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해외지부 활동가 수련 5일째 되는 날입니다. 아침 7시부터 스님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모임에 참석해 목사님, 신부님과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어서 평화재단에서 하루종일 회의를 한 후 해외지부 활동가 수련이 열리고 있는 문경정토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문경은 갑자기 기온이 올라가면서 매미 소리가 시끄럽게 들리는 한여름 같은 날씨였습니다. 해외지부 활동가들은 지난 5일 동안 다양한 교육과 수련 시간을 함께 가졌는데요. 오늘은 스님께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는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 시작된 즉문즉설 시간에는 10명이 스님께 질문을 했습니다. 지역 법당을 운영 할 때 정토회의 관점을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점들이 질문으로 나왔습니다.

개인 수행에 관해서는 보왕삼매론에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밝히지 말라는 구절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억울한 마음이 계속 일어날 때 어떻게 마음가짐을 가져야하는지 지혜로운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사회 활동에 대해서는 최근 남북 관계가 급속히 변화하는 시점에서 대북 지원 활동의 현재 상황을 알고 싶다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또 어떤 활동가는 소임을 하면서 느끼는 침체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질문했습니다.

즉문즉설 시간이 끝나고 소감을 물었습니다. 미국 LA에서 참가한 활동가 분은 “스님께서 정토회의 원칙을 잘 설명해 주셔서 중심을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흔들림없이 앞으로 잘 나아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라며 가벼워진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참가한 활동가 분은 “타인을 위해 내가 법당을 연다는 생각이 문제였구나 알게 되어서 좋았어요. 이왕지 영상을 틀어서 법회를 하는데 혼자보다는 여럿이 하면 더 좋다는 마음으로 법회를 열라는 말씀을 듣고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라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이 외에도 정토회 운영에 대한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활동가들과 함께하는 대화 시간이었기 때문에 스님의 답변 속에 정토회 사업에 대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지난 17일 거사 나들이에서 있었던 즉문즉설 내용 중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스님, 반갑습니다. 저는 직장 상사와 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에 힘들어서 질문을 드리게 됐습니다.”

“공기업이에요, 사기업이에요?”

“사기업입니다. 사장 개인의 회사가 아니라 외국인 회사인데 사장이 상황에 따라 바뀌기도 합니다. 새로 사장이 바뀌면서 팀장제를 실시해서 제가 맡던 업무를 새로운 팀장이 담당하고 제가 그 밑에서 일하게 됐는데, 팀장이 저보다 나이가 많이 어리거든요. 그래서 거기서 갈등이 있어서 1년 동안 많이 힘들었어요. 지금은 좀 좋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갈등이 근본적으로 해결된 건 아닙니다. 제가 5년 정도 더 근무하면 정년퇴직을 하는데 그때까지 잘 해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어려움의 구체적인 이유가 뭐예요? 나이가 어리다는 게 어려움입니까?”

“일단은 제가 그 사람에게 숙여지지 않아서 잘 안 따르게 되는 문제가 있고, 그 사람이 모범을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같은 동료 급이었는데 팀장이 된 것이거든요. 다른 회사에서 새로 스카웃해서 온 것도 아니고 같이 서로 알고 지내던 사람인데 새로 온 사장님하고 잘 맞아서 팀장이 됐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말씀드리자면, 새로 온 사장님하고 저하고 잘 안 맞다 보니까 제가 팀장을 굳이 하겠다고 나서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가 자기가 하겠다고 중간에 나서서 팀장이 됐어요. 그런 복잡한 관계 속에서 생긴 문제입니다.”

“그건 복잡한 관계가 아니에요. 나이가 어리든지, 밖에서 오든지, 안에 있든지, 팀장이 되면 팀원은 팀장의 역할을 인정해줘야죠. 그렇지 않으면 질문자가 회사를 그만두든지, 아니면 팀장을 맡든지 그 길밖에 없어요. 정토회에서도 지금 남자 행자 5명이 곧 법사 수계를 받는데 '내내 우리하고 같이 어울려 놀던 인간들이(모두 웃음) 내일부터 법사라고 한다. 아니, 이걸 어떻게 법사로 대우하냐?' 이렇게 되면 안 되잖아요.

직위라는 것은 역할이지 그 사람이 아니에요. 그 사람이 나이가 어리든 많든 상관 없어요. 북한에서 김정은은 26살에 한 나라의 최고 대표가 됐잖아요. 나이 70, 80 된 사람들이 볼 때 우습겠죠? 그렇게 우습게 여겼다가 직위가 날아갔잖아요.(모두 웃음) 그걸 우습게 알면 질서가 안 잡히기 때문이에요.

