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INEB(국제참여불교연대) 초청으로 한국 정토회를 방문한 동남아 스님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셨습니다. 먼저 동남아스님들은 문경수련원 명상원에서 법륜스님의 진행으로 깨달음의 장을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러분들은 테라밧다(남방불교)의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불교는 테라밧다를 이어서 마하야나(북방불교)를 이어서 젠 부디즘(선불교), 이렇게 세 단계를 거쳐왔기 때문에 전통이 조금 더 복잡합니다. 그래서 한국 승려들은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합니다. 정토회에서 하는 수련 중에 깨달음의 장이라는 수련이 있는데, 이 수련은 젠 부디즘의 진수를 대중들과 짧은 시간에 체험해보는 수련입니다.”

먼저 스님은 달마조사에서 혜능조사에 이르기까지 6대에 걸친 선불교의 시작에 대해서 설명해 주신 후, 깨달음의 장을 진행하였습니다. 4박 5일간 진행되는 깨달음의 장을 3시간 만에 모두 체험하기는 어렵겠지만, 동남아 스님들은 놀라운 경험이었다며 자신을 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결론에 대해 말씀드리지 않는 이유는 결론을 말하면 다시 지식이 됩니다. 제 질문의 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고뇌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체험이 끝나고 소감을 나누고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오신 비구 스님은 이런 깨달음의 장 원리를 즉문즉설과 같은 대중강연에서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대해 물었고, 스님은 어제 청주 강연에서 있었던 사례를 들어 구체적이고 재미있게 설명해주셨습니다. 미얀마에서 오신 비구니 스님은 본인도 고국에서 정토회와 같은 불교 단체를 만들고자 하는데, 정토회의 사업방향에 대해 궁금하다고 하셨습니다. 스님은 처음 출가하시고 정토회를 창립하기 전 가졌던 문제의식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과정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셨습니다. 질문이 더 많았지만, 다음일정을 고려하여 스님은 앞으로도 여러 차례 대화 시간이 있으니 또 대화하자며,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봉사자들이 준비한 정성스러운 점심식사 후 불국사로 출발했습니다.

경주는 푸르른 초록 잎사귀들로 싱그러웠습니다. 불국사 입구에서부터 스님의 설명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불국사의 입구에 있습니다. 입구의 바깥쪽은 중생들의 세계, 안쪽은 부처님의 세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마하야나(대승불교)에서는 중생과 부처를 둘로 보지 않기 때문에 이 입구 문을 불이문(不二門) 또는 일주문(一柱門)이라고 합니다.

불국사는 8세기 신라시대에 처음 지어졌고, 임진왜란을 겪으며 목조로 지어진 것은 거의 소실되어 400년 전 다시 복원되었고 전체의 4분의 1만이 남아있습니다. 절이 스님에 의해 지어졌다면, 그 스님이 속한 종파를 바탕으로 절을 짓는데 불국사는 재상(宰相)이었던 재가신자 김대성에 의해 지어졌기 때문에 여러 종파의 좋은 점을 다 합쳐놓았습니다. (모두 웃음) 입구를 지나 동쪽은 법화경에 근거한 석가모니부처님의 현실 세계를 표현하였고, 서쪽은 정토삼부경에 근거한 아미타부처님의 극락 세계를 표현하였습니다. 뒤쪽 화엄경에 근거한 비로자나 부처님의 연화장세계를 표현해놓았습니다.”

스님은 전체 구조, 불국사의 역사에서부터 어떤 불교의 사상이 녹아있는지 근본불교의 개념을 통해 테라밧다 스님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자세히 설명해주었습니다.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 앞에서도 설명을 하시고, 불국사에 오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곳인 청운교와 백운교 앞에서 스님은 다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평지사찰의 가람배치를 설명하여 주신 후 불국사는 산중에 사찰을 지으면서 평지 사찰처럼 가람 배치를 하기 위해 축대를 많이 쌓았는데 스님은 이 축대를 쌓은 방식에서도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며 그 내용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제일 밑에 있는 돌들을 보십시오. 큰 돌, 작은 돌이 그냥 섞여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여줍니다. 온갖 종류의 중생들이 섞여 있다는 뜻입니다. 그 세계 위에 보디사트바(보살)의 세계가 있습니다. 저기 보시면 잘 다듬어진 기둥이 있고, 그 기둥 사이사이에 돌을 쌓았습니다.

