰 회사라는 거예요, 작은 회사라는 거예요? 작은 회사였다면 질문자는 여러 부품 역할을 해야 됐을 거예요.(모두 웃음) 부품이 아니라 기계 역할을 해야 됐을 거예요. 왜냐하면 작은 회사에 들어가면 질문자가 청소도 해야 되고, 회계도 봐야 되고, 밖에 가서 영업도 해야 되고, 온갖 거 다 해야 되니까요.

그런데 작은 회사에 들어가면 여러 역할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야 하고, 큰 회사에 들어가면 회계면 회계 어떤 한 부분을 반복해서, 지속적으로 해야 되지요. 큰 회사에 들어가면 한 가지만 하고, 작은 회사에 들어가면 여러 가지를 하고 그런다는 얘기예요. 그런데 만약 나한테 ‘기계를 고쳐라’ 그러면서 하루에 한 번은 자동차 고치고, 한 번은 자전거 고치고, 한 번은 리어카 고치고, 이렇게 다섯 종류를 고치나, 다섯 번 다 자동차만 고치나, 무슨 차이가 있어요?

여러분들은 다섯 번 다 자동차만 고치라 그러면 똑같은 일한다고 ‘지루해서 못 살겠다’ 그러고, 다섯 개다 다른 걸로 고치라고 그러면 ‘일이 너무 많다’ 그럴 거예요.(모두 웃음) 그런데 그게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저한테 이 산 밑에 있는 동네로 심부름을 열 번 다녀오라 그러나, 시내까지 한 번만 다녀오라 그러나, 똑같은 거 아니에요? 어차피 하루 만에 먼 거리를 다녀오라 그러면 한 가지 일로 하루 걸리고, 한 시간 걸리는 가까운 곳에 열 번 다녀오라 그래도 하루 걸리고, 그러면 결과는 같잖아요. 그런데 짧은 거리를 열 번 갖다오라면 ‘갔던 데 또 가라 그런다’고 성질내고, 또 먼 데 가라 그러면 ‘너무 멀리 가라 그런다’고 성질내고, 그러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요? 자기가 선택을 할 때 예를 들어 삼성 같은 데 들어갔다면 그 회사는 월급을 많이 주는 대신에 월급만큼 일을 해내라고 할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일이 많을까요, 적을까요?”

“(대중들)많아요.”

“일만 많은 게 아니라 재능을 좀 더 많이 요구할까요, 적게 요구할까요?”

“(대중들) 많이요.”

“그런데 만약 재능이 없는 사람이 들어가면 힘들까요, 안 힘들까요?”

“(대중들)힘들어요.”

“예, 힘들지요. 그러니까 기가 죽어서 산단 말이에요. 또 언제 쫓겨날지 모르고 그건 여러분들이 선택한 거예요. 그런데 여러분들이 월급 조금 받고 어떤 회사에 가서 근무한다면 그 회사는 이 젊은이가 나가버릴까 싶어서 쩔쩔 매겠지요? 나가버리면 이런 사람 못 구하니까요. 그러면 거기서는 노동자인데도 상전처럼 대우받고, 이쪽에는 노동자면서 완전히 하인같이 대우받는 거예요. 어쨌든 다 자기 선택 아니에요? 그런데 왜 부품처럼 거기에 있어요? 여기 와서 있지요.”(모두 웃음)

“일을 하면서 그냥 정말, 어떤 인간성이나 이런 걸 무시당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겠는데요...”

“뭘 무시당했는데요? 업무 주고 일하라고 그랬지, 언제 무시했다는 거예요? 월급 받은 만큼 토해내라는 거지요. 종업원한테 월급 주고 일 시킬 때는 종업원 월급 주고도 회사에 남는 게 많아야 되겠지요, 얻는 이익이 많아야 종업원을 둘 거 아니에요?”

“이 일을 정말 그냥 하는 마음으로 하고 싶어요. 제가 인간적인 면이나 인간성을 무시 받지 않고서 일을 한다면 문제가 없겠는데 그렇지가 않아서...”