과거의 경험이 어떻든 팀장의 역할이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나이가 15살이라도 역할이 주어지면 우리는 역할을 인정해야 합니다.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개념과는 다릅니다. 인정을 해야 해요. 그래서 질문자가 팀원이고 그 사람이 팀장이면 나보다 나이가 10살이 어리든, 20살이 어리든, 경험이 부족하든, 팀장으로서의 역할을 인정을 해줘야 해요. 그걸 두고 '나하고 같이 놀던 사람인데, 나보다 후밴데' 이렇게 생각한다면 질문자가 기본적으로 조직문화를 모른다고 말할 수 있어요.”

“예, 그래서 처음에는 그것 때문에 1년 동안 많이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이제 그런 관점을 좀 접고 맞추려고 하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는 직위를 얻었잖아요. 제 입장에서 볼 때는 그 지위를 가지고 '갑질'을 좀 많이 합니다. 예를 들어서 고객이 제 업무와 관련된 어떤 요청을 해서 제가 그 테스트를 해야할 때가 있어요. 보통 90점 정도만 나오면 충분히 고객도 만족하는데도 그 이상의 요구를 무리하게 하거든요. 그런 걸 어떻게 슬기롭게 풀어가느냐가 제겐 하나의 과제인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이 ''갑질을 하는 게 법에 어긋난다고 할 정도면 고발을 해야 해요. '갑질'은 하는데 법에 어긋나는 게 아니라면 수용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한국사회에서의 오래된 관료 문화이기 때문에 위에 올라가면 아랫사람들에게 갑질하는 게 기본적으로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판기 커피 한 잔 빼오라고 하는 것도 일종의 갑질이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방법을 궁리해서 대처해야 해요. 그럴 때 짜증을 내고 거절을 하면 성질 더럽다는 소리를 들어요. 그러면 나중에 출세에 불이익이 되잖아요. 그렇다고 고분고분 빼다 주면 계속 부려먹으려 들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처음에 한 번 정도는 빼다 주고, 두 번째는 '아, 이거 커피 빼는 거는 제 직분이 아닌데요' 이렇게 문제 제기를 해요. 경고를 하는 거죠. 그래도 무시하고 계속 요구한다면 세 번째는 커피를 가져가서 그냥 엎질러버리는 거예요.(모두 웃음) 드린다고 하면서 엎지르고는 '아이고 아이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하고 사과하는 거예요. 그렇게 두세 번쯤 하면 상대가 커피를 안 시키겠죠.(모두 웃음) 이런 거 군대에서 해봤죠? 이렇게 실수를 자꾸 해버리면 '쟤는 빼라' 이렇게 제외시켜요.(모두 웃음)

그런 방식으로 좀 지혜롭게 대응해야지, 그걸 갖고 이렇게 자꾸 기분나빠하면 질문자가 손해예요. 첫째, 내가 생활하는 게 괴롭고, 그 다음에 상대도 불편하고, 그러면 나한테 불이익이 따라요. 그러니까 그걸 복종 개념으로 보지 말고 역할이라고 보세요. '그래, 뭐 그 정도 지위에 있으니까 5퍼센트 정도는 갑질할 만 하다' 이렇게 보세요. 다른 사람 같으면 90이면 될 걸 두고 95를 요구하면 '그래, 5퍼센트 정도는 봐줘야지' 이렇게 받아들이는 게 좋아요.

순간순간 기분이 나쁘지만 그거는 어쩔 수 없어요. 내가 아직 까르마가 안 변했으니까요. 순간순간 기분 나쁜 것은 그 사람 때문에 오는 거예요, 나로부터 오는 거예요?”

“네, 저로부터 오는 겁니다.”

“나로부터 오는 거예요. '기분 나쁜 게 나의 습관으로부터 온다' 하면 불만은 안 생겨요. 예를 들어 우리가 문경 수련원에 가서 화장실에 앉으면 좀 불편하잖아요. 불편할 때 그 불편이 화장실로부터 온다고 생각하면 불만이 생겨요. '화장실 좀 제대로 만들어놓지, 이게 뭐고!'(모두 웃음) 이렇게 불만이 생깁니다. 그러나 '아, 나의 변 보는 습관으로부터 오는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불편은 있어도 불만은 안 생기는 거예요.

또, 어제처럼 여러 명이 잘 때 여러 명이 자기 때문에 불편한 게 아니라 자기의 잠자는 습관 때문에 불편한 거예요. 우리가 어릴 때 여러 명이 같이 잘 때는 혼자 자라고 하면 오히려 무서워서 잠이 안 왔잖아요. 그런데 혼자 자던 사람이 여러 명 같이 자면 신경쓰여서 잠이 안 와요. 그러니까 이건 여러 명이 자느냐, 혼자 자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 잠자는 습관 때문에 오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여기서 약간 불편을 느낀다면 이것은 습관 때문에 오는 것이지 이 환경 때문에 오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이것은 내가 지금까지 맺어왔던 앞서의 관계와 지금의 달라진 관계의 차이에 따른 나의 습관 때문이지 팀장 때문에 생긴 불편은 아니에요. 관점을 이렇게 가지면 불편을 느끼되 그 사람에 대한 불만은 안 가질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노동 관련 법규에 어긋날 정도로 갑질을 한다, 완전히 사익을 취한다'라고 하면 질문자가 자기 이익을 위해서 거기 숨죽이고 살지 말고 문제 제기를 해야 해요. 그때 감정이 안 일어나면 올바른 문제 제기예요. 그러나 감정, 즉 기분이 나빠서 문제 제기하면 이건 자기가 불만이기 때문에 문제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싸움이 되기가 쉽죠.”