그 사이사이에 돌이 다듬어진 돌 같지만, 편편한 한 쪽 면을 맞춘 것입니다.(모두 감탄) 저 기둥이 보디사트바고요, 가운데 돌들은 일반 사람들을 뜻합니다. 보디사트바가 일정한 숫자로 이 세계에서 자리를 잡으면, 나머지 사람들은 자연 상태로도 살아도 질서정연하고 아름다운 세계가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이 세계의 모든 사람을 깨우쳐야된다기 보다, 적절한 보디사트바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그 위에 부처님의 세계가 있습니다.”

축대를 쌓는 방식에 이렇게 깊은 의미가 담겨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불국사 경내를 들어가는 계단도 3계의 6도와 28천을 뜻하고 그 문의 이름도 자하문(紫霞門)으로 성스러운 부처님의 세계를 뜻합니다. 하나, 하나 그냥 만들어진 것이 없습니다. 스님들은 감탄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렇게 설명을 모두 마치고 불국사 경내로 들어갔습니다. 자하문에 서서 청운교, 백운교를 내려다보며 스님은 석가탑을 쌓은 아사달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어서 석가탑과 다보탑을 보고 대웅전과 무설전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것이 설법을 했던 강당입니다. 강당이라는 곳은 말을 하는 곳이지요. 그런데 이곳의 이름은 무설전(無說殿), 말이 없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다이아몬드 수트라(금강경)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많은 설법을 하셨습니다. 그러고는 ‘나는 한마디도 설한 바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우리가 달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킬 때 사람들은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 끝을 본다는 말이 있습니다. 손가락 끝이 상징하는 바는 바로 ‘말’을 뜻합니다.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은 말에 집착하지 마라, 말을 절대화 하지 말고 그 말이 의미하는 본질을 알라는 뜻입니다.”

무설전 뒤로 경사가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관음전이 나타났습니다. 관음전 담벼락에 서서 다시 무설전 쪽을 바라보는데 그 풍경이 정말 멋스러웠습니다. 스님은 “여기서 사진을 찍으면 한국의 미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알려주고 관음전도 함께 둘러보았습니다.

“아바로키테보디사트바(관세음보살)를 아십니까? 이 보살은 천개의 눈을 가지고 천개의 손을 가진 보살입니다. 천개의 눈은 중생의 모든 고통을 다 안다는 뜻으로 지혜를 상징합니다. 천개의 손은 중생의 모든 고통을 다 구한다는 뜻으로 자비를 상징합니다. 그래서 관음상 뒤의 큰 원을 자세히 보면 천개의 손이 그려져 있고, 손바닥마다 천개의 눈이 그려져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 아바로키테사트바(관세음보살)에 대한 신앙이 매우 깊습니다. 모든 중생의 고통을 다 알고 구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관음전을 나와 비로전을 참배하였습니다. 스님은 비로자나불의 손의 모양과 의미도 자세히 알려주었습니다.

비로전을 나와 청운교와 백운교 앞에서 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얼마 전 불국사에서 인도인활동가들의 사진 촬영을 할 때 청운교, 백운교가 나오지 않고 사람만 크게 나왔다며 스님은 포토라인도 그어주셨습니다. 단체로도 찍고,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중국, 한국 나라별로도 찍은 후 불국사를 나왔습니다. 스님은 가는 곳마다 그곳에 얽힌 설화와 의미들을 재미있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다 돌고 보니 동남아스님들에게 7개의 국보가 있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곳이며 다양한 불교의 사상을 담고 있는 아름다운 불국사를 보여주신 스님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원래는 석굴암까지 볼 계획이었지만 한 곳 한 곳 자세히 설명을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나있었습니다. 스님은 “스님들은 재촉하면 안 돼. 항상 평상심을 유지해야하거든.(웃음)”라고 하시며 주차장으로 내려왔습니다.

불국사 사찰순례 후에는 포항에서 있을 즉문즉설 강연을 위하여 이동하였습니다. 강연 시작 전까지 스님은 INEB 동남아 스님들과 차담을 하였습니다. INEB 스님들은 부처님이 마하가섭존자에게 법을 전했다는 세 가지 징표와, 선불교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습니다. 스님은 세 가지 징표를 받은 제 1대 마하가섭존자에서부터 제 78대 법륜스님에 이르기까지의 법맥과 선불교에 대해 강연이 시작되는 7시까지 설명해주셨습니다. 자세히 설명을 하시다 청중들의 박수가 한참 이어지고 나서야, 스님은 무대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3분 정도 후에 무대에 등장한 스님은 늦어서 죄송하다며 청중을 향해 선 채로 정중하게 삼배로 인사를 했습니다. 청중들도 “안녕하세요?” 라며 인사를 했고 곳곳에서 스님처럼 합장 삼배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서로를 공경하는 모습이 훈훈했습니다.