“업무 주고 일 하라고 했지 언제 무시했어요?(질문자 웃음) '월급 받는 것 보다 더 해내라' 이렇게 얘기한 거죠.”

종업원을 두고 월급을 줄 때는 종업원이 벌어들이는 것보다 남는 게 더 많아야 많아야 종업원을 둘 거 아니에요? 이 사람을 둠으로 해서 버는 게 500만원이고 월급은 300만원이라고 하면 200만원이 이익으로 떨어지니까 하겠죠. 그러나 이 사람을 둠으로 해서 300만원이 나가는데 이 사람이 버는 건 100만원밖에 안 돼서 200만원 손해라면 둘까요, 안 둘까요? 여러분들이 회사에 다니면 당연히 회사에다가 조금의 득을 보여줘야죠. 그래야 회사에서 여러분들을 필요로 하잖아요. 그런데 그걸 안 하겠다고 하면 당연히 회사에서 나가라고 하죠.

그렇다고 여러분들에게 손해만 되는 건 아니에요. 여러분도 그 회사 들어갈 때는 다른 데 가는 것보다는 그래도 거기 가는 게 돈을 조금 더 벌든지 일이 조금 더 편하든지 해서 거기 가는 것 아닐까요? 내가 왜 이 회사 놔두고 저 회사에 갈까요? 이 회사보다는 저 회사가 일이 좀 수월하든지 월급을 좀 많이 받든지 하니까 가는 것 아닐까요?

각자 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 하는 거예요. 종업원을 구하는 사람도 종업원을 위해서 한다는 건 거짓말이에요. 자기 이익이 되니까 하는 것이고, 여러분들이 그 회사 가는 것도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에요. 자기 이익이 되니까 가는 거예요. 자기 이익이 안 되면 그만두면 된다니까요.

질문자를 어떻게 인간답게 대우하면 돼요? 그 얘기는 좋게 말하면 인간답게 대우해 달라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자기 원하는 대로 해달라는 거예요. 부모도 내가 원하는 대로 안 해주고, 자식도 내가 원하는 대로 안 해주고, 부부도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대해주는데,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에서 어떻게 질문자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줄까요? 사장이 부처님이에요? 상사가 부처님이에요? 꿈도 야무지네요. 완전히 환상을 갖고 살아요.(모두 웃음) 그렇게 생각하니까 괴로울 수밖에 없죠.

그런데 이런 삶을 직시하면 괴로움이 없어져요. 불교대학에서 그걸 배우는 거잖아요. 지금 질문자가 절에 오면 편안하고 회사 가면 힘들다고 한다면 그건 불교대학 공부가 아직 제대로 안 돼서 그래요. 좀 더 다녀보세요. 1년 다니면 여기서 가르치는 걸 좀 알게 될 거예요.

절에 오면 편하다고 합시다. 그런데 절에 오면 편한 대신에 돈을 안 줘요. 회사는 좀 일이 많은 대신에 돈을 주는 거예요. 질문자가 여기 와서 살아보면 처음에는 좀 편한데 돈을 안주니까 또 회사로 가요. 회사는 돈 주는 대신에 일이 힘드니까 또 그만두고 싶어요. 그래서 또 절에 와요. 그렇게 왔다 갔다 하는 게 가출이에요.

질문자는 적게 노력하고 많이 얻으려고 그래요. 그렇게 질문자가 원하는 대로 하려면 월급도 많이 줘야 하고, 일을 조금 시켜야 해요. 결혼했어요?”

“아직 안 했습니다.”

“잘 안 했어요. 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모두 웃음) 질문자는 남편이 돈도 가장으로서 잘 벌어줘야 하고, 집에 오면 가정 살림도 도와줘야 하고, 아기도 봐줘야 하고, 나만 사랑해줘야 하는 거예요. 남편이 안 그러면 불평, 불만 때문에 못 살죠.

