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을 추모하는 현충일인 오늘, 청주 CJB 컨벤션센터에서 스님의 ‘행복한 대화’ 강연이 열렸습니다.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오찬 모임을 가진 후 강연이 열리는 청주로 향했습니다.

오후 4시가 되자 충북과 대전에서 모인 100여 명의 봉사자로 이미 강연장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듯 정겹게 꼭 안으시는 나이 지긋한 봉사자들의 모습을 보니 절로 미소가 번졌습니다.

강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어린 학생들에서 어르신들까지 정말 다양한 연령대의 분들이 강연장을 찾아주었습니다. 세대 간의 생각과 문화의 차이가 너무 큰 요즘, 남녀노소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강연장의 풍경은 신기하고도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강연 시간이 가까워지자 더욱 많은 사람이 입장했고, 강연 소문을 듣고 수십 명의 지방선거 운동원들까지 몰려들자 왁자지껄 진풍경이 연출되었습니다.

오늘 강연장에는 INEB(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에서 동남아 스님들 11명이 스님의 즉문즉설 모습을 견학하고자 찾아왔습니다. INEB 정토회 방문단은 5일~13일까지 8박 9일 동안 스님과 동행하며 정토회의 다양한 활동을 체험하고 공부할 예정입니다. 스님은 INEB 방문단과 반갑게 첫인사를 한 후 무대로 향했습니다.

준비된 1000여 석의 좌석은 꽉 찼고 계단과 객석 뒤편 바닥에도 많은 사람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녁 7시가 되자 청중들의 큰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무대에 오른 스님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절대화하는 인식상의 오류 때문에 괴로움이 생기는 것으로 여러분들은 열등하지도 우월하지도 않은, 그냥 지금 있는 그대로 소중한 존재다’라는 가르침으로 강연을 시작하였습니다.

오늘 강연에서는 여성들의 질문이 많았습니다. 예쁘고 잘난 동료 언니와 자꾸 비교되어 자신감이 떨어진다는 20대 여성, 장애를 가진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어머니와 동생들로 인해 힘들다는 여성, 올해 5월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어 괴로워하는 여성, 남편이 몇 년 전부터 다른 여자와 사귀고 있었고 그 사이에서 아이까지 낳은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되어 충격을 받은 여성, 재미없는 직장을 언제까지 다녀야 할지 모르겠다는 30대 여성, 종갓집 며느리로 집안 행사를 맡아나가는 것이 힘들다는 여성, 유방암 2기로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궁금하다는 여성,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무런 잘못 없는 사람들이 생명을 잃게 되는 일들이 많은데, 인과응보의 관점에서 볼 때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잘 모르겠다는 20대 남성 등 총 9명이 스님께 궁금한 점을 물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교통사고로 안면 신경 장애가 온 아들이 걱정인 여성 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17년째 주말 부부를 하고 있고 아들이 둘 있어요. 서른 살에 결혼하고 유산을 두 번 해서 아이가 좀 늦은 편이에요. 늦게 어렵사리 가진 아이다 보니까 저희는 아이들이 정말 소중해요. 그런데 둘째가 네 살 때 중환자실에도 들어가 있을 만큼 큰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아이들을 바라만 봐도 너무 예쁘고 좋은 한편으로 그 아이들을 보살피는 게 힘들어요. 남편과 17년 째 주말부부를 하다 보니까 돌보는 게 온전히 제 몫이었어요. 처음 태어났을 때는 너무 좋았는데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얘들을 잘 키울까 고민이에요. 눈만 보고 있어도 너무 예쁘지만 또 가슴이 아프고... 그래서 아이를 정말 잘 키우고 싶어요.

저희 아이가 교통사고가 났는데 아직도 후유증이 있어요. 얼굴 신경이 마비가 돼가지고, 아이를 어떻게 하면 잘 키울까요?”

“아이는 지금 잘 크고 있어요. 또 다른 고민이 있으면 얘기하세요. ‘애를 어떻게 하면 잘 키우느냐?’라고 묻는다면 ‘잘 크고 있다’ 이게 제 답이에요. 지금 잘 자라고 있어요.” (모두 웃음)

“아침에 기도할 때 항상 첫마디가 ‘우리 아이 정상적으로 신경이 돌아올 수 있게 도와주세요’인데 아무리 기도를 해도 그렇게 안 되니까요.”

“누구한테 그렇게 기도해요? 부처님한테 해요, 하느님한테 해요?”

“그냥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하고 불러요.”

“질문자는 관세음보살이 얄밉겠어요. 그렇게 내가 많이 불러도 영험이 없으니까요. ‘눈이 돌아오게 해주세요’ 이건 요구예요. 부처님이 요구를 가지라고 가르쳤어요. 요구를 버리라고 가르쳤어요? 욕망을 버리라고 가르쳤어요, 욕망을 더 가지라고 가르쳤어요?”

“그래도 엄마의 마음으로는 ‘얘가 빨리 회복이 돼야 하는데’ 하는 그 마음이...”