오늘은 총 열세 명이 질문했습니다. 그 중 10년 넘게 이혼하자고 하는 남편에게 정말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여성의 질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저는 결혼 16년 차인 46세 커리어 우먼입니다. 오늘 저의 고민은 부부 문제인데요, 남편이 결혼하고 5년쯤 지나서부터 현재까지 10여 년 동안 습관처럼 이혼을 하자고 말해요. 시아버님께서 시어머님께 이혼하자는 말을 자주 하면서 시어머님을 힘들게 하셨다고 들었기에 자라면서 아버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특별한 이유도 없고 술버릇처럼 하는 말이라 생각해서 그 동안은 흘려듣고 참고 살았는데, 요즘에는 ‘왜 이런 말을 들으면서 계속 살아야 하나’ 고민도 되고, 무엇보다 점점 제 마음이 멀어지고 혼란스럽습니다. 남편의 입버릇을 고칠 자신도, 맞추고 살 자신도 점점 없어지고요. 이혼이 최선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어떻게 하면 이혼을 잘 할 수 있을까 요즘 고민 중에 있습니다.”(질문자 웃음, 모두 웃음)

“애들은 몇이에요?”

“아이는 둘이에요.”

“애들한테 물어보지 그래요. 의논 한번 해보니까 뭐라 그래요?”

“아들한테 얘기하니까 엄마랑 아빠랑 마주 보고 대화를 좀 하라고 하더라고요.”(모두 웃음)

“애 시근머리(지혜, 분별력을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가 어른보다 낫네요.(모두 웃음) 남편이 ‘이혼을 하자, 이혼을 하자’ 하면서 지금까지 몇 년을 살았어요?”

“지금까지 10년 가까이 됩니다.”

“그러면 이 사람이 이혼할 마음이 있다는 거예요, 없다는 거예요?”(모두 웃음)

“그런데 처음에는 그냥 술 먹고 알콜성 치매 증세처럼 말을 하고도 그 다음 날 기억을 못 했는데, 요즘에는 술 안 먹고도 한 번씩 그 말을 해요.”

“이혼을 할 사람이라면 질문자한테 이혼하자고 말하기 전에 딴 여자를 만나든지, 아니면 서류를 마련해서 법원에 제출하든지 할 거예요. 그런데 말만 그렇게 하지 아직 한 번도 무슨 행동을 안 하고 있잖아요. 그건 이혼을 할 생각이 있다는 거예요, 없다는 거예요?”

“...예, 없네요.”

“아이고, 저는 안 살아보고도 금방 말 듣자마자 알겠는데(모두 웃음과 박수) 질문자는 16년을 살아놓고 그걸 모르면 어떡해요? 진짜 이혼해야겠어요.”(모두 웃음)

“스님, 그런데 요즘에는 제가 이혼하고 싶어요.”(질문자 웃음)

“그거야 질문자가 하고 싶으면 하면 되죠.(모두 웃음) 자기가 하고 싶은데 왜 저한테 물어요?”

“남편 입버릇이 싫어요. 이혼하자는 소리를 안 해줬으면 저도 이런 마음이 안 들텐데...”

“아니에요, 질문자가 이혼하고 싶으니까 괜히 남의 말을 핑계 삼는 거예요. ‘이혼하자, 이혼하자’ 하는 건 정말로 이혼하자는 뜻이 아니라 ‘나 좀 봐줘, 나 좀 사랑해줘’ 이런 간절한 바람의 표현이에요.(모두 박수) 남편한테는 지금 아내의 사랑이 부족해요. 그래서 좀 매달리는데, ‘나 좀 사랑해줘’ 이 말은 자존심 상해서 차마 입에서 안 나오는 거예요. 남편이 경상도 남자죠?”

“네.”(모두 웃음)

“아이고, 경상도 남자 체면 때문에 어떻게 사랑을 구걸을 하겠어요? 물에 빠져 죽으면 죽었죠.(모두 웃음) 그러니까 그걸 거꾸로 ‘이혼하자, 이혼하자’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이혼하자’ 이 말은 ‘여보, 나 좀 사랑해줘. 나 좀 예뻐해줘. 나 좀 봐줘’ 이런 소리예요.