결혼하려면 '배우자가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다' 이렇게 생각해야 결혼할 수 있어요. 둘이서 같이 사니까 혼자 사는 것에 비해 집세를 절반씩 낼 수 있잖아요. 밥도 이왕 하는 거 같이 먹으니까 절약이 되고 다른 일도 좀 더 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내가 밥할 동안에 상대가 청소를 할 수 있잖아요. 또 밖에서 연애하려니까 남자나 여자를 고르기도 힘든데 한 번 골라놓은 걸 안전하게 만나는 게 낫다고 볼 수도 있어요.(모두 웃음) 이런 이익을 딱 따져보고 '도움이 된다' 이렇게 해야 살지, ' 내가 원하는 대로 다 해내라' 이러면 그런 남자는 세상에 없어요. 여러분들이 지금 다들 그런 생각을 하기 때문에 괴로운 거예요. 저처럼 아예 머리를 깎으면 어떨까요?(모두 웃음)”

“사실 저의 질문은(질문자 웃음) 제 마음대로 회사가 안 돌아가서 불평이라는 건 아니고요. 어떻게 하면 일상에서 오는 마음의 장애나 번뇌에서 벗어나서 일상생활도 정토회 오는 것처럼 편안할 수 있는가 였어요.”

“'아무 일도 없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일상에 무슨 문제가 있는데요? 아침밥 먹고 회사 출근해서 업무 주면 처리해주고, 다 못하면 내일 하겠다고 하고 오고, 갈 때 '안녕하세요' 하고 올 때 '안녕히 계세요' 하고 오면 되죠. 일상에서 어떻게 사냐고 하니까 제가 일상에서 이렇게 살면 된다고 얘기하는 거예요.

어떤 게 문제예요? 상사가 '커피 좀 가져와' 이러면 '네가 가져다 먹어라' 이러면 되잖아요.(모두 웃음) 아니면 '네' 하고 갖다주면 되죠. 그러면 내가 머리가 돌아가잖아요. '저 인간에게 커피 한 잔 갖다 주는 게 승진이나 뭐에 도움이 될까' 이렇게 머리가 굴러가면 '네' 하고 갖다주면 되지, 그걸 두고 '나 보고 커피 끓여오라 그런다!'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뭐가 있어요? '갖다주는 게 이익이다' 하면 그렇게 생각하고, '저 인간 뭐 안 갖다줘봤자 나랑 네가 무슨 상관이 있나?' 이러면 '가져다 떠먹어라' 이러면 되는 거죠.(모두 웃음)

약간 이익이 되지만 커피를 갖다 주기 싫으면 손해를 감수하면 되잖아요. '저는 싫어요' 이렇게 딱 얘기하고 승진 좀 안 하면 되죠. 승진에 목 매달 이유가 뭐가 있어요? '그 인간 커피 가져다 줘가며 그렇게 비굴하게 승진할 필요가 나는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승진을 포기하면 되죠.

그건 자기가 딱 판단해서 결정하면 돼요. 잘 보이고는 싶고 서비스는 하기 싫다면 완전히 이기주의자죠. 일은 조금 하고 월급은 많이 받고 싶은 거예요. 생각을 좀 바꾸셔야 되겠어요.

여기서 배우는 건 그런 걸 배우는 거예요. 그런 걸 딱 배우면 회사 가서 사는 게 재밌죠. 여기 들어오면 월급도 못 받고 죽어라고 일해야 해요. 여기 와서 백일출가하세요. 백일출가하면 이런 병은 금방 끊어져요.(모두 웃음) 돈 내고 들어와서 100일간 죽어라고 설거지하고 방 청소하고 이러다 보면 회사 생활은 헐렁해요. 아무리 회사가 바빠도 새벽 4시에 일어나라 안 그러고, 하루에 300배 절 안 시켜요.(모두 웃음) 그런데다가 월급까지 주잖아요. 그런데 내가 적게 받겠다고 하면 회사가 적게 주는 것이 아니잖아요. 회사는 정해진 대로 줘요. 내가 많이 받겠다 해도 자기들 정해진 대로 주고, 적게 받겠다 해도 정해진 대로 줘요.