“그건 부처님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잖아요. 엄마 마음이죠. 그러면 엄마를 부르면서 기도를 하세요. 부처님 부르면서 기도하지 말고요.(모두 웃음) 부처님은 욕망을 버리라고 가르쳤잖아요. 우리의 고뇌가 욕망으로부터 오기 때문에 욕망을 버리라고 가르쳤는데 나는 욕망을 계속 더 성취하고 싶다면 ‘욕망을 성취해도 좋다’라고 하는 분을 찾아서 불러야 한다는 거예요. 제 말 이해 안 되세요?”

“네. 그런데 그 말을 안 하려고 해도 일단 아이를 보면 ‘얘가 빨리 좋아져야 하는데’ 이 마음이 너무 크잖아요.”

“그 마음은 이해한다니까요. 그런데 아이를 보고 ‘빨리 좋아져야 한다’라고 해서 얘가 빨리 좋아지느냐 하는 문제예요. ‘빨리 좋아져라!’ 하면 애가 빨리 좋아집니까? 그러면 질문자가 신이죠. 잘되라 해서 잘되고 못되라 해서 못되면 질문자가 신이잖아요. 세상이 모두 자기 마음대로 돼야 그런 일이 벌어지잖아요.

곡식을 심어놓고 내가 ‘빨리 자라라’ 한다고 빨리 자라지 않아요. 자기가 알아서 자라죠. 조금 더 빨리 자라게 하고 싶으면 질문자가 거름을 줘야 해요. ‘빨리 자라라, 빨리 자라라. 부처님, 빨리 자라게 해주세요’라고 한다고 빨리 자라는 게 아니에요. 거름을 줘야 빨리 자라죠. 그런데 콩을 심어놓고 ‘10미터 자라라!’ 이러고 질문자가 아무리 기도하고 거름을 아무리 줘도 10미터 안 자라요. 그 자체가 원래 키가 7-80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식물이니까요.

질문자가 지금 욕심을 부리고 있는 거예요. 그런 욕심 때문에 번뇌가 생기는 거예요. 아이가 잘 자라는데도 질문자에게는 지금 고뇌가 생긴 겁니다. 아이가 두 눈 다 실명했어요, 한쪽 눈만 실명했어요?”

“한쪽이에요.”

“그러면 두 쪽 다 실명한 게 나아요, 한쪽만 실명한 게 나아요?”

“처음 상태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두 쪽 눈이 다 안 보이는 게 낫느냐, 한 쪽 눈이라도 보이는 게 낫느냐고요?”

“한 쪽이 당연히 낫죠. 그렇게라도 된 걸 너무 다행스럽게 생각하죠.”

“그러니까 ‘부처님, 감사합니다. 한 쪽 눈이라도 보여서 감사합니다’ 이러면 고뇌가 없어지죠.”

“네, 알겠습니다.” (질문자 웃음)

“그러면 공연히 다리 아프게 절 안 해도 돼요. 이쪽 눈도 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보였으면 좋겠다’ 한다고 해서 보여지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질문자가 하느님이나 부처님에게 기도하는데 그게 자기 뜻대로 안 되면 결국 신앙을 거부하게 됩니다. ‘기도해봐야 소용도 없더라!’ 이렇게 자기 신앙을 자기가 부정하게 돼요. 그리고 질문자가 조급하게 됩니다. 아이를 보면 안타깝게 돼요.

그런데 ‘아이고, 부처님, 감사합니다. 그렇게 큰 교통사고가 났는데도 두 눈 다 안 잃고 한 눈이라도 보여서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도하면 자기 신앙도 지키고 자기 마음도 기쁨에 차고, 아이를 봤을 때 인상도 안 쓰게 되잖아요. 왜 좋은 길을 놔두고 그렇게 나쁜 길을 가요?”

“기도를 하면 들어주실 줄 알고요. 그래도 기도는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모두 웃음)

“맛있는 음식을 해준다든지 하는 건 엄마가 해줄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눈을 뜨게 해주는 건 의사가 하지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질문자는 의사도 못하는 일을 자기가 하려고 해요. 엄마가 할 일은 안 하고요.

엄마는 아이를 보고 웃어줘야 아이의 심리가 안정됩니다. 아이가 보는 엄마의 얼굴이 웃어야 아이도 행복할 거 아니에요? 엄마가 아이를 보고 ‘아이고, 저걸 어떡하나’ 이러면 아이는 늘 슬픈 엄마의 얼굴을 보니까 아이의 마음이 불행해지죠. 질문자는 지금 엄마 역할을 안 하고 의사 역할을 하려는 거예요. 실력도 없으면서요. 이걸 ‘거꾸로 한다’고 해요. 질문자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아무 도움이 안 되고 부작용이 나는 짓만 지금 하고 있어요.