그러면 ‘아이고, 여보. 당신 없이 난 못 살아. 당신 어떻게 그런 소릴 할 수 있어? 난 당신 없으면 못 살아. 나는 죽더라도 당신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죽을 거야’ 이렇게 얘기하세요.(질문자 웃음) ‘그런 말 하지 마라!’ 그러지 말고요. ‘난 당신 없으면 못 살아’ 이렇게 얘기하고 관심을 좀 보여주세요. 질문자는 애들한테만 관심 갖고 자기 직장 생활에만 관심 갖지 남편한테 지금 관심을 안 둬서 그래요. 외로워서 지금 하소연하는 소리예요. 그런데 체면 때문에 그렇게 못 하니까 거꾸로 ‘이혼하자! 이혼하자!’ 그렇게 하는 거예요.(모두 웃음)

그러니까 ‘이혼하자’ 이 말을 ‘나 좀 봐줘, 나 좀 사랑해줘’ 이렇게 들어야 해요. 술 먹고 그러면 등도 두드려주고 ‘아이고, 내가 바빠서 당신 못 돌봐서 미안해. 아이고, 그래, 그래. 나는 당신 없이 못 살아’ 이렇게 해 줘봐요, 풀리죠.”

“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제가 아는 분 중에 이런 분이 있어요. 아내가 덩치도 크고 얼굴도 넓적한데 늘 남편이 아내한테 입버릇처럼 ‘나니까 너하고 살지, 누가 너하고 살겠냐?’ 이렇게 말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너무 받는 거예요. 그리고 절에 간다고 하면 또 ‘가지 마라!’ 이런다는 거예요. 그래도 간다고 하면 ‘가려면 다시 오지 마라!’ 이런다는 거예요.(모두 웃음)

그것 때문에 늘 상처를 받았는데, 어느 날 이분이 탁 깨달았어요. 그래서 ‘나니까 너하고 살아주지 누가 너하고 살아주겠냐’ 이 말을 ‘당신 너무 예뻐!’ 이렇게 해석을 한 거예요.(모두 웃음) 그리고 ‘절에 가지 마라! 가려거든 오지 마라!’ 이 말을 빨리 오라는 걸로 받아들인 거예요.(모두 웃음) 그래서 ‘가려면 오지 마라!’ 이러면 ‘얼른 다녀오겠습니다’ 이렇게 얘기하고 ‘나니까 너하고 살아주지!’ 이러면 ‘예뻐해줘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받아줘서 싹 풀어진 예가 있어요. 이런 게 깨달음이에요.(모두 박수)

특히 경상도 남자는 말과 행동이 표리부동합니다. LA에 제 고향 선배님이 계세요. 그런데 늘 말로는 ‘난 정토회에 관심 없어! 정토회가 어찌 되든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야!’라고 합니다. 이렇게 말해놓고는 제가 수련장을 구하면 벌써 거기에 나무 심을 거며 다 준비하고 있어요.(모두 웃음) 트럭까지 새로 사가지고서는 벌써 나무를 어떻게 심을지 궁리하는데 말은 늘 틱틱거려요.

그러니까 말에 너무 집착하면 안 돼요. 경상도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는지 제 친구들을 예로 들어볼게요. ‘야, 내일 저녁에 우리 집에 놀러 오너라’ 이러면 ‘아, 무슨 일이냐? 갈게’ 이러지 않아요. ‘가면 뭐 주는데?’ 이럽니다.(모두 웃음) 그리고 무슨 모임이 있어가지고 만났는데 한 사람이 늦게 와요. 늦은 사람이 ‘아이고, 늦어서 미안하다’ 이러면 ‘그래, 무슨 일이 있었나?’ 이러면 될 텐데 ‘나는 네가 오다가 죽은 줄 알았다’ 이래요.(모두 웃음) 이걸 서울 사람이 들으면 엄청난 충격을 받습니다.(모두 웃음)

그러니까 이런 남자하고 결혼을 안 했어야죠. 그런데 이런 남자하고 이왕 결혼했으면 말에 너무 집착을 하면 안 돼요. 그래서 제일 어려운 게 경상도 남자하고 서울 여자하고 결혼하는 거예요.

먼 미국에서 누가 저를 만나러 오면 제 입에서 뭐라 그럴까요? ‘돈이 남아도는구나. 그 먼 데서 올려면 비행기표 값이 얼마인데 뭐 하러 오냐?’ 이렇게 얘기해요.(모두 웃음) 멀리서 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그렇게 한다는 거예요. 여기 다 경상도 분들이니까 이해하시죠?”

