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스님은 오전에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가진 후 병원을 들러 건강 검사를 한 후 같은 병원에 입원한 말기암 환자인 북한 동포를 위로했습니다. 오후에는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3번의 미팅을 가졌습니다.

저녁 7시에는 인천 교통연수원에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있었습니다. 때 이른 무더위를 식혀주듯 잠깐 소나기가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강연장에는 시작 전부터 많은 분들이 강연장을 찾아주셨습니다. 강연 시작 30여분 전부터 자리가 모두 채워져 바닥에 앉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스님의 강연을 듣기 위해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듯 했습니다.

오늘 강연은 부평, 인천, 검암, 광명에서 총 62명의 봉사자들이 함께 준비했습니다. 특히 이번 강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분들은 바로 JTS 인도인 활동가들이었습니다. 파란 JTS조끼가 눈에 띄는 인도인들은 한국 청중들과 함께 스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강연장 앞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강연이 시작되고, 스님이 무대에 올라서자 660여명의 청중들은 박수갈채와 함성으로 스님을 반겨주었습니다.



오늘은 총 아홉 명이 질문하였습니다. 좋은 감정을 가지고 만나던 남자가 알고 보니 기혼남이라 어떻게 하면 상처받지 않고 헤어질 수 있는지 고민하신 분, 우리나라 대학교가 세계 대학 평가에서 순위가 많이 낮은데 우리나라 교육방식에 대한 스님의 의견을 질문 하신 분, 애인과 이별한 후 왜 이렇게 후회와 그리움, 미안한 마음으로 삶을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분, 곧 결혼을 하는데 설렘도 있고 두렵기도 해서 스님의 덕담을 듣고 싶다는 분, 지난달 중학생 아들의 여자친구가 자살을 했는데 이후 아들의 행동이 변하였고, 아들 또한 지속적으로 자해를 시도하고 있는데 병원에 가서 약물치료는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 스님의 의견을 구한다는 분, 신경이 예민하여 잠을 잘 못자고 자다가도 꿈을 꾸면 영가가 나타나 힘들게 하며 잠을 설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괴롭다는 분, 딸이 엄마와 아빠에 대한 적개심이 심해 딸과 사이가 좋지 않아 고민이라는 분, 연애 할 때 아빠 같은 사람을 만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에 연애를 길게 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하면 인성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는지 궁금한 분, 남편의 운전 습관이 괴팍한데 절에서 스님이 부적을 써라 그래서 써야하는지 묻는 분 등, 살면서 겪은 여러 에피소드들을 말씀해주었습니다.

그 중 어떻게 하면 인성이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과 대화를 소개합니다.

“저는 올해 서른일곱 살 직장인입니다. 저는 어려서 가정환경이 안 좋았어요. 가정폭력이 심한 가정에서 자랐는데요, 아버지가 무능력하셨고, 술을 드시면 항상 엄마랑 싸웠고, 폭력과 폭언 등을 행사해서 엄마가 엄청 힘들게 사셨어요. 그럼에도 저는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열심히 사회생활하면서 야간대학까지 다니며 지금껏 살아왔습니다. 배우는 것도 좋아해서 이것저것 배우러 다녔고, 요즘은 인문학에 빠져서 책을 읽다 보니 이렇게 즉문즉설에서 스님도 뵙게 되었어요. 그런데 한 가지 고민이 있어요.

저는 항상 남자를 만날 때 ‘아빠 같은 사람은 만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마음에 콕 박혀있어요. 그래서 남자를 만날 때는 술을 먹여보고 술주정이 심하면 ‘안녕히 계세요’ 하고 왔습니다. 그래서 연애경험은 많은데 아직까지 괜찮은 남자를 못 만난 것 같아요. 소개팅을 나가 건 선을 보건 뭐 하나가 마음에 안 들면, 소위 말해서 ‘철벽’을 쳐버리는 스타일이에요. 그리고 제가 자꾸 꼬투리를 찾으려고 하는 거예요. 뭔가 꼭 그 남자의 나쁜 점을 찾으려고 하는 거죠, 어느 순간 제가 저를 보니까요. 그래서 남자를 오래 못 만나더라고요. 제가 어떻게 하면 인성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까요?(모두 웃음) 어떻게 하면 제가 마음을 열고 남자를 만날 수 있을까요? 이게 제 고민입니다.”

“지금 마흔 안 넘었잖아요?”

“예, 위태, 위태합니다.”

“운문사로 가서 비구니가 되세요.”(모두 웃음)

“예상했던 답변이긴 하지만...”(모두 웃음)

“출가를 해서 남자와 거리를 두고 살면 어머니가 겪었던 길을 안 갈 수가 있어요. 질문자는 ‘어머니가 겪었던 길을 안 가겠다’고 하는데 그건 비구니 되는 길밖에 없어요. 가톨릭신자라면 수녀가 되든지요.”

“그런데 저는 결혼해서 정말 엄마처럼 안 살고, 행복하게 살고 싶거든요.”

