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토행자들의 축제인 천일결사 9-5차 입재식이 있는 날입니다. 이번에는 대전충청지부에서 생중계를 준비하여 전국의 정토행자들과 함께하게 합니다.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한결 맑은 공기가 우리의 마음과 얼굴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KT인재개발원 안으로 들어오는 천일결사자들을 환호로 맞이하는 봉사자들의 힘찬 응원을 받으며 강연장 안으로 입장했습니다. 특히나 대전충청지부에서 준비한 입재식이라 어느 때 보다도 리허설에 열심히 집중했습니다.

드디어 타종과 함께 입재식이 시작되었습니다. 대중들은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예불을 시작하였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대전충청지부 620명과 전주에서 46명, 해외에서 1명 등 667명을 포함하여 각 법당별로 국내외 정토행자 총 5,480명이 참석했다는 소개에 모두들 환호하였습니다

지난 9-4차 이후 백일동안 정토행자들이 어떤 일들을 했는지 영상을 보면서 대중들은 뿌듯해 했습니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활동은 우리가 정성을 모아 10만 서명운동과 통일기도에 참여한 평화활동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처럼, 이 기간에 남북정상회담까지 이루어져 더욱 기쁜 시간이었습니다.

이어서 9-4차 백일의 약속 결과를 대전충청지부 유연옥 님이 발표하였습니다. 백일 동안의 실천 과제를 돌아보며 반성과 정리하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수행 사례담 발표에는 두 분의 사례담을 들었습니다. 먼저 대전정토회 대전법당 김유선 님이 해주셨습니다. 올해 74세이신 김유선 님은 4년 전 작은 사고와 우울증 등을 앓고 있을 때 남편의 도움으로 스님을 알게 되고 불법을 배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살얼음판에 넘어져 손목이 부러져도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되는 삶을 돌아보며, 몸이 움직일 수 있는 한 여생을 봉사하며 보내고 싶다고 고백하신 말씀에서는 대중에게 눈물과 감동을 주었습니다. 짱짱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수행담을 읽는 모습에서 수행의 결과를 몸소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또 다른 발표자는 현장이 아닌 영상으로 들어보는 해외지부 도반의 수행담이었습니다. 아일랜드에 살고 있는 푸른 눈의 천일결사자 케빈 오설리반은 108배 수행으로 허리디스크를 나았다고 합니다. 공항에서도 이슬람교도들과 함께 기도할 정도로 기도를 빠지지 않고 이어온 게 벌써 천일을 맞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새롭게 천일결사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자기를 믿고 타국으로 온 아내의 마음을 절 수행을 통해서 이해하게 되었다는 부분에서는, 여느 한국인들의 깨달음과 같았습니다. 정서가 우리와 다른 외국인과 함께 한다 생각하니 특별하기도 하고 천일을 하루같이 수행 정진하는 모습을 본받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특히 이 수행담은 해외지부 <정토행자의 하루> 담당이신 김지은 님과 김세경 님이 런던에서 아일랜드까지 가서 촬영한 영상이라고 합니다. 아일랜드는 날씨가 맑은 날이 일 년에 스무날도 채 되지 않는 날씨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이날 촬영을 위해 갔을 때는 더없이 맑은 날씨여서 하늘이 도운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이어 스님의 9-4차 백일기도 회향법문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백일 동안 한반도에 온 변화를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있을 북미정상회담을 대비하여 통일정진 천일회향 이후 21일 기도를 더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씀하였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한반도에 지금 봄의 기운, 평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이 훈풍이 불어오기까지 여러분들, 정말 많은 기여를 하셨습니다. 지난 9월 이후를 살펴보면, 미국과 북한은 서로 없애버리겠다는 악담을 하면서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한반도를 몰고 갔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하던 일을 다 멈추고 11월 5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직전에 ‘다른 건 몰라도 전쟁만은 안 된다. 전쟁 방식으로 이 긴장과 갈등을 푸는 것을 반대한다’고 호소했고, 그 이후에는 전국적으로 캠페인을 벌이면서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야 한다. 우리 한국정부도, 미국정부도, 북한도 이 문제에 대해서 노력을 하라’며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12월 23일에 광화문에서 우리 정토회가 생긴 이래로 정토행자들이 제일 많이 모였습니다. 애초에 1만 명이 모여서 ‘만인의 바람’이라는 평화집회를 하려고 계획했던 건데, 실질적으로는 거의 1만 5천명이 모였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3년 동안 우리는 ‘한반도에 전쟁은 안 된다. 이제 한반도에는 항구적 평화가 도래해야 된다’면서 간절하게 기도를 했는데, 그에 따른 응답인지 연초부터 평화의 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2월 10일에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 900일째를 맞이해서 ‘남은 100일 동안 기적을 만들어보자’며 기도했는데, 정말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특사가 오고, 특사가 가더니 남북정상회담이 약속되고, 또 북미정상회담이 약속되고, 이렇게 평화의 분위기가 도래했습니다. 이런 기회는 정말 드문 기회입니다. 전쟁을 안 일어나게 하는 데에서 그칠게 아니라 6.25전쟁 이후 65년 동안 계속 되고 있는 이 휴전체제, 즉 ‘전쟁의 일시적 멈춤상태’를 완전히 멈추는 ‘전쟁종결 선언’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해 가면서 통일을 모색해 나갈 수 있도록 ‘평화협정’을 촉구하는 청원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국민적 합의로 이루어져 가도록, 특정한 한 정치세력의 성과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성과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비준을 거쳐야겠죠. 야당도 일단 이건 인정을 하고, 그 다음에 잘못한 게 있다면 비판하는 쪽으로 가면 좋지 않을까요? 이런 관점에서, 입재식에 참여한 여러분들이 개인적으로는 견해가 조금 다르더라도 이게 지금 이 시대의 큰 흐름이라는 걸 인식하셔야 합니다. 특히 연세 드신 분들은 과거의 경험 때문에 자꾸 사물을 부정적으로 볼 위험이 있는데, 시대의 변화를 좀 인식하셔야 합니다.