“저도 그게 고민입니다. 제가 금요일마다 정신과를 다니면서 치료를 받기도 했어요. 토요일은 진료를 안 보고 금요일만 보기 때문에 금요일 오후에 반차를 내서 거길 다녔어요. 팀장이 자기 때문에 정신적인 문제가 생겨서 그런다는 걸 아니까 이제 반차도 못 내게 해요. 아예 하루를 휴가를 내든지 하라고 해서 휴가를 다 소모시키도록 하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정신과 의사에게 그 얘길 했더니 그러면 자기가 원래 토요일은 안 하지만 토요일에 봐주겠다고 해서 휴가를 안 내고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정신과는 다니지 않지만, 팀장이 그런 식으로 저를 괴롭히더라고요.”

“그게 문제예요. 누가 괴롭히는 게 아니에요. 내가 괴로워하는 거죠. 그 사람의 행동에 내가 지금 괴로워하는 거거든요. 내가 이 문제로 괴로워하듯 그 사람도 자기 나름대로 괴로울 거예요. '내가 지금 팀장이 됐는데 이게 나이가 같다고, 경험이 같다고, 동료라고 계속 맞먹으려 든다. 작년까지 동료라고 해서 올해도 동료인 줄 아나? 올해는 내가 팀장인데.' 자기는 이렇게 생각하고 나를 불편해하는 거예요. 어쩌면 그 사람도 지금 질문자 때문에 불편해서 정신과에 다닐지도 몰라요.”(모두 웃음)

“그건 사실입니다. 그 팀장도 저 때문에 굉장히 많이 불편해하고 아침 회의 때, 특히 월요일에는 굉장히 힘든 시간을 서로 보내고 있거든요.(모두 웃음) 그래서 저는 그런 시간을 슬기롭게 같이 좀 편한 쪽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가고 싶으면 질문자가 먼저 숙여주세요. 질문자는 수행자잖아요.(모두 웃음) 그 사람이 부처님쯤 되면 그 사람한테 내가 요구할 수 있어요. '당신이 나보다 나으니까 나를 좀 배려해라'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그러나 그 사람이 질문자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사람이니까 질문자가 '팀장님, 저를 불편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말씀하세요. 제가 당신 말을 잘 따르겠습니다'라고 먼저 애기해주세요. 우리도 여기 나와 있을 때 어른이 나와 있으면 얘기할 때 좀 불편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자기가 팀장이라고 폼 좀 잡으려는데 빤히 아는 동료가 옆에 있으면 말할 때 좀 불편해요. 불편하니까 그 사람 입장에서는 질문자가 퇴사하면 제일 좋아요.”(모두 웃음)

“사실 이건 두 번째 질문하고 연결되는데, 어쨌든 스님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셨잖아요. 60세, 즉 정년 때까지는 열심히 하다가 그 후로는 정토회 일도 열심히 하면서 자기 돈벌이보다는 봉사를 좀 더 하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 전까지는 어쨌든 최대한 원만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가지고...”

“욕심이 아니고 원만하게 그냥 하루하루 지내면 됩니다. 내일 죽을지 모레 죽을지 질문자는 모르잖아요. 은퇴하고 정토회 활동까지 하면 좋기야 하지만, '지금 이 5년 간 억지로 참고 하고 그 다음에 해방되면 좋은 일 하겠다' 그러다가 중간에 죽어버리면 어떡할래요?(모두 웃음) 그러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인생은 지금 좋아야 합니다. 그래서 아예 안 죽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내일 죽는다 해도 '오케이, 큰 문제 없다' 이렇게 인생을 살아야 해요. 이렇게 너무 미래만 생각하고 지금을 참고 살면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팀장에게 예우를 해주는 게 필요해요. 오히려 본인이 불편해하면 '우리가 친구긴 해도 직책상 당신이 팀장 아닙니까? 그러니 제게 부담 갖지 말고 말씀하십시오' 이렇게 질문자가 좀 열어주는 게 좋아요. '우리 둘이 만나서 얘기 좀 하자!' 자꾸 이렇게 요구하지 말고 내 쪽에서 팍 열어줘 버려요.”

“네, 알겠습니다.”(모두 웃음과 박수)

내일은 문경정토수련원에서 통일의병대회, 불교대학 특강수련, 해외지부 활동가수련 회향법문이 있을 예정입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함께 만든 사람들
박은선, 신재숙, 이희정, 손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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