“결혼을 하려면 ‘엄마 같은 삶을 살더라도 결혼을 한번 해 보고 싶다.’ 관점을 이렇게 가지셔야 됩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질문자는 어릴 때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머리로는 나이가 들었으니 결혼을 해야 된다고 생각은 하는데, 마음으로는, 무의식적으로는 불안한 거예요. 그러니까 질문자는 사람을 사귀더라도 막상 그 남자가 ‘결혼하자’ 그러면 겁이 덜컥 나서 도망가고, 도망가고, 그래서 결혼하기가 어렵습니다. 고르고 골랐는데 결과는 딱 아버지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 거예요.(모두 웃음) 그래서 이 인연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그걸 완전히 피하려면 딱 머리 깎고 비구니가 돼버려야 돼요. 결혼할 생각이라면 피할 생각을 하면 안돼요. 어머니는 그래도 결혼해서 질문자 같은 딸도 낳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아버지 같은 남자를 만나도 질문자도 아들 낳고 딸 낳고 잘 살 거예요. 관점을 이렇게 딱 가져야 두려움이 없어진다는 거예요.

그리고 질문자는 아버지 같은 사람을 만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아버지 같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결혼 한번 해 보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질문자는 아버지 같은 남자에 대해서 어머니처럼 대응을 안 하게 되는 거예요. 못 견뎌하면서 같이 억지로 사는 게 아니라 ‘그래도 결혼 한번 해 본 게 어디야? 비구니보다는 낫다. 술 좀 마시는 남자라도 혼자 사는 것보다는 낫다. 무능력하더라도 혼자 사는 것보다는 낫다.’ 이렇게 하면 질문자는 그런 남자에 대해서 어머니처럼 대응을 안 하기 때문에 질문자의 아이들은 아무 문제없이 자라는 거예요. 그런 남자랑 살면서 그 남자가 술을 좀 마시고 좀 무능력해도 항상 ‘그래도 아버지보다는 낫다.’ 이렇게 생각하면 행복해요, ‘그래도 아버지보다는 낫다.’ 관점을 이렇게 가지면 결혼을 해도 문제가 없다는 거예요.

그런데 ‘아버지 같은 사람을 안 만나겠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있으면 질문자는 트라우마, 그러니까 어릴 때 입은 마음의 상처가 아직 남아있는 거예요. 그래서 과거가 되풀이 되는 과보가 따르는 거예요. 그런데 그 과보를 기꺼이 받아들이면 질문자는 오히려 그런 환경에서 반듯하게 자랐기 때문에 적응이 쉬워지는 거예요. 그러면 ‘난 나쁜 환경에서 자랐다’는 생각을 버릴 수 있는 거예요.

예를 들어 아주 의좋은 부부가 있다고 하면, 그 부부는 부부끼리 서로 좋아서 사는거지 아이 때문에 사는 것은 아니에요. 아이들은 그냥 부부 사이에 껴서 산 거예요.(모두 웃음) 그런데 부부 사이가 굉장히 나쁜 집은, 아이가 없었다면 그 부부는 헤어졌겠지요. 그런데 아이 때문에 살았던 거예요.

그러니 부부 사이가 나쁜 집에서 자란 아이들은 엄마나 아빠의 사랑을 많이 받은 거예요. 이치를 깊이 들어가 보면 그렇다는 겁니다. 집안이 화목했다는 건 부부가 좋아서 살았다는 거고, 아이는 그냥 거기 껴서 산 거예요. 아이가 죽어도 안 헤어지고, 다시 아이를 낳아서 키우겠지요. 그런데 부부 사이가 나쁜 집안은 아이 때문에, 질문자 때문에 산 거예요. 아이가 죽거나 어디로 가버리면 부부는 헤어집니다. 그 부부는 아이 때문에 살았기 때문에 사실 그 아이는 훨씬 더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은 거예요.(모두 웃음)

그러니까 부부가 싸우는 건 그들의 문제이니까 아이가 관여할 일이 아니고, 아이한테는 엄마가 나를 사랑했고, 아빠가 나를 사랑했다는 것만 중요한 거예요. 관점을 그렇게 가지면 마음의 상처가 치유됩니다.

마음의 상처가 치유가 된다는 건 아빠를 미워하지 않게 된다는 거예요. ‘아빠 같은 사람은 괜찮다’, ‘살아보니 아빠보다는 좀 덜 하네.’ 이러면 사는데 지장이 없어요. 결혼하려면 관점을 그렇게 가지셔야 돼요.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해보시면 도움이 됩니다.(모두 웃음)”

질문자의 표정이 밝아짐에 따라 함께 이야기를 듣고 공감했던 청중들의 표정도 같이 밝아졌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은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괴로움의 원인은 선택은 했으나 책임지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 이라고 강조한 후 강연을 마쳤습니다.

책 사인회가 열리자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있었습니다. 이분들에게 다가가 강연 후 소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창조에는 정답도 없고 등수도 없다.” “후회는 욕심 때문에 생긴다.” “말 안 듣는 아이를 가진 엄마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편도 아이도 아닌 자기 자신이다. 모든걸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지만 세상은 그렇게 될 수가 없다.” 등, 각자의 마음 속에 담긴 스님의 핵심적인 말씀을 나누어주었습니다.

사인회가 끝난 후, 먼저 강연 준비를 위해 수고해준 봉사자들과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을 방문한 JTS 인도인 활동가들과도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언어는 다르지만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나눴던 따뜻한 웃음들. 스님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는 인도인들의 표정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글 김지혜 사진 안순애 녹취 손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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