여러분, 이런 변화에 우리가 조금이라도, 털끝만큼이라도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시지요?”

“(대중들) 예.”

“아무 기여도 못 했어요?”

“(대중들) 했어요.”

“털끝보다는 조금 더 했어요?(모두 웃음) 손톱만큼은 했어요?(모두 웃음) 예, 이렇게 기여했다는 것에 대해서 여러분들은 자부심을 가지셔야 합니다. 시작할 때는 ‘왜 우리가 이런 것을 해야 되느냐?’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이제는 ‘아, 우리가 한반도의 평화에 정말 기여를 했구나. 우리가 고비, 고비마다 낙담하지 않고 시대를 거슬러서, 사회 조류를 거슬러서 해 왔는데, 이제 보니 이게 시대적 사명이고, 시대적 조류였구나.’ 이런 것을 여러분들이 아셔야 합니다. 이러다가 또 뒷걸음질 치는 일이 생기면 국민들은 또 실망할 텐데, 우리는 뒷걸음질을 칠 일이 몇 개 있다는 것을 지금 예견해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대중들) 예.”

“그것도 우리는 극복을 할 수가 있는 거예요. 그간의 사정을 보면 북미정상회담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불투명 했잖아요. 회담을 하는 게 최선이고, 연기를 하는 게 차선이고, 회담이 결렬되는 게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셋 중에 결국은 회담을 하는 쪽으로 확정이 됐지요?”

“(대중들) 예.”

“그러니까 상중하 중에 ‘상책’으로 결론이 난 거예요. 그런데 그 상책 안에서도 또 따져볼 수 있습니다. 회담 일정은 원래 계획대로 됐으니까 상책인데, 회담 장소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합니다. 회담을 평양에서 한다면 상책 중에서도 상책이에요. 그건 북한이 미국과 합의에 이의가 없다는 뜻이 되니까요. 또, 판문점에서 한다면 중책이이고, 제3국에서 한다면 하책이에요. 그래서 지금 싱가포르에서 한다는 걸 보니 서로 큰 틀에서는 합의를 했는데, 구체적인 데에서는 이견이 좀 있는 걸로 보입니다. 제가 볼 때 이건 북한보다는 미국에 좀 책임이 있는 것 같아요.