그런데 회사에서 요구하는 것 중 정말 또 부당한 게 있다면 싸우면 돼요. 그런데 여러분들이 그렇게 돈에 매달리니까 싸울 때도 겁내잖아요. 손해 볼까 싶어서 '부당하다!' 하면서도 못 싸우잖아요.

그런 것에 구애를 안 받으면 부당한 거 있으면 문제제기할 수도 있는 거예요. 커피 끓여 달라 하면 '네' 하고 한 번 갖다주고, 또 커피 끓여달라 하면 다음엔 '어, 커피는 제 일이 아닌데요' 이렇게 얘기하고 '요번만 갖다드립니다. 다음부터 그런 얘기 하지 마세요' 해보고, 다음에 한 번 더 시키면 '네' 하고 가져가서 주면서 상대편에게 엎질러 버리는 거예요.(모두 웃음) '아이고, 죄송해요. 아이고, 커피를 쏟아가지고 이걸 어쩌지' 이러면서 물수건 가져가서 닦아주는 거예요. 이렇게 지혜롭게 대응을 해야 돼요. 그러면 다음에 안 시켜요.(모두 웃음) 그런데 화를 내면서 '저 인간은 손이 없나, 직원한테 커피를 시키고' 하면 내가 피곤해요. 무엇 때문에 그렇게 피곤하게 살아요? 같은 회사 직원인데 커피 한 잔 끓여줄 수도 있는 거고, 끓여주기 싫으면 쏟아버리면 되는 거죠. 여러분들이 그렇게 공연히 머리 복잡하게 사는 거예요. 그건 똑똑한 게 아니에요. 아까운 시간 낭비하는 거죠. 더 물어봐요.”

“네, 이제 없어요.(질문자 웃음) 감사합니다.”(모두 웃음과 박수)

미리 준비된 질문지의 답변이 모두 끝났을 때, 주어진 시간이 조금 남았습니다.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시기 위해 미처 질문지를 내지 못했던 학생들에게도 질문할 기회를 주셨습니다. 여러 명의 신청자 중에 선택된 질문자는 기쁜 마음에 번쩍 일어나며 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질문자까지 11명의 질문자가 한 생각 돌이켜 사로잡힘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즉문즉설을 마치고 대웅전을 나가자 어느새 문경수련원에 어둠이 깔려 있었습니다. 나누기를 위해 대수련장으로 이동하던 한 참가자는 스님의 말씀이 깜깜한 하늘의 밝게 빛나는 달과 같다며 앞으로 불교대학을 다니면 일상도 가볍고 지혜롭게 살아가야겠다며 밝게 웃었습니다.



곧바로 스님은 명상원으로 이동하여 해외활동가수련의 회향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이 오기 전까지 해외활동가들은 지난 6일간의 수련을 마무리하며 각 팀별로, 전체적으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시원한 곳에서 일주일 잘 보내셨어요?”라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시며 ‘수련을 통해 마음의 응어리가 풀려야하고, 머릿속의 엉킨 것 즉 복잡한 생각이 풀려야한다. 그래서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가벼워져야한다’며 이번 수련의 마무리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오는 9월에 해외 지역 4곳에서 있을 해외 정토 행자대회에 대한 간단한 의논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활동가들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있는 문경 수련원에서 그동안 궁금했던 사항들을 함께 토론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스님과 법사님들과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처음 만나 서먹한 분들과도 그 사이 친해져서 다음번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했습니다. 내일은 제 5차 정토회 법사수계식이 있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최영미, 권류경, 구정회, 이창걸, 윤은지, 신재숙, 이희정, 정란희, 손명희

<스님의 하루>에 실린 모든 내용, 디자인, 이미지, 편집구성의 저작권은 정토회에 있습니다. 허락없이 내용의 인용, 복제는 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