“예!”(청중 크게 대답)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박수치며 웃고, 가끔은 심각하기도 하면서 예정된 즉문즉설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질문자 한 분은 마음이 답답했었는데 스님 말씀 듣고 나니 가벼워졌다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한 생각 돌이켜 세상을 보게 만드는 스님의 말씀에 환한 웃음을 찾은 질문자의 모습이 참 밝아 보였습니다.

청중 한 분은 참 유쾌 상쾌한 시간이었다며 “스님의 말씀은 어렵지가 않아 생활하면서 그냥 한번 실천해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 일상에서 실천해보고 행복이 별 게 아니구나, 라고 아는 힘을 얻어 가신 분이 참 지혜로워 보였습니다.

그 외에도 23세의 사회복무요원인 남성은 캐나다로 이민을 가고 싶지만 그동안 포기를 많이 해서 부모님이 신뢰하지 않는데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물었고, 딸만 둘 있는 경우에 제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여성분, 아기가 없는데 주변에서 아기가 언제 생기는지 물을 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말한 여성, 나이 든 사람들을 볼 때 그들의 상황이 고통으로 느껴지는데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묻는 요양병원 간호조무사, 작은딸이 결혼하고 싶어 하는데 남편이 딸의 남자친구를 인정하지 않고, 세 부녀가 만나기만 하면 서로 싸우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여성, 아들과의 불화로 만 2년간 안 보고 있는데 손자가 너무 보고 싶다며 부모자식 간에 이게 뭔가 싶다는 분, 직장 생활 하면서 잘못한 일에 욕을 먹을 때마다 잘 우는데 감정 조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직장인, 행복하지만 남편이 당뇨로 몸이 약하다는 분, 65년 만에 찾아온 종전의 기회를 놓칠까 걱정된다며 아베와 펜스가 왜 북미회담을 못 하게 하는지 물어보는 여성, 군대에서 괴롭힘을 당했는데 과거 생각이 날 때마다 찾아가서 패주고 싶다는 남성, 결혼 두 달 된 신혼인데 타지로 공부를 하러 가고 싶은데 남편과 떨어지는 게 고민이라는 여성, 취업과 진로에 대해 고민인 대학 1년생 등, 스님은 한 분 한 분의 질문자에게 성심껏 답변했습니다. 스님 특유의 유머 넘치는 말씀에 질문자와 청중은 통쾌하게 웃었고 진솔하고 따뜻한 조언에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포항에서 강연을 준비한 봉사자들은 올해 상반기 마지막 강연을 앞두고 열정적으로 홍보를 했다고 합니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괴로움 없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피곤도 잊고 바닷가에서, 학교에서, 거리에서, 주차장에서, 아파트 우편함까지. 삼삼오오 짝을 이뤄서 신나게, 또 수행 삼아 혼자서도 열심히 홍보했는데요, 갑자기 뜨거워진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홍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두 손에 들고 있는 것이 전단지가 아니라 지고한 행복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포항문예회관 대강당은 972석 규모인데 오늘 강연에 만석을 넘어 1057명의 청중이 모였습니다. 즉문즉설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연로한 어머님과 나란히 앉은 모녀, 직장 동료, 친구들, 연인, 초등, 중등 자녀를 데리고 온 젊은 엄마..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엄마를 따라 온 초등 2학년 남학생은 엄마가 유튜브를 하도 들어서 같이 듣게 되었는데 듣다 보니 학교생활에 도움이 되더라는 아주 어른스러운 말을 해서 옆에 앉아있는 분도 즐겁게 웃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로비에는 스님에게 사인을 받으려는 분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습니다. 스님은 한 분 한 분에게 정성껏 사인을 해주었습니다.

마지막 한 분까지 싸인 마친 스님은 강연을 준비한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이번 강연을 책임진 백은정님은 감사의 마음을 화분에 담아 스님에게 드렸습니다. 스님은 “고맙습니다.”라며 허리를 숙여 인사했습니다. 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인사 모습이 꽃보다 아름다웠습니다. 이로써 2018년 상반기 전국 즉문즉설 강연이 끝났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진 일정을 마치고 스님은 내일 INEB 스님들에게 통도사와 운문사 사찰을 안내하기 위하여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하였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정도현, 하상의, 손명희, SNS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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