무슨 얘기냐 하면, 미국이 정상회담에 동의해 준 건 정말 좋은데 북한에게 너무 요구가 많다는 거예요. 북한이 미국의 요구대로 비핵화에 합의해 주니까 미국은 그 다음에 ‘화학무기도 없애라, 인권문제도 해결해라’는 등 많은 요구를 한꺼번에 하니까 북한이 좀 어렵다는 거죠. 그런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북미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가 됐다는 건 미국이 그런 요구를 하긴 했지만 이번에 그것까지 모두 합의 보려고 하지는 않고, ‘비핵화만 합의를 하면 나머지는 차차하자’는 정도로 된 거 아닌가 싶어요.

이렇게 우리가 결론은 다 안 봐도, 장소가 어디로 정해지느냐, 날짜가 언제로 정해지느냐는 것만 봐도 대충 짐작을 할 수 있어야 돼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꼭 내용발표가 나야 알지요?(모두 웃음) 우리가 어떤 사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기에 어떤 성격이 들어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지금 북한은 ‘앞으로 핵을 더 만드는 건 포기하겠다. 그리고 핵시설도 다 파괴하겠다.’ 이렇게 할 생각은 있는 것 같아요. 옛날 같으면 어림도 없었을 건데 지금은 빨리 할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와, 과연 그렇게 하겠냐?’ 하는 데 그건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 남은 건 뭐예요? 미국은 북한에게 ‘만들어놓은 무기를 빨리 내놓아라.’ 이렇게 요구하는데, 이건 북한이 내놓기가 쉽지가 않을 것 같아요. 안 내놓겠다는 게 아니라 금방 내놓기가 어렵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그래, 북한, 너희들 안전은 보장해 줄게’라고 서류에 서명한다고 안전이라는 게 보장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미국은 북한에 ‘경제재제 해제해 줄게. 지원해 줄게.’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게 빨리 됩니까?”

“(대중들) 아니요.”

“예.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신뢰가 형성되어야 하니까요. 그러니까 지금 위험은 없애되, 어느 정도 같이 감시를 하다가 북한이 마지막에 핵무기까지 내놓을 때까지는 시간적 여유를 좀 줘야 됩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한 10년 걸린다고 생각하면 아주 쉽게 풀립니다. 그러면 중국이 개입하지 않아도, 트럼프 대통령만 평양에 가서 합의를 하고 올 수도 있는 문제인데, 미국이 지금 너무 요구가 많고, 시간도 재촉하니까 북한도 한번 큰마음을 내기는 냈지만 ‘무조건 손들고 항복하라’는 분위기는 받아들이기가 어렵지요. 그나마 한국정부가 애를 써서 이쪽과 저쪽을 중재했기 때문에 이 정도라도 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볼 때 그렇다는 거예요. 저는 전문가는 아니니까요. 그래서 크게 보면, 잘 됐어요, 안 됐어요?”

“(대중들) 잘 됐어요.”

“예. 그런데 북미회담장소 문제를 보면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대중들) 예.”

“그래서 이 문제는 중간, 중간에 티격태격하면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크게 보면, 하는 쪽으로 갈 거예요. 지금 우리가 기도한 정성으로 보면 원래는 5월 22일에 북미정상회담을 해야 되는데,(모두 웃음) 한미정상회담이 중간에 끼는 바람에 날짜가 딱 21일 뒤로 연기가 됐습니다.(모두 웃음) 그래서 5월 22일에 회향을 하기로 했던 천일기도를 21일 연장하려고 합니다.(모두 환호와 박수) 그러면 6월 12일이 5월 22일에서 딱 삼칠일, 즉 21일을 더한 날이 됩니다. 그래서 이왕 하시던 기도를 멈추지 마세요.(모두 웃음) ‘앞으로 열흘이면 끝난다.’ 기도가 끝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일이 돼야 되는 거예요. 아시겠지요?(모두 웃음)

그래서 기도를 삼칠일 더 연장해서,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서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하고, 미국도 한반도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서, 우리가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하겠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은 분위기는 좋았지만 뭘 담보할 수 있는 파워는 없는 회담이에요. 그래서 결국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위험부담이 어느 정도 될 건지를 비로소 알 수가 있게 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더 정성을 기울여서 21일 기도를 해 주세요. 이번에 북미정상회담이 잘 되면 우리도 일이 얼마나 줄어듭니까?(모두 웃음)

북미간 갈등이 계속돼 봐요. 그럼 우리는 또 1만 명이 참석해서 집회해야 되고, 또 기도해야 되고, 또 캠페인을 벌여야 되는 등 일이 태산이잖습니까. 그런데 기도해서 잘 된다면 기도가 제일 수월하지 않을까요?(모두 웃음) 그런데 기도발이 조금 생겼으니까 좀 더 밀어붙입시다. 아셨지요?”