제가 이런 얘기 하면 뭐라고들 하는지 알아요? ‘스님은 아이가 없으니까 그런 소리 하죠!’ 이렇게 반론을 제기해요.(모두 웃음)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세요. ‘실명을 낫게 해주세요’ 한다고 낫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면 계속 그 문제를 갖고 질문자가 10년, 20년 괴로워해야 하고, 아이를 볼 때마다 슬픈 마음을 가져야 하잖아요.

‘그렇게 큰 교통사고가 났는데 한 눈이라도 볼 수 있어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아이를 볼 때도 대견해요. 또 두 눈이 다 안 보이더라도 ‘산 것만 해도 고맙다’ 라고 할 수 있잖아요. 거기다 또 한 눈까지 보이니까 얼마나 고마워요?

이렇게 감사한 마음으로 살면 앞으로 조금만 더 세월이 흐르면 좋은 일이 생깁니다. 지금 우리의 눈은 벽을 뚫고 바깥을 볼 수 없지만 앞으로 10년, 20년만 지나면 벽 밖까지 투시가 되는 인공 눈이 개발될 거예요. 이미 공항에서 엑스레이 통과할 때 속이 다 보이잖아요. 그것과 비슷한 걸 눈에다 장치하면 다 보여요.

그렇게 되면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멀쩡한 눈을 빼내고 인공 눈을 집어넣는 사람이 생길 거예요.(모두 웃음) 안 그럴 것 같아요? 이미 그러고들 있잖아요. 원래 화상을 입거나 다친 사람을 위해서 성형이 발달했어요. 그래서 다친 사람이 성형을 잘 해놓으니까 다치기 전보다 더 예뻐졌어요. 그걸 보고 멀쩡한 사람이 코에 보형물을 집어넣어서 세우거나 가슴에 뭘 집어넣어서 동그랗게 만들고 있잖아요. 지금의 성형은 환자를 치료하는 게 아니라 미용이에요. 앞으로는 멀쩡한 팔도 잘라내고 인공 팔을 집어넣을 가능성이 있어요. 인공 팔이 원래의 팔보다 힘도 10배는 더 세고 모든 작용이 부드럽게 잘 된다면 그러지 않겠어요?

눈이 하나 안 보이는 건 불편한 것이지 열등한 것은 아니에요. 불편한 것은 앞으로 노력을 하면 개선할 수 있지만, 열등한 것은 괴로움이 생깁니다. 자기 나름대로 정성껏 기도하는 엄마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건 어리석은 행동이에요.

첫째, 안 고쳐지는 걸 고치겠다고 계속 병원에 다니면 아이가 우선 지치겠죠. 둘째, 아이가 열등의식을 갖습니다. 자기가 무슨 문제 있는 사람인 것처럼 생각하게 돼요. 오히려 아이가 눈이 안 보여서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그런 생각 하지 마라. 눈 두 개나 하나나 다를 것 없다. 원래 하나만 있어도 될 걸 예비로 하나가 더 있는 건데, 그걸 다친 거니까 그것 때문에 네가 불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엄마가 격려를 해줘야죠.

그렇다고 안 고쳐줘 된다는 얘긴 아니에요. 건강해지면 시력이 회복될 수도 있고, 앞으로 의사한테 치료 받을 만큼 받으면 되고, 의사가 치료를 못 하더라도 시대가 바뀌면 기회가 오는 거예요. 그러니 이제 질문자는 ‘해 달라!’라고 기도해야 하겠어요, 감사 기도를 해야 하겠어요?”

“감사기도를 해야 할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그러니까 ‘우리 아이 잘 자라게 해주세요’ 이렇게 기도하지 말고 ‘우리 아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도를 해야 해요. 이제 기분이 좀 좋아졌어요? 계속 기분이 나빠요?” (모두 웃음)

“네.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큰 박수가 쏟아지고, 질문자도 활짝 웃었습니다.

2시간 30분 동안의 강연을 마친 스님은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은 삶을 살아야 한다” 면서 “지금이 좋은 줄 아는 긍정적인 사고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것”을 당부하며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강연이 끝난 후 질문을 하였던 분께 소감을 물었습니다. “평소에 궁금했던 점을 질문했는데, 스님께서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선입견과 오해로 잘못 알고 있었던 부분이 풀려서 좋았습니다.”라며 가벼워진 표정으로 답해주었습니다. 스님을 알게 되어 인생이 달라졌다며 아이와 함께 활짝 웃는 분의 밝은 모습을 보니 함께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책사인회를 마친 후 스님은 봉사자들과 단체 사진을 찍고 수고했다며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의 격려를 받은 봉사자들은 한껏 들뜬 표정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해준 분과 무더운 날씨에도 강연장을 찾아주신 많은 분의 참여로, 오늘도 스님의 소중한 가르침이 세상에 전해질 수 있었습니다.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다들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시길 기원해봅니다.

내일은 INEB 정토회 방문단 스님들과 대화의 시간, 불국사 사찰 순례를 함께 한 후 포항에서 행복한대화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김성욱, 고재영, 손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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