“(대중들) 예.”(모두 박수)

“지금 이 시간은 9-4차 백일기도 회향의 시간인데요, 이번 백일 회향의 가장 큰 성과는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도래했다는 겁니다. 저는 ‘평화가 왔다’는 말은 아직 안 하고 있습니다. ‘기운이 도래했다’, 즉 ‘평화가 문턱에 와있다’고 하고 있어요. 이게 문지방을 넘어서 방안으로 들어올지, 아니면 문 앞에서 얼쩡거리다가 도로 갈지, 아직은 모르지요. 그런데 앞으로 한 달이 더 지나면 분명해질 겁니다. 그러니 정성을 더 기울여서 기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건 지금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역사적 문제로 우리 인생에 가장 중요한 문제이니까요.

그런데 우리 수행자에게 가장 더 중요한 건 뭡니까?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 내가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거지요. 그러니 우리는 일이 이루어지든, 안 이루어지든 간에 거기에 흔들리면 안 됩니다. 만약 상황이 좋아지니까 좋아하고, 안 좋아지니까 낙담한다면 그는 수행자가 아니에요. 그건 보통사람들이나 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수행자는 일이 이루어졌다고 너무 흥분해도 안 됩니다.”

“(대중들) 예.”

“수행자는 일이 이루어질 때는 냉철하게 위험부담을 보고 있어야 합니다. 일이 안 이루어질 때는 낙담하지 않고 ‘아, 밤이 깊으니 새벽이 가깝겠구나.’ 이렇게 희망을 볼 수 있어야 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합니다. 정토회의 창립목표가 무엇입니까? 하나는 새로운 불교, 즉 인간을 행복하는 길과 또 하나는 우리가 사는 이 한반도를 평화롭게 해서 결국 통일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우리가 이 두 가지 길을 잊지 말고, 정진하고 활동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지난 백일동안 정말 수고들 많이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즐거운 점심시간이 되어 대중들은 옹기종기 모여 각자 도시락을 내어 놓고 나누어 먹는 모습이 소풍 나온 어린아이처럼 즐거워 보였습니다. 스님은 대중들의 식사하는 장소를 둘러 돌아보시면서 ‘맛있어요?’ 말을 건네기도 하고, 강연장 앞에 설치되어 있는 에코붓다, JTS, 불대홍보, 월간정토 부스들도 살뜰히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1시 30분이 되자 2부 행사가 천안정토회의 ‘어머나’ 공연과 대전정토회의 ‘하나의 봄! 우리는 하나!’라는 메시지를 담은 음악극으로 정토행자 한마당이 시작되었습니다. 천안정토회의 공연은 알록달록한 의상과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흥겨웠습니다. 대전정토회의 음악극은 한편의 영화를 본 듯이 민족애와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의 마음을 표현하여 재미와 감동을 주었습니다.

곧이어 451명의 예비 천일결사자의 결의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은 예비 입재자들에게 지금의 원을 늘 마음에 새겨 게으름에 빠지지 않고 꾸준히 수행 정진하여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이 되도록 격려해주었습니다. 예비 천일결사자들에 대한 당부는 기존에 수행 정진하던 천일결사자들도 다시금 마음에 새겨야할 법문이었습니다. 이어서 9-5차 백일기도 입재법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오전에는 4차 백일기도의 끝을 맺었고, 오후에는 5차 백일기도를 어떤 마음으로 해나갈 것인지에 대한입재식입니다. 항상 어떤 출발을 할 때는 지나간 건 잘했든, 잘못했든 다 잊어야 합니다. 그래서 새해가 시작되면 작년에 잘했든, 잘못했든 그건 탁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새 출발을 해야 된다는 겁니다. 한번 따라해 보세요. ‘지금 출발입니다.’”

“(대중들) 지금 출발입니다.”

“또 뭐든지 처음 하듯이 해야 합니다. 한번 따라해 보세요. ‘처음입니다.’”

“(대중들) 처음입니다.”

“제 인생의 명심문이 바로 ‘처음입니다’, ‘지금 출발합니다’ 입니다. 그러니까 오늘 하루의 삶은 제가 지난 66년 동안 산 총 날짜의 합계 위에 쌓인 하루예요. 마찬가지로 수행자의 오늘 하루도 만일 가운데 그냥 하루가 아니고, 8400일 위에 있는 하루라는 거예요. 예를 들어 그냥 하루는 계단으로 치면 그냥 한 층의 계단이지만 8401일은 8400일 위에 쌓인 하루인 거예요. 그러니까 이 하루는 그냥 하루와 다르지요.

여러분들도 매일 ‘지금 출발합니다’ 하는 자세를 갖는다면 좋겠어요. 과거의 상처, 실수, 실패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내려놓고, ‘지금 시작이다, 출발이다, 처음이다’ 하는 자세로 기도에 임하신다면 좋겠습니다. 자꾸 옛날 생각하면서 ‘지난번 입재식 했을 때에도 첫날 시작해서 이번 백일은 안 빼먹고 할 거라고 해 놓고 또 빼먹었다. 그 전 백일도 그랬고, 그 전 백일도 그랬다.’ 이러면 이번 백일도 또 잘 해야 3일 갑니다.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한 달 가다가 말 거다.’ 자꾸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까지 안 된 과정을 경험으로 삼고 그 실패에 기초로 해서 이번에는 다시 한번 해 본다.’ 이런 자세를 가져야 됩니다. 처음 하듯이 항상 시작점에 서서 이런 자세로 매일을 맞아야 되고, 그러다 보면 백일이 됩니다. ‘100일을 빠지지 않고 하겠다’고 다짐하고, 결심해도 살다 보면 또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지요? 그러니까 될 거라고 믿고 시작해도 안 될 수가 있는데, ‘안 될 거야.’ 하고 시작하면 어떻겠어요? 그건 100% 안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100일을 다 할지, 안 할지 아직 그건 미지수입니다. 그러나 출발할 때만큼은, 지금만큼은 어때요? 딱 다짐을 하고, ‘한다.’ 하고 시작 하세요. 그래서 앞서 수행담에도 나왔듯이, 그런 하루, 하루가 쌓여서 백일이 되고, 천일이 되도록, 그렇게 정진하는 게 필요합니다. ‘출발하는 첫 마음’, 이걸 초심(初心)이라 그러지요? 정치할 때 초심, 결혼할 때 초심, 출가할 때 초심, 이 초심을 잃지 않아야 되는데, 사람들이 처음에는 굉장히 순수하고 결연한 의지로 출발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타성에 젖어서 그냥 자기감정, 까르마에 휘둘려서 늘 살아온 방식대로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니 오늘 여러분들은 지금 입재하는, 출발하는 초심을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두 번째, 사람은 습관적 동물이에요.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그 습관대로 또 내일도 살고, 내일까지 쌓인 습관대로 모레도 살고, 모레까지 산 습관대로 글피를 살고 이러지요.

정진을 통해 자기 변화를 가져와야 하는데, 이치는 ‘아, 그게 맞습니다. 그래야 됩니다’ 하고 아는데, 실제로 해 보면 안돼요.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습관적으로 자꾸 과거의 영상에, 과거의 습관에 끌려들어가요. 그래서 그 놈이 늘 주인노릇을 해요. 그래서 ‘우리가 업식의 노예다’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렇게 안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항상 정신을 차려야 돼요. 찰나, 찰나 깨어있어서 무의식에 빠져들지 않도록 정신을 차려야 되는데, 정신을 차리는 하나의 방법으로 어떤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면 좋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108배를 꾸준히 하는 것도 그런 일에 속하지요. 108배, 그 자체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사람이 일어나기 싫어도 일어나고, 하기 싫어도 하고, 이렇게 꾸준히 할 때 싫어서 안 하려고 하는 것, 좋다고 하려고 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거예요. 아까도 말했지만 ‘좋고, 싫고’로부터 자유로워질 수가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꼭 절을 해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을 꾸준히 하든지, 아침에 일어나서 1시간 법문을 꾸준히 듣든지, 늘 똑같은 것을 정해놓은 시간에 하면 그만큼 자기중심이 잡힙니다. 이렇게 하는 사람이 안 하는 사람과 비교하면 치매에 걸릴 확률도 훨씬 적습니다. ‘치매에 안 걸린다.’ 이렇게 말하면 안돼요. 왜냐하면 뇌세포에 고장이 나면 수행하고, 안 하고와 관계없이 치매에 걸리니까요. 그런데 걸릴 확률이 적다는 거예요. 자기중심, 자기 인생의 중심이 딱 잡혀있으니까요.

그래서 첫째, 처음 하는 마음을 낼 것. 둘째, 꾸준히 할 것. 한번 하기로 했으면 어때요? 남이 볼 때 좀 미련하다고 할 정도로 꾸준히 해야 이게 자기 인생에 기둥 같은 역할을 해 줍니다. 흔들리더라도 이게 잡아준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뭘 꾸준히 하기로 했다고요? 늦게 자든, 일찍 일어나든, 몸이 피곤하든, 아프든, 여행을 가든, 관계없이 아침 5시에 기도하는 것. 이걸 중심으로 잡는다는 거예요.

우리 실무자들도 해외에 파견을 해 보면 여럿이 있으면 서로 잡아주니까 쉽지만, 혼자라도 꾸준히 108배를 하면 그는 절대로 수행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래, 저래 살다가 아침에 일어나 기도도 안 하면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고, 그 다음에 다른 것도 흐트러져서 결국은, 절에 들어온 행자가 절에서 나가는 결과가 있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꾸준히 해야 된다는 거예요.

셋째는, 우리가 이런 핑계, 저런 핑계 대면서 ‘괴롭다’고 하지만 깊이, 깊이, 깊이 따져 들어가 보면 괴로울 일이 없어요. 뭐가 괴로울 일인지 한번 얘기해 봐요.(모두 웃음) 지금은 ‘내가 이것도 괴롭고, 저것도 괴롭고, 이것도 문제고, 저것도 문제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한번 들어가 보세요. 뭐가 문제일까요? 그게 왜 문제일까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건 그냥 하나의 사건, 하나의 일, 하나의 존재가 있는 거지, 거기에 무슨 좋은 일, 나쁜 일, 좋은 사건, 나쁜 사건이란 게 없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공성’, 즉 ‘제법이 공하다, 텅 비었다.’ 이런 관점을 유지한다면 순간에는 사로잡히고, 집착해서 괴로움이 일어나고, 화가 나고, 슬픔이 일어날지라도 금방 원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수행하는 사람은 돈을 많이 번다’거나 ‘수행하는 사람에게는 나쁜 일이 안 일어난다’는 건 기복이에요. 수행하는 사람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다른 사람과는 다릅니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울 일에 울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좋아서 펄떡펄떡 뛸 일에 뛰지 않고, 슬퍼할 일에 슬퍼하지 않는 것, 그게 수행의 힘이에요. 그래서 옆에서 사람들이 보고 ‘아, 수행자는 역시 다르구나. 저 정도 사건이 나한테 생겼으면 벌써 난리가 났을 텐데, 저 사람은 참 태연자약하구나.’ 이게 수행이라는 거예요. 그렇다고 수행을 너무 신비주의로 접근하면 안 되지만요. 여러분들은 수행을 통해서 괴로움이 없는 삶, 자유로운 삶을 사셔야 합니다. 지금 괴롭다는 분은 손을 한번 들어보세요.(모두 웃음)

그런 분은 깨달음의 장에 가서 한번 분석해 보세요, 왜 괴로운지. 애인하고 헤어졌다면 헤어진 게 왜 괴롭습니까? 자꾸 연구를 해 보세요. 물건을 하나 잃어버려서 괴롭다? 잃어버려서 아쉽다는 건 이해가 되는데 그게 왜 괴로울 일이에요? 왜? 이렇게 자꾸 분석해 들어가다 보면 ‘아, 별일 아니구나.’ 이렇게 될 수가 있어요. 그런 경지의 체험을 해야 여러분들이 ‘이 세상이 복잡하다’느니, ‘험난하다’느니 하는 소리를 안 하게 됩니다. 이 세상은 괜찮아요, 그냥. 좋은 세상도 아니고, 나쁜 세상도 아니고, 그냥 세상이에요.

이 세상에 사는 사람들도 좋은 사람도 아니고, 나쁜 사람도 아니고, 다 제 업식 대로, 제 까르마 대로, 제 성질대로 사는 인간들이에요. 그걸 너무 높이 보지도 말고, 너무 낮게 보지도 마세요. ‘아, 저 사람은 성질이 저렇구나. 저 사람은 업식이 저렇구나. 저 사람은 감정이 저렇구나. 저 사람은 취향이 저렇구나.’ 그냥 이렇게 보면 돼요. 여러분들이 너무 좋게 보면 반드시 실망을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나쁘게 보면 가슴 속에 미움이 생깁니다. 특별히 좋게 볼 것도 없고, 특별히 나쁘게 볼 것도 없어요.

오늘이 5월 13일인데, 6월 6일은 현충일이고, 6월 25일은 한국전쟁일이고, 7월 27일은 휴전 기념일이고, 8월 15일은 해방일이자 정부수립일이지요. 이런 식으로 5차 백일기도 동안엔 민족의 기념일들로 일정이 꽉 차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덥기도 하겠지만 5차 백일기도 기간 동안 여러분들에게는 수난도 있고, 기쁨도 있을 거예요. 4월 27일에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고, 6월 12일에 북미정상회담이 있지 않습니까. 10월 안에는 남북정상회담이 또 있을 것이고, 어쩌면 남북미정상회담이 있을 수도 있고, 남북미중 종전선언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우리는 사실 칼날에 서있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칼날에 서있으면서 티끌 하나가 이쪽으로 떨어지느냐, 저쪽으로 떨어지느냐에 따라 한쪽으로 기울 수도 있는 상황이다 보니까 우리는 지금 조금이라도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댓글 하나 달고, 성명 하나 내고, 서명 하나 하고, 편지 하나 보내고, 기도 한번 하는 게 우리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다는 거예요.

늘 해 왔듯이 지구를 지키는 환경운동은 이번 백일에도 계속되지요?”

“(대중들) 예.”

“그 외에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평화의 기도나 캠페인 등의 일정이 결정되면 여러분들, 꼭 참여를 해 주세요. 곧 다가올 6월에는 정일사가 있고, 7월에는 명상도 있으니까 수행정진도 놓치지 마시고 꾸준히 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8월에 다시 만날 때는 ‘이번 백일은 내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진을 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정진해 주세요.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법문이 끝나자 특별한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앞으로 6월 24일에 있을 법사수계식 대상자들 26명을 대중 앞에서 한 명씩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전문법사 6명, 대중법사 20명은 법륜스님의 소개에 맞춰 앞으로 나와 합장으로 대중에게 처음으로 인사를 했습니다. 인사가 모두 끝난 후 스님은 앞으로 대중에게도 후에 법사가 되어 정토세상을 만드는 일에 노력해달라고 하였습니다.

이어 청주정토회가 스페인 전통춤 ‘플라맹고’을 대중적으로 각색하여 보여주었습니다. 에너지 넘치고 흥에 겨워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춤을 잘 추었습니다. 마치 일생에 한번 뿐인 공연으로 생각하고 연습한 노력이 엿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행정처 행정처장 양윤덕 님의 발표로 9-5차 백일의 약속 과제를 들었습니다. 이번에도 개인 약속은 행복 전하기, 한반도 평화 만들기, 지구 살리기 이렇게 세 가지 입니다. 정토회 대표 김은숙님께서 정리말씀을 끝으로 9-5차 천일결사 입재식을 모두 마쳤습니다.

도반들과 다함께 손을 맞잡고 부르는 산회가는 희망찬 백일을 약속하며 부르는 노래라 행복했습니다.

입재식을 마무리하며 행복의 길로 우리는 안내해주시는 지도법사님께 ‘스승의 은혜’의 노래를 불러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부모님, 자녀, 선생님, 주변 분들에게도 진심을 담은 감사의 마음 표현해 보시면 어떨까요?

함께 만든 사람들
신인숙, 배성화, 고재영, 이정현, 정란희

<스님의 하루>에 실린 모든 내용, 디자인, 이미지, 편집구성의 저작권은 정토회에 있습니다. 허락없이 내용의 인용, 복제는 할 수 